[TV리포트=김유진 기자]리드
24일 방영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슨 그날 이야기’ 93회에서는 50년 전 충청북도 청주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이 다뤄졌다.
1975년 청주 한 마을에서 태순씨네 삼남매 중 맏딸 6살 경하가 실종됐다.
실종 당일 예쁜 꽃신 한 켤레를 얻어낸 6살 딸 경하는 집 앞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하지만 경하는 엄마가 잠시 장을 보러 나간 사이에 사라졌다.
엄마는 물론 택시운전을 하던 아빠도 경하를 찾아나섰지만 딸을 찾지 못했다. 문턱이 닳도록 경찰서를 매일 찾았지만 경찰서에서는 “기다려보세요. 연락 오면 연락드릴게요”라는 답만 매번 내놓았다.
엄마 태순씨가 경찰서를 자주 드나들자 경찰은 태순씨에게 용한 점쟁이를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점쟁이는 “없는 자식인 셈 쳐요. 한 16년은 지나야 찾겠네”라고 말해 태순씨는 좌절했다.
태순씨는 결국 실종 전단지를 만들기로 한다. 경하는 3살 때 연탄 화덕에 데어서 화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태순씨는 ‘왼쪽 배꼽 밑에 데인 자국’을 특이 사항으로 기재헀다.
약 15년이 지난 후 부산에 있는 한 고아원에서 연락이 왔다. 고아원 직원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얼마 전에 나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태순씨는 경하가 취업학원을 통해 세무사에 취업했다는 정보를 듣고 다행히 수소문 끝에 경하를 찾아냈다.
태순씨는 경하를 보자마자 배의 흉터를 확인했지만 흉터는 잘 보이지 않았다. 태순씨는 “아빠의 직업이 뭔 지 기억 나니?”라고 물었고 경하는 “택시 운전. 엄마 나 경하 맞아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내 진짜 경하가 아니었다는 것이 들통났다. 태순씨는 경하가 자꾸 부산으로 가는 것을 보고 “집이 불편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당시 경하는 “난 엄마가 찾는 경하가 아니다. 죄송해요. 엄마를 보는 순간 내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거짓말을 했어요”라고 답했고 태순씨는 충격을 받았다.
이후 태순씨는 다시 경하를 찾으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태순씨는 미국에서 경하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태순씨는 “2019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325캄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미국에 있는 사람이 한국 입양아들하고 협력해서 찾아주는 단체라고 소개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태순시는 44년만에 경하를 찾았다.
하지만 경하가 엄마를 잃어버리게 된 서사가 충격을 자아냈다.
실종 당일 경하는 집 앞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다가 통닭을 들고 있던 아줌마가 경하에게 말을 걸었다. 아줌마는 “너네집에 동생 태어났지? 엄마가 너 필요없대. 나 따라오렴”이라며 경하를 꼬셨다. 경하는 아줌마를 따라 기차에 탑승했다.
경하는 기차 안에서 잠이 들었고 제천역에서 혼자 남았다. 의문의 아줌마는 경하를 기차에 태우고 흔적을 감췄다.
경하는 경찰차를 타고 제천의 한 고아원으로 갔다. 당시 3개 철도 노선의 경유지인 제천역에는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았고 경하 또한 자연스럽게 인근 고아원으로 가게된 것이다.
하지만 경하는 외국인 고아원 원장의 성(white)을 따라 백경화로 이름이 바뀌었다. 바로 이 이유로 태순씨가 경하를 찾지 못했다.
고아원은 경하를 미아가 아닌 서류 고아로 만들었다. 그렇게 경하는 입양 기관장의 동의만으로 미국으로 입양을 갔다.
1980년대 후반 한국 아동 한 명당 입양 수수료는 5,000만 달러였다. 당시 대한민국 1인당 평균 국민 소득이 4,500달러 수준이었음을 감안, 큰 돈을 수수료로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잃어버린 아이들은 한 해 8,000명이 넘게 해외로 입양됐다.
김유진 기자 eugene0120@naver.com /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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