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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라디오 진행한 최화정 “사람의 온도는 따라 하지 못해”

연합뉴스 조회수  

1996년부터 ‘파워라디오’ 진행…”매너리즘에 빠질 틈이 없어”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DJ 최화정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DJ 최화정

[피엘케이굿프렌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AI(인공지능)가 저 대신 라디오를 진행하면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거예요. 기계가 하면 사람이 하는 것 같은 온도가 없잖아요.”

지난 1일 SBS 파워FM(107.7㎒)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진행한 ‘AI 뮤직 페스티벌’에서 배우 최화정의 목소리를 입힌 ‘AI 화정’을 선보였다.

AI 화정은 이날 SBS의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청취자들의 취향과 상황을 고려해 출근길에 듣기 좋은 노래, 휴식할 때 듣기 좋은 노래, 여행길에 들으면 좋은 노래를 추천했다.

최화정이 DJ를 맡고 있는 방송에서도 AI 화정이 활약했다. AI 화정은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최화정과 호흡을 맞춰 노래를 선곡했다.

방송에서 최화정이 노래 추천을 부탁하자 AI 화정이 “트는 순간 페스티벌이 생각나는 소녀시대의 ‘포에버 원’입니다. AI 화정이 추천하는 여행길에 들으면 좋은 노래예요”라고 대답하고, 이어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 밖에도 AI 화정은 시청자가 보낸 고민에 짤막하게 답변하고, 게스트로 나온 배우 공승연이 누구인지 청취자들에게 소개했다. 몇몇 대목에선 다소 어색했으나 얼핏 들으면 최화정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화정은 최근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그날 방송하면서 정말 재미있었다”며 “‘내가 진정 21세기를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AI와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점점 AI의 역할이 커지는 데 따른 우려도 드러냈다. 최화정은 “AI가 발전하면 내 목소리나 톤을 베이스로 감정까지도 재현할 수 있게 될 텐데, 악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도 ‘너무 똑같다’면서 무섭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앞으로는 목소리의 진위를 구별하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SBS는 최화정의 라디오 방송 녹음본 가운데 발음이 선명한 부분을 추출해서 AI 화정의 목소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AI 화정이 실제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할 말을 정하는 것은 아니고 제작진이 글로 입력한 내용을 AI 화정이 최화정의 목소리로 말하는 식이다. 최화정의 목소리를 내는 것뿐 아니라 적절한 노래를 선곡하는 것도 AI의 몫이었다.

비록 완벽하진 않아도 앞으로 AI가 더더욱 발전하면 사람이 하는 라디오 진행과 똑같아지지 않을지 묻자 최화정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최화정은 “기계가 하는 진행에는 사람과 같은 온도가 없다”며 “특히 인터뷰할 때는 상대방과 교감하는 게 필요한데 그건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DJ 최화정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DJ 최화정

[피엘케이굿프렌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른 DJ가 아닌 최화정의 목소리를 AI에 입힌 것은 그가 SBS 파워FM이 개국한 1996년부터 ‘최화정의 파워타임’ 진행을 맡아온 SBS 라디오 역사의 산증인이자 상징과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화정은 이날 인터뷰에서 라디오 진행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오래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많은데, 사실 생방송이 가져오는 긴장감이 언제나 있고 매일매일 방송이 비슷해 보여도 항상 다르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질 틈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제가 언제까지 진행을 맡을지는 몰라도 매력적인 진행자라는 말을 듣는 게 좋다”며 “오래 해서 푸근하거나 노련하다기보다 신선하다, 찾아서 듣게 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날로그 감성인 라디오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묻자 최화정은 자신 있게 “라디오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최화정은 “라디오의 매력은 만만하다는 것”이라며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처럼 가볍게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 편안하고 친밀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계속 라디오를 들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jaeh@yna.co.kr

연합뉴스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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