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감 / 사진=비비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오랜만에 기자들과 대면한 인터뷰에서도 쾌활하게 분위기를 주도한 한다감. 그는 어떠한 질문에도 유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어떻게 자신만의 캐릭터를 다지고 또 앞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근 종영한 TV조선 토일드라마 ‘아씨두리안'(극본 임성한·연출 신우철 정여진)은 조선시대 양반집의 두 여인이 시간 여행을 통해 2023년 현재의 남자들과 얽히게 되는 판타지 멜로드라마. 한다감은 극 중 단치감의 아내이자 백도이의 둘째 며느리 이은성 역으로 분했다.
작품을 마치고 시원섭섭함을 느꼈다는 한다감은 “처음 시작할 때는 ‘이 큰 산을 언제 넘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 끝날 때면 아쉽고 촬영장에 또 오고싶더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까진 배우·스태프들과 함께 한 시간도 그립고 촬영장의 기억들이 잊혀지질 않는 그런 상태다”고 전했다.
한다감은 이번 작품이 임성한(필명 피비) 작가와 첫 작업이었다. 처음 임성한표 대본을 받았을 당시 한다감은 “‘이건 뭐지? 대본 맞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대본의 형식은 아니었다. 또 디테일하고 깨알같이 쓰여있어 놀랐다. 그런 대본은 처음 받아봤다. ‘이렇게도 나오는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었다. 계속 봤던 거 같다. 스무 번 이상 보니까 이해가가가더라. 시간도 왔다갔다하고 인물도 많아서 ‘이래서 임 작가님 대본은 어렵다고 하는구나’ 싶었다. 익숙해지니 괜찮아지더라”고 전했다.
파격적인 스토리만 아니라 도치법이 쓰인 특유의 말투와 대사 등이 작가 임성한의 작품 특색이다. 첫 작업이라 적응하는 시간도 분명 필요했고 “연습 많이 했다”는 한다감에겐 또 다른 고민도 있었다. “특유의 대사와 톤, 말투를 연습하면서 한다감이 연기를 하는데 ‘한다감’은 안 보이고 대사만 보일까 걱정했는데 적절하게 제 나름, ‘한다감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뭘까 생각을 했다. 자연스럽게 연기를 한 거 같다. 대사나 이런 것은 바꿀 수 없지만 표정이나 리액션 디테일은 많이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다감과 최명길은 임성한 작가와 첫 작업이었지만, 일명 ‘임성한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도 여럿 참여했다. 이에 한다감은 임성한 사단 배우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며 ‘아씨 두리안’에 녹아들었다.
임성한 작가는 대본 속 대사를 토씨 하나 틀려선 안 된다는 칼 같은 주문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한다감에게 ‘무섭지 않아?’란 질문도 많이 있었다. “저는 그런 것 전혀 없었다. 그냥 제 스스로에 대한 긴장감이 있었지 작가님에 대한 힘듦은 전혀 없었다. 그랬기 때문인지 오히려 틀 안에서 얽매이지 않은 거 같다”면서 “생각한 것보다 잔소리가 없으시다. 초반에 제 헤어스타일에 대한 것만(앞머리 위치, 기장 1cm까지 꼼꼼하게 주문했다고) 그러셨고 그 이후로 크게 지시하신 것은 없다. 연출부가 걸러준 건가?(웃음)”이라고 말했다.
‘아씨 두리안’에서도 ‘역시 임성한’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전개가 시청자 눈길을 끌었다. 첫 방송 전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고부 동성애’만 아니라 후반에는 ‘씨받이’를 요구하기도 하고, 의외의 인물이었던 가정부(김남진)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다감은 “김남진 선배의 역할이 그렇게까지 될 거라 생각 못했다. 너무 중요한 역할을 맡으셨더라. 감독님도 모르셨다. 결국 키워드가 가정부에게 있지 않았나”고 이야기했다.
또한 “초반에는 은성이란 캐릭터 자체가 치감이에게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나중엔 정상적인 사람은 이은성뿐이라 생각했다(웃음). 다들 이상하지만 이은성이란 여자는 그럴 수 있지 않나. 진동을 해두던지, 플레이모드?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침대에서 다른 여자를 그리워하거나 생각하는 건 상식적으로 착한남자는 아니지 않나. 여자 입장에서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대리모? ‘이 여자도 정상이 아니구나’ 했다(웃음)”고 털어놓았다.
아씨두리안 스틸 한다감 / 사진=비비엔터테인먼트 제공 |
실제로 자신의 상황으로 생각해봤을 때도 “그러지 못했을 거 같다”는 한다감은 그렇기 때문에 이해와 공감이 어렵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배우들은 빠른 시간 안에 이해를 하고 촬영해야 하는데 공감이 안 가 어려웠다. 그래서 16화를 못 보겠더라. 너무 뻔뻔스러워서(웃음)”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은성’과 성격도 많이 달라 마인드 컨트롤 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감은 “저는 그렇게 까탈스럽지 않다. 그런데 이은성은 항상 정돈되고 겉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유지하고 말투도 그렇고 저와 다르다”고 말한 그는 “대본에 항상 ‘뼛속까지 우아하게’ ‘교양 있게’ ‘은성, 많이 드러내지 않지만 우아하게 보임’ 이런 지문이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그런 게 좀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결말 역시 전혀 그가 상상하지 못한 마무리였다 “상상하지 못한 결말이라 저도 놀랐다. 결말 부분은 통대본도 받지 못했다. 배우 본인 캐릭터에 해당하는 대본만 받았다. 그냥 촬영 스케줄표를 보고 추측했다. ‘김소저(이다연) 시상식에서 상 받는’이라고 적혀있으면 ‘소저는 돌아가지 않고 상까지 받는가보다!’ 하고 이렇게 추측하는 거다”고 말했다.
극 중에는 이은성의 전생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한다감이 상상한 이은성의 전생은 어땠을까. 그는 “전생 서사가 있었다면 얘깃거리가 훨씬 많았을 거 같아서 개인적으론 아쉽다”면서 “제가 상상해 본다면 동네에서 시기질투하는 낭자? 그래서 현생에서는 신랑에게 매달리는 거다. 아니면 반대로 돌쇠였던 단치감(김민준)과 같은 천민 신분이었는데, 장난스럽게 괴롭힘을 당해 현생에서는 입장이 완전 반대가 되는 그런 상상을 해봤다(웃음)”고 이야기했다.
또한 한다감은 극 중 이은성이 키우는 반려견 ‘오이지’까지 전생이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다고도 덧붙이며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가장 놀랐던 전개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한다감은 “백도이(최명길)가 치매 걸린 거.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다. 또 코스프레한 것, 부채 파내서 전생을 본 것들, 백도이가 30대 연하와 멜로를 그리는 것,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사랑한다고 얘기하는 것 등 굉장히 놀란 부분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도이의 클럽신은 멋있게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최명길 선배님이 어떡하냐고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신 감독님이 신경을 써서 잘 찍어주셨더라. 선생님은 멜로신도 걱정하셨다. 그런데 그것도 사랑스럽게 나왔더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너무 충격받고 놀란 내용도 많겠지만 배우들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아씨 두리안’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개명 후 체력이 좋아진 덕분이기도 했다. 한다감은 “20대 때보다 훨씬 건강해지고 체력도 좋아졌다. 예전엔 한 장면 찍고 차 안에서 몰래 힘들어할 정도로 약골이었다. 개명한 뒤로 건강에 신경 안 쓴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밤샘해도 끄떡 없더라. 같이 다니는 스태프 중에 20대도 있는데 저한테는 안 된다(웃음)”고 말했다. .
이제는 ‘보이는 것’을 위해 관리하지 않는다는 한다감. 부쩍 좋아진 건강과 체력 덕분에 이제는 일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훨씬 더 많이 생겼다. 그는 “예전엔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다 생각했다. 제가 ‘캔디’ 역할을 안 해본 것은 아닌데 ‘아씨두리안’을 하면서, 현대적이고 시크한 역할로도 저에게 파급력이 생긴 거 같더라. 그래서 이 영역을 독보적으로 발전시켜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지금 같은 때에는 자기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해서,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 중이다. (앞으로도) 분량보다는 캐릭터 위주로 저만의 캐릭터를 부각시킬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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