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포테이토 지수 72%] ‘그녀의 취미생활’, 다가올 행복 위해 ‘독’을 품다
동의나물의 꽃말은 그가 품은 독과는 다르게 ‘다가올 행복’을 뜻한다. 아니 어쩌면 다가올 행복을 위해 독을 품어야 하는 극 중 인물과 닮은 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제작 웬에버스튜디오)은 행복과는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있던 한 연약한 여인이 ‘뭐든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한 여성을 만나 느리지만, 한 걸음을 떼는 이야기다.
다양한 은유로 가득한 영화는 이 여성의 느린 복수만큼, 천천히 진행되지만 더 이상 자신의 삶을 방관하지 않고 당당히 다가올 행복을 쟁취하려는 투쟁기로도 읽힌다.
‘그녀의 취미생활’은 국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대표하는 서미애 작가의 동명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각색, 각본, 단편 연출, 제작 등 영화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하명미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폭력적인 남편과 이혼한 뒤 고향 박하마을로 돌아온 정인(정이서). 정인은 수시로 위로를 가장한 불쾌한 언행과 행동에 노출된다. 약한 자는 짓눌리는 약육강식의 세계처럼 마을 사람들은 정인을 연약한 ‘초식동물’로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혜정(김혜나)이 정인의 윗집에 이사를 왔다. 단호하고 당당한 혜정은 마을 사람들의 무례함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정인이 눈에 들어온다. 정인을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먼저 손을 내밀게 된다.
‘그녀의 취미생활’이라는 아기자기한 제목과 다르게 영화에는 정인의 삶에 멋대로 침입해 훈수하고, 뺏으려 하는 인물들이 대다수다. 마을 사람들은 정인의 할머니가 모은 돈을 탐하고, 폭력적인 전 남편 광재(우지현)까지 다시 그녀의 삶을 뒤흔들려고 하자 정인은 도망이 아닌 해결을 선택한다.
정인의 선택에는 혜정이 있다.
혜정은 정인과 마주칠 때마다 손을 흔든다.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것도 잠시, 두 사람은 그렇게 손을 흔들며 안부를 묻고 보살피고 취미생활을 함께하며 연대를 쌓아간다. 오랜 시간 모진 말과 폭력에 대항하지 못해왔던 정인이 그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것을 막는 것도 혜정이다.
참아왔던 울분을 터트린 만큼 통쾌하고 짜릿한 복수극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난다. 느리지만, 침착하게 혜정이 정인의 좋은 점이라고 이야기했던 “생각하고 움직이는” 복수가 묘한 위안을 안긴다. 이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의 거친 언행과 폭력을 삼켜왔다가 이를 토해내는 정이서의 연기가 돋보인다.
다만 영화에는 “은유와 시네마적 설정들이 가득하다”는 하명미 감독의 의도처럼 흰색 가운에 장총을 든 정인과 혜정 등 상징성을 내포한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의중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몇몇 장면들과 늘어지는 전개는 극을 ‘루즈’하게 느끼게 한다.
마을 사람들은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정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다. 부조리와 집단 이기주의 등을 타파하는 여성의 연대와 복수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한 다소 극단적인 인물 설정과 많은 과정들을 생략한 영화적 장치들 또한 호불호가 예상된다.
감독: 하명미 / 각본: 이용연, 하명미 / 출연: 정이서, 김혜나, 우지현, 황정남 등 / 개봉: 8월30일 / 등급: 15세이상 관람가 / 장르: 워맨스릴러 / 러닝타임: 1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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