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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vs’달짝지근해’vs’보호자’, 광복절 동시 개봉 맞붙는다…누가 웃을까 [TE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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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단계부터 투자, 크랭크 인과 크랭크 업, 후반작업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은 복잡하다. 어림잡아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년까지는 소요되니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열과 성을 다해 만든 영화를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개봉일은 고심하고 고심해서 정해지기 마련이다. 함께 개봉하는 다른 작품들과 날씨 등과 같은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서 개봉 날이 정해진다. 팬데믹으로 인해 개봉하지 못한 작품들도 밀려있으니 개봉일을 정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다.

오는 15일 영화 세 편이 동시에 개봉한다. ‘달짝지근해'(감독 이한), ‘보호자'(감독 정우성),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는 광복절인 8월 15일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는 관객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효과가 될 수도, 한쪽으로 쏠리는 부정적인 상황을 동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일, 이미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과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이 같은 날 개봉한 바 있다. SF와 실화 바탕이라는 각기 다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더 문’은 누적 관객 수 43만3259명, ‘비공식작전’은 85만6043명의 누적 관객 수로 저조한 성적표를 보인다. 물론 같은 날에 개봉한 것이 실패의 원인만은 아니다. 다만, 같은 날 개봉하기에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9일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가 41만6575명의 누적 관객 수를 동원했고, 26일 개봉한 ‘밀수'(감독 류승완)가 누적 관객 수 393만24명을 기록했다. ‘엘리멘탈’의 경우,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의외의 복명으로 자리 잡았다. N차 관람을 하는 관객들이 늘어나면서, 645만2769명의 누적 관객을 쌓아가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15일 개봉하는 세 편의 영화는 각기 다른 매력을 장착하고 승부를 볼 계획으로 보인다.

▶’달짝지근해'(감독 이한) 로맨틱 코미디

2000년대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로맨틱 코미디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감독 곽재용),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감독 김경형), ‘연애의 목적’(2006/감독 한재림), ‘미녀는 괴로워'(2006/감독 김용화) 등으로 재기발랄한 남녀 캐릭터들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영화 ‘달짝지근해’는 로맨틱 코미디가 사라진 한국 영화계에 다시금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작품이다. 배우 유해진의 첫 로코 도전으로 화제를 모은 ‘달짝지근해’는 정해진 루틴에 따라서 하루를 살아가는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 치오 앞에 정반대의 명랑하고 긍정적인 성격인 일영(김희선)이 우연히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터뷰를 통해 “중년들의 사랑이 아닌, 그냥 사랑 이야기”라는 유해진의 말처럼 ‘달짝지근해’는 세대에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을 다루고 있다. 보고 있으면, 말랑말랑해지는 감정과 두 사람은 문제없지만 주변 상황에 의해 포기해야 하는 순간들에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되기도 한다.

‘드림'(2023), ‘극한직업'(2019)에서 특유의 말맛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감독 이병헌 각본과 ‘완득이'(2011), ‘우아한 거짓말'(2014), ‘증인'(2019)으로 세상을 둥글게 바라보는 태도를 보인 이한 감독의 연출로 매력적인 작품이다. 풋풋하고 사랑스러웠던 그 시절 로코가 그리웠던 관객들이라면 ‘달짝지근해’에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 ‘보호자'(감독 정우성) 액션, 드라마

배우 정우성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보호자’는 신인 감독의 신선한 시선과 데뷔 30년차 배우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더 킹'(2017) 등에서 길들지 않을 것 같은 마초적이고 야성 넘치는 캐릭터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런 정우성은 ‘보호자’를 통해 냉정하고 묵묵하게 목적을 수행하는 인물로 변신한다.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정우성)은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조직을 떠나 평범하게 살기로 결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직의 이인자 ‘성준’(김준한)은 킬러들을 고용해 위협하면서, 수혁의 평범했던 삶은 인어공주의 물거품처럼 형태 없이 사라진다. 영화는 촘촘하게 설계된 액션씬에서 무게감을 얻는다. 플래시를 이용하거나 못을 넣은 총, 스핀하는 자동차 등. 다양한 작품에서 액션 연기를 했던 정우성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장면들을 엿볼 수 있다.

킬러 우진을 연기한 김남길, 진아 역의 박유나, 보스 역의 박성웅, 성준 역 김준한의 연기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준다. 특히 김남길의 순수하게 재미를 좇는 광기 어린 눈빛은 소름 끼치도록 서늘한 한기를 불러일으킨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감독 정우성의 모습을 보고 싶은 관객들이라면 ‘보호자’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전기 영화

영화 ‘오펜하이머’는 ‘테넷'(2020), ‘덩케르크'(2017), ‘인터스텔라'(2014),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등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실 너머의 무한한 세계를 확장해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다. 꿈과 무의식,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 양자역학, 시간, 우주 등 상상을 통해 구현한 것이 놀란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이번에 크리스토퍼 놀란은 제2차 세계대전의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역이자 실존 인물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바탕으로 한 전기 영화를 제작했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는 지난 7월 20일 개봉해 많은 호평을 받은 상황이다. 26일 정도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개봉하는 ‘오펜하이머’ 측은 “8월 15일이 국가 공휴일이라 많은 국내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그 날로 정해진 것으로 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로스앨러모스의 연구소장으로서 원자폭탄 제조계획을 지도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윤리적 가치 판단과 국가를 지키려는 이념 속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라는 문구처럼 원자폭탄이 가져올 국가적 파장과 개인적인 붕괴를 다루고 있다. 놀란 특유의 내러티브의 시간 구조와 흑백과 컬러의 대비에 이은 섬광을 활용한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선택에 회의를 느끼는 묘사까지. 제2차 세계대전부터 공산주의를 척결하는 매카시 시대를 층층이 포개는 구조로 오펜하이머의 삶을 다채롭게 표현해냈다.

제96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조연상 유력 후보로 선정된 배우 킬리언 머피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플로렌스 퓨, 케이시 에플렉, 데인 드한, 라미 말렉이 출연해 ‘오펜하이머’를 빛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배경지식을 아는 관객들에게도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세계의 한 페이지에 절대 빼놓을 수 없을 만한 기록을 생동감 넘치고 몰입감 넘치게 제공할 예정이다. CG가 아닌 아날로그 촬영을 선호하는 놀란 감독답게 핵폭발 실험 장면에서의 사실감도 시각적 재미를 제공한다.

오는 15일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장한 세 작품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어떤 작품을 보지?’라며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들은 이전 개봉작들을 비롯한 15일 개봉작으로 인해 많이 고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콤한 로코부터 세상을 뒤바꾼 사건을 다룬 영화들까지. 같은 날 개봉하는 세 편의 작품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기대가 주목되는 바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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