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당당함·자신감이 정체성”…아시아 넘어 영·미 1위 석권
제2막은 누구 손 잡을까…재계약 성사·더블랙行 등 각종 소문만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걸그룹 블랙핑크가 오는 8일 데뷔 7주년을 맞는다.
블랙핑크는 귀여움과 섹시함보다는 특유의 당당한 매력으로 미국과 영국 차트 동시 1위를 석권하는 등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만료일이 임박했지만, 아직 이들의 재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팬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 유튜브 세계 1위·빌보드 1위·150만 동원 투어
블랙핑크는 지난 2016년 8월 8일 더블 타이틀곡 ‘휘파람’과 ‘붐바야’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제니, 지수, 로제, 리사 네 멤버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YG의 새 걸그룹으로 데뷔와 동시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데뷔곡은 물론 ‘불장난’, ‘마지막처럼’, ‘뚜두뚜두’,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 ‘핑크 베놈'(Pink Venom), ‘셧 다운'(Shut Down) 등 발표하는 곡마다 흥행시키며 K팝 간판스타로 부상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넘어 미국과 영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며 명실공히 월드스타로 우뚝 섰다. 리사의 모국인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에서는 가히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 9월 발매된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는 K팝 걸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톱 100’ 1위에 올랐다.
또 지난해와 올해 한국, 일본, 미국, 프랑스, 멕시코, 태국, 베트남, 호주 등지에서 150만명을 동원하는 월드투어 ‘본 핑크’를 성공시켰다. 콘서트 매진이 속출하면서 일부 국가에선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암표가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블랙핑크는 오프라인뿐만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9천만명을 넘겨 전 세계 가수 1위다. 지난달 말 기준 1억뷰 이상 영상만 43편에 달한다. 이 가운데 ‘뚜두뚜두’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는 K팝 걸그룹 최초로 21억건을 넘겼다.
유튜브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 기준 블랙핑크 영상 조회수가 높은 상위 10개국은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필리핀, 멕시코, 한국, 베트남, 미국, 브라질, 튀르키예였다. 세계 각지에서 두루 사랑받고 있다는 의미다.
네 멤버는 샤넬(제니), 디올(지수), 티파니(로제), 셀린느(리사) 등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홍보대사)를 맡아 전 세계 유명 백화점에 얼굴이 내걸리는 등 음악 외 분야에서도 활약했다.
◇ “K팝의 보평성 획득에 기여…저변 확대 일등공신”
가요계에서는 블랙핑크의 인기 비결로 특유의 당당함과 세련된 음악을 꼽는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8월 온라인 간담회에서 “당당함과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가장 (우리의 정체성과) 가깝다”고 말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블랙핑크는 힙합에 특화된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K팝 색깔을 가짐과 동시에 영미권 팬이 들어도 이질감이 없도록 했다”며 “K팝이 무국적성 혹은 보편성을 획득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전문 모델 말고는 패션 아이콘이라 할 만한 아시아인이 많지 않았다”며 “블랙핑크는 ‘아시아 여성’으로서 스타일 아이콘이란 영역을 개척했다. 이는 영미권에 거주하는 아시아인에게 자부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K팝이 이전에는 한국·중국·일본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면, 지금은 미국 본토는 물론 유럽 전역으로 저변이 넓어졌다”며 “블랙핑크는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한 걸그룹”이라고 평했다.
◇ 재계약 관련 여러 가능성 난무…YG 주가에 악영향
블랙핑크의 다음 행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아이돌 그룹의 통상적인 전속 계약 기간인 7년이 꽉 찼지만, 소속사 YG와의 재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블랙핑크는 이달 말까지 미국 뉴저지,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에서 콘서트가 예고돼 있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는 공식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가요계에선 YG와의 재계약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 YG가 지분 27.06%를 보유한 곳이자 블랙핑크의 전담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 이적 가능성 등 다양한 설(設)만 난무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어떠한 방식으로든 블랙핑크란 팀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가요계는 내다본다.
YG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상 콘서트 기간에는 소속 가수의 거취를 밝히기 쉽지 않기에 투어가 마무리된 이후에야 전속계약의 향배가 드러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한 월드투어 공식 홈페이지에서 26일 로스앤젤레스 공연 일정 아래에 ‘앤드 모어'(AND MORE)라고 적혀있는 점으로 미뤄 ‘깜짝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소속사의 최대 지식재산권(IP)인 블랙핑크 재계약 여부의 불투명성은 YG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YG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7만7천600원으로 1개월 전보다 5.1% 하락한 상태다.
후배 그룹인 트레저는 아직 성장 단계이고 차기 걸그룹인 베이비몬스터는 데뷔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YG에게 큰 고민일 수밖에 없다.
차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블랙핑크 재계약의 불확실성과 재계약 이후 높은 계약금 지불에 따른 비용 리스크로 YG는 펀더멘털 개선 및 향후 성장 모멘텀이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블랙핑크 재계약 불발에 대한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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