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구현엔 부족한 제작비…김용화 감독은 해낼 거라 믿어”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오는 2일 개봉하는 김용화 감독의 SF 영화 ‘더 문’에선 달과 지구가 끊임없이 교차한다.
달에선 우주인 황선우(도경수 분)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지구에선 전 나로우주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이 황선우의 무사 귀환을 위해 필사적인 구조작전을 펼친다.
‘더 문’의 개봉을 하루 앞둔 1일 이 영화의 한 축을 맡은 배우 설경구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설경구가 이 영화의 완성본을 본 건 지난달 25일 시사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는 “우주와 달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촬영할 땐 못 봤던 그림이다 보니…. 그런데 웅장하게, 오싹하게 잘 나온 것 같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제 눈엔 상당한 퀄리티로 만들어진 것 같아 좋았다”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한국 영화 중 본격적으로 우주를 다룬 작품으로는 ‘더 문’ 외에도 조성희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2021)가 있다.
설경구는 “저도 ‘승리호’를 보면서 그 기술에 깜짝 놀랐는데, 제삼자 입장에서 조금 떨어져서 본 게 사실”이라며 “‘더 문’은 좀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 문’이 그려낸 우주와 달의 사실성은 관객에게도 상당한 몰입감을 줄 것으로 설경구는 기대했다.
그는 “‘더 문’의 관객은 영화 속으로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라며 “관객이 배우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체험형 영화”라고 말했다.
설경구는 평소 SF 영화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를 ‘더 문’으로 이끈 건 호기심이었다.
그는 “영화의 전체적인 틀에서 우주와 달을 어떻게 구현할까, 그게 정말 궁금했던 작품”이라며 “조금이나마 조력자로 참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더 문’에 제작비 280억원이 투입된 데 대해선 “큰돈이긴 해도 그걸(우주와 달) 구현해내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왠지 김용화 감독이라면 만들어낼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 영화에서 김재국은 황선우 구조작전을 지휘하는 인물이지만, 설경구가 보기에 그는 거대한 우주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을 표현한 인물에 가까운 듯했다.
그는 “(영화 속) 센터 요원들은 너무 무력했다. 달 탐사선을 우주로 쏘아 올린 다음부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답함이 있었다”며 “그래서 38만4천㎞(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에 소리라도 질러보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그런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고 짚었다.
‘더 문’의 배급사 CJ ENM은 최근 정부 기관과 연구소 등의 우주 전문가들을 초청해 별도로 시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설경구도 참석했다.
그는 전문가 한 명이 영화를 보고 나서 “실화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실제와 비슷해 놀랐는데 실화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말을 한 게 기억에 남는다며 “그 말이 무척 고마웠다”고 털어놨다.
설경구는 ‘더 문’이 담고 있는 주제를 ‘용서와 화해’로 표현하며 “황선우와 김재국, 김재국과 윤문영(김희애) 사이의 원망 같은 것들이 마지막에 치유되고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더 문’은 아이돌 그룹 엑소 출신인 도경수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기도 하다. 설경구는 도경수에 대해 “크고 맑은 눈 뒤에 똬리를 튼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배우”라며 잠재력에 주목했다.
‘더 문’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으로 설경구는 기대했다.
“이번 여름 영화 중 좋은 영화도 많고 개성도 강한 것 같아요. ‘더 문’은 아이들과 보기에 좋은 영화예요. 미래 세대에 좋을 것 같고요. 어른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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