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탈출하려는 우주대원 역…”새 장르 도전하고 싶었다”
“한국형 우주 생존 드라마…관객들 용기 얻어가길”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시나리오를 읽으며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었어요. 우주복을 처음 입었을 땐 ‘아∼’ 소리가 절로 나왔죠. 과연 내가 이걸 입고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더 문’ 주연 배우 도경수는 두꺼운 우주복을 입고서 첫 촬영을 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더 문’은 ‘신과 함께’ 시리즈를 선보인 김용화 감독의 신작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유인 달 탐사선을 소재로 했다.
도경수는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를 연기했다. 달과 우주 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중력이 없거나 지구보다 작은 상태처럼 보여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다. 우주선 안에서는 와이어 몇 줄에 몸을 맡긴 채 ‘무중력 연기’를 선보여야 했다.
“와이어에 매달려 몸에 힘을 주는 동시에 느릿느릿 행동해야 하고, 대사까지 생각해야 해 무척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무엇보다 더위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스펀지처럼 생긴 옷을 한 겹 입고 그 위에 5∼6㎏짜리 우주복을 입으면, 다른 스태프들이 패딩 재킷을 입을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도 땀이 뻘뻘 나요. 신발도 두겹씩 신었고, 화장실도 못 갔죠. 하하.”
그는 이제 와이어 액션만큼은 7∼8줄을 달고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한다. 도경수는 “최고로 어려운 장면은 이번 영화에서 이미 해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된 훈련 과정을 거치기도 했지만, 그룹 엑소 활동을 하며 쌓은 춤 실력 덕에 이런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었다고 도경수는 강조했다.
특히 달 표면 위에서 걸음을 옮기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CG) 같은 효과를 입힌 게 아니라 실제로 느릿느릿 걸은 것을 그대로 영화에 사용했다고 한다. 우주선 창문에 얼굴만 비칠 때는 와이어를 달지 않고 작고 느리게 어깨춤을 추며 무중력을 표현하기도 했다.
도경수는 “그 덕분에 감독님이 제작비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씀하신 것 같다”며 웃었다.
“몸의 움직임을 캐치하고 외우고 따라 하는 일을 (가수 활동을 하며) 계속해왔잖아요. 액션 장면을 찍을 때면 그게 항상 도움이 돼요. 불필요한 동작은 빼고 최소한의 효율적인 동작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춤과 액션은 비슷하거든요.”
드넓은 우주에 혼자 떨어져 사투하는 선우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쉽지만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극 중 선우는 초반부를 제외하면 늘 혼자다.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 분) 등과 교신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실제로 곁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촬영 현장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보통 다른 현장에서는 스태프도 있고 카메라도 있고 그렇잖아요. ‘더 문’은 촬영 현장에서도 진짜 저 혼자였어요. 카메라 렌즈도 딱 하난데 이것마저 눈에 보이지 않은 곳에 있었죠. 그 상태에서 우주선이 흔들리고 엄청난 소음이 들려요. 그래서 선우의 상황에 잘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처럼 ‘더 문’이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뻔히 예상됐는데도 출연을 결심한 것은 “너무나 새로운 장르라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고 도경수는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우주 영화가 나온다는 게 무척 신기했다”면서 “평소 제가 좋아하는, 누구나 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더 문’은 달 탈출기를 그린 SF 영화지만, 그 속에는 인류애와 사랑·용기 등 묵직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그는 “원래는 영화를 보고 잘 울지 않는 편인데 ‘더 문’은 시사회에서 보고 눈물이 나더라”고 털어놨다.
“‘더 문’은 관객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영화에요. 한국형 우주 생존 드라마라고 할까요. 저 역시 선우에게서 위로를 많이 받았거든요. 영화 배경은 비록 우주지만, 선우가 보여준 용기는 관객들이 다른 장소에서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 영화를 보시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얻어가시면 좋겠습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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