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단발 헤어스타일에 반팔 니트를 입은 배우 고민시(28)는 조근조근 ‘밀수’ 이야기를 꺼내놨다. 차분하고 단정한 모습이 영화 속 캐릭터와는 간극이 있었지만, 고옥분의 사랑스러운 매력만큼은 오롯이 머금고 있었다.
고민시는 2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관련 인터뷰에 나섰다. ‘밀수’에서 고민시는 밀수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군천의 정보통 다방 마담 고옥분으로 분했다. 다방 막내로 시작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군천 바닥의 정보를 꿰뚫게 된 인물. 정보 수집에 능력을 보여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에게 도움을 주는 극의 키플레이어다.
고민시는 고옥분 역에 캐스팅된 후 류승완 감독이 보여준 사진에 “저 자신도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감독님이 사진 보여주시면서 ‘갈매기 눈썹은 무조건 해야 돼, 할 수 있어요?’라고 해서 하겠다고 했어요. 분장을 받고 거울을 봤는데 저도 멍하니 거울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죠. 구레나룻도 붙였는데, 비주얼이 너무 충격이었죠. ‘비주얼이 너무 충격적이라 관객들 집중이 안 되면 어떡하지?’ 고민도 했는데, 감독님이 너무 기뻐하셨어요.”
고민시는 “실제로 눈썹을 밀었다. 다 밀지는 않고, 컨실러도 사용해서 연출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메이크업 다음은 의상이었다. 류 감독은 자기 머리 속에 있는 광택이 나는 은갈치 색깔의 한복을 주문했고, 이를 피팅한 고민시를 보고 폭소하면서 마음에 들어 했다고. 그는 “감독님이 박수를 치면서 기뻐하셨고, ‘그래 이거야, 이걸로 가자’고 하셨다. 참 마음에 들어 하셨다”며 웃었다.
이 분장을 한 상태로 꽤 오랜 회차를 보냈다. 처음에는 ‘비주얼 쇼크’였던 고옥분 캐릭터는 고민시에게 점점 자신감이 되기도. 고민시는 “옥분의 외적인 모습이 제일 충격적이어서 저 자신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현장에서 다들 너무 좋아해 주셔서 이 분장이 저의 자신감이 되더라. 분장이 잘 되어 있으면 더 당당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외적인 모습이 나의 가장 큰 도전이었던 거 같다”고 했다.
“저는 후반부에 많이 나오다 보니까 회차에서 대기하고 있거나 하면 스태프나 배우 분들이 ‘이건 호러영화야’하면서 사진도 찍어가셨어요. 이 비주얼을 두고 ‘군천 푸바오’라고 불러주시기도 하더라고요. 이렇게 사랑해 주시니까 저도 행복해요.”
고민시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곡소리를 내면서 가짜 눈물 연기를 하는 신이다. 고민시는 “‘아이고 오빠, 내가 나쁜 년이야’ 했던 그 신에서 제가 해내지 않았나 싶다. 그때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꼈다”며 “감독님 주문에 당황했지만, 이거 내가 잘못하면 분위기만 이상해질 거 같았고, 정말 내 몸 하나 다 던져서 해 보자는 생각으로 했다. 다들 너무 좋아하셨고, 저도 그 장면이 제일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고민시는 극중 박정민이 분한 장도리 역할과 자주 붙는다. 고민시는 박정민에 대해 “말씀을 거의 안하신다. 내성적이시고, 조용하시다”며 “기본적인 베이스가 샤이가이다. 부끄러움이 많으신 분”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정민 오빠의 매력 중 하나죠. 제 최애 캐릭터가 장도리인데, 그렇게 장도리를 잘 하시고 컷하면 얌전히 앉아 계시는 게 너무 극과 극이에요. 그런데 어제 오빠 인터뷰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오빠가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정말 몰랐거든요. 장도리는 연기 천재이기도 하지만, 약간의 부끄러움도 있지만, 사랑받는 걸 내심 질투하는 걸 캐치했어요. 하하”
‘밀수’ 홍보를 위해 유튜브 예능에 함께 출연하게 된 고민시는 “오빠가 내향적이시고, 저도 생각보다 내향적이라서 각자 연기할 때는 윙크하고 그랬지만, 또 컷하면 가만히 앉아 있고 그랬다”며 “예능 촬영은 좀 케미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괜찮으시면 티타임 1시간만 가져볼까요?’하고 요청드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그날도 상당히 어색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말이 많으신 분이란 걸 알게 됐어요. 똑똑하시고, 굉장히 섬세한 분이라는 걸 알게 됐죠. 오빠는 술을 전혀 못하시는데 저를 위해서 와인을 선물해 주셨어요. 정말 고유의 매력이 있으신 분 같아요. 유튜브 촬영하면서는 정말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민시는 박정민에 대해 “감독님의 디렉팅 흡수도 굉장히 빠르다. 조용하고, 수줍어 하시면서도 그렇게 연기를 하시니 정말 연기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겠다 싶더라”며 재차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늘같은 선배 배우 김혜수, 염정아에게 받은 사랑도 자랑했다. 고민시는 “(김)혜수 선배님은 명절 때 새우, 고기, 불판을 보내주신다. 계절 과일 좋은 것도 보내주시고, 와인 선물도 해주신다”며 “(염)정아 선배님은 미스트, 화장품, 팩 등 또 다 주신다”며 웃었다.
“기억 나는 게 혜수 선배님이 젊으셨을 때 입으셨던 옷들을 촬영 대기시간에 나눠주겠다고 하셔서 패션쇼하면서 입어봤어요. 선배님께서 입었던 옷을 받는 건 너무 좋으니까 뜻 깊었죠. 인간적으로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항상 스스로 너 스스로 잘 챙겨야 한다’고 해주시고. 정아 선배님은 늘 칭찬을 해 주세요. ‘너 잘하고 있어’, ‘너무 잘한다’, ‘참 예쁘다’란 말씀 한 마디가 그냥 너무 감사하죠.”
고민시는 옥분을 연기하면서 김혜수가 분한 춘자의 미니미 같은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김혜수의 존재만으로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는 고민시다.
“춘자와 진숙, 그리고 옥분의 케미가 잘 살 수 있었던 것은 현장 외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다 보니까 여러 조언을 듣고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공유해서인 거 같아요. ‘밀수’ 출연의 가장 큰 선물은 ‘밀수’ 팀이에요. 너무 좋고 행복해요.”
‘밀수’는 오는 26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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