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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36), ‘연기 괴물’이란 표현도 부족할 정도다. 충무로에 이런 ‘변신의 귀재’가 또 있을까.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에서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 맹활약으로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했다.
박정민은 떡잎부터 남다른 연기자였다. 그는 무명 시절에도 충무로 대표 감독 류승완의 눈에 들어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2014)의 ‘유령’ 편을 함께 작업한 바 있다.
이후 이준익 감독과 ‘동주’, 박찬욱 감독과 ‘일장춘몽’ ‘헤어질 결심’ 등 명감독들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는 믿고 보는 배우로서 무서운 성장세를 그려왔다. 그간 맡은 캐릭터들을 간략하게만 훑어봐도 서번트증후군 피아노 천재(‘그것만이 내 세상’), 무명 래퍼(‘변산’), 미스터리 정비공(‘사바하’), 여장남자(‘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이렇게 다채로울 수가 없다.
어엿하게 30대 남자 배우 중 선두 주자로 우뚝 선 박정민은 마침내 류승완 감독과 본격적으로 의기투합,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예고하며 예비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26일 개봉한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 조춘자(김혜수)와 엄진숙(염정아)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1970년대 가상의 항구 마을 군천을 배경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과 시원한 수중 액션 등 차별화된 재미로 가득 채워져 있다.
박정민은 ‘밀수’ 출연에 대해 “감독님과 ‘유령’이라는 단편영화를 찍은 뒤에도 자주 연락을 나눴고 따로 뵙는 사이가 됐다. 감독님이 제작한 ‘시동’에 출연한 인연도 있다. 원래도 감독님의 팬이었는데 워낙 평소에 영화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이라 얘기를 들으면서 더 좋아하게 됐다. 사실 이전에도 감독님에게 출연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고 당연히 했어야 했는데 스케줄상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서 ‘밀수’는 감독님의 ‘출연해 볼 생각 있느냐’라는 전화 한 통에 대본도 안 읽고 바로 하겠다고 답한 거다. 제 캐릭터가 뭔지도 몰랐고, 그냥 ‘해녀들이 밀수하는 영화다’라는 한마디만 듣고 결정을 내렸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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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는 언론시사회부터 뜨거운 반응이 터지는 가운데 특히나 박정민의 반전 열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극 중에서 의뭉스러운 속내를 숨긴 ‘하남자’ 장도리로 분해 신선한 악역의 탄생을 알렸다. 자신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연기력으로 시골 청년의 순박함과 허세 가득한 야망남의 온도 차를 확연하게 나타내며 몰입감을 치솟게 했다.
박정민 역시 “해본 적 없는 캐릭터라 좀 놀랐다”라고 변신에 대한 설렘을 표출했다. 그는 “류승완 감독님이 대체 제 어떤 모습을 보고 장도리를 덜컥 맡기시겠다고 하신 건지 의아함이 있었고 감사하기도 했다. 재밌게 해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뛰어들었다”라고 남달랐던 각오를 상기했다.
장도리에 대해 박정민은 “‘밀수’의 다양한 캐릭터들 중에서도 가장 류승완 감독님의 말맛을 살릴 수 있는 역할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장도리를 두고 자기 고향에 그런 아저씨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더 시키는 대로 잘해야겠다 싶었다. 제가 집에서 뭘 준비해 가도 감독님이 던져 주시는 것보다 좋지가 않아서 감독님과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누며 만들어나갔다”라고 말했다.
완벽한 캐릭터 표현을 위해 몸무게 10kg을 넘게 증량하는 노력을 쏟기도. 박정민은 “처음엔 뱃사람 같은 단단한 몸을 원하셔서 벌크업을 하고 운동을 시작하려 했는데, 피팅 한 달 전쯤 ‘살크업’이 더 좋겠다고 이대로만 가자고 하셨다. 그럼 운동을 안 해도 되니까, 저도 ‘너무 감사하죠’ 했다(웃음). 체중 10kg 이상을 찌웠고 얼굴에 살 있고 배 나온 채로 나오게 됐다”라고 덤덤하게 얘기했다.
박정민은 볼록 나온 배와 더불어, 곱슬머리에 형형색색 복고 의상까지 파격적인 스타일을 감행하며 그야말로 ‘비주얼 쇼크’를 안겼다. 그는 “외적인 모습은 김혜수 선배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선배님이 평소에 멋지다 생각하는 복고 의상들의 사진을 저장해 두셨는데 그중에서 장도리에게 어울릴 만한 것들을 추천해 주셨다”라면서 “한참 코로나19 때라 원단을 구하기 힘들어서 터키에서 원단을 가져오고,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된 의상들이다. 파마도 가발이 아니라 제 머리다. 동네에서 할머니들이 하시는 파마를 직접 받았다. 오히려 극 초반에 순박한 모습일 때가 가발이다”라고 촘촘한 디테일을 강조했다.
강렬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지만, 180도 다른 변신에 부담감은 없었을까. 박정민은 “저는 오히려 변신한 비주얼을 보고 되게 신났다. 가면 하나 쓴 거 같은 느낌을 받아서 더 신나게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평소 제 모습이 아니라, 내가 뭘 해도 납득이 가는 허용 범위를 넓혀주는 그런 느낌이어서 장도리가 센 역할이긴 했지만 변신에 부담이 없었다. 영화가 잘 되면 관객분들이 오래 기억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역할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짜증 연기의 대가’로 떠오른 소감도 언급했다. 박정민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데 의식은 안 하려고 한다. 의식하면 연기할 때 방해될 것 같아서”라며 “‘밀수’ 중반부 이후에 확 가는 감정이 더 재밌긴 했다. 뭔가를 숨겨야 하는 연기는 능글능글 맞으면서 동시에 공격적인 뉘앙스를 풍겨야 해서 어려운데, 이판사판 하는 감정 연기는 ‘에라 모르겠다’ 신나게 몸을 던져서 했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박정민은 ‘밀수’로 뜻밖에 수중 액션의 재능을 발견했다. 그는 “원래 안전장치가 되어 있지 않으면 물에 들어가질 못 한다. 잠수 훈련하면서 많이 적응이 됐고, 생각보다 제가 물질을 잘해서 잠수 선생님이 놀라셨다. 산소통이 있으니까 안심이 돼서 즐기게 되더라. 커트해도 안 나오고 놀고 있곤 했는데, 류승완 감독님이 ‘그런다고 밀수2 안 나온다. 왜 뽐내고 있냐’ 하실 정도로 재밌게 찍었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평소 존경하던 류승완 감독에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등 굵직한 선배들과의 호흡으로 ‘밀수’는 더욱 특별한 필모그래피로 남았다. 박정민은 “김혜수, 염정아 선배님이 절 볼 때마다 자꾸 정말 예쁘고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다. 염정아 선배님은 지금까지도 명절 때 음식을 보내주시고 손수 만든 식혜를 챙겨주신다. 김혜수 선배님도 냉장고를 하나 더 사야 하나 싶을 정도로 음식 선물을 한가득 보내주셨다. 제가 시키지 않은 무언가가 늘 집 앞에 있었다. 정말 감사드렸다. (조)인성이 형도 감사한 게 ‘더 킹'(2017) 때 처음 뵀는데 그때는 그렇게 많이 만나지 못했다. 현장에서 한두 번만 보면 친한 사이가 되는 게 쉽지 않은데 먼저 다가와 주시고 연락을 자주 해주셔서 돈독해졌다. 그런 형과 또 함께한다니 마음이 편했다. 제가 연기할 때 외엔 사람들 눈도 잘 못 마주치고 칭찬에 되게 민망해하는 스타일인데 선배님들이 농담 식으로 편하게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큰 힘을 얻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보냈다.
박정민은 “제가 극 초반엔 약간 헤맸던 것 같은데 선배님들의 압도적인 아우라에 같이 끓어오를 수 있었다. 각자 역할로 딱 계시니까, 그 에너지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공을 돌리며 “‘밀수’ 촬영한 지 벌써 2년이 넘게 흘러 디테일한 순간들은 기억이 잘 안 나도 영화 자체가 정말 특별해서 개봉이 많이 기다려졌다. 현장 분위기가 아주 좋았고 류승완 감독님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자체로 행복했다.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한 시간들도 저한테는 좋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홍보 활동을 더 발 벗고 나서서 하는 게 있다”고 영화에 대한 찐 애정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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