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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윤아, ‘놀토’ 보고 속상하다고 문자 와…미안하더라” [TE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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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36)은 검정색 캡 모자에 네이비색 반팔 셔츠를 입고 다소곳이 앉아 이야기를 전했다. 조금은 느릿하고 생각이 많아질 때는 잠시 멈추는 말투가 매력적이었다.

박정민은 2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관련 인터뷰에 나섰다.

‘밀수’에서 박정민이 맡은 장도리는 카리스마 있는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 사이에서 찍 소리 한 번 못해 본 밀수판의 막내. 장도리는 잠시 이들의 공백이 생기자 자신도 한번 인생을 바꿔볼 수 있겠다는 야망으로 폭주한다.

장도리로 분한 박정민에게 가장 돋보이는 변화는 외모적 비주얼이다. ‘딴딴한 뱃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류승완 감독의 말에 박정민은 바로 운동하러 나서 살을 찌웠다.

“벌크업이 아니라 살크업이었다”는 박정민은 약 15kg 정도를 증량해 촬영 당시엔 80kg까지 나갔다로. “점검을 하는데, 제가 하얀색 메리아스 입고 배 나온 걸 보고 감독님께서 ‘정민군 이대로 나가는 건 어때?’라고 하셨어요. 전 너무 감사했죠. 그 다음날부터 운동을 안 가게 됐습니다. 당시 80kg였고, 지금은 10kg 이상 뺀 상태에요.”

장도리의 비주얼에 대해서는 류승완 감독의 디렉션을 그대로 따랐다. 장도리는 류승완 감독의 기억 속 ‘고향 아저씨’에서 출발했다고. “감독님이 정말 명확하게 말씀하신 건 감독님 고향에 그런 아저씨가 계신데, 감독님의 기억에 있는 아저씨의 행동들을 제가 따라한 거에요. 디렉션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는 캐릭터입니다. 제가 사실 뭘 준비해 가도 감독님이 툭 던져 주시는 것보다 좋지가 않아서 현장에서 받아서 했던 거 같아요.”

장도리에 대해서 박정민은 “전형적인 70년대 시골 아저씨 있지 않나. 그 중에 뭔가를 거치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 뇌를 거치지 않고 심장에서 나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었던 거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도리 패션의 완성에는 선배 김혜수가 큰 도움을 줬다. 박정민은 “스타일은 혜수 선배님의 도움이 가장 컸다. 선배님은 평소에도 작품 하시지 않을 때도 인터넷 하시다가 본인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하고 영화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상을 저장해 놓으신다더라”며 “당시 만든 옷도 많다. 코로나 때라 원단 구하기가 힘들어서 터키에서 원단을 가져와야 되는데 심혈을 기울여서 옷을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장도리의 충격적 비주얼 완성에 어떤 생각을 했냐는 질문에 박정민은 “충격받았다기 보다는 되게 신났다”고 했다. “이 정도면 학교에서 연기 수업 받을 때 가면을 쓰면 갑자기 연기하기 좀 더 자유로워지는 경우가 있어요. 마치 가면 하나 쓴 느낌 받아서 신나게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에요. 내 평소 얼굴이 아니니까 내가 뭘 해도 납득이 가는 그런 어떤 허용범위를 넓혀준 거 같다. 되게 신났던 거 같아요.”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등 아우라가 센 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어땠냐는 질문에 “아우라와 에너지가 크신 선배님들이시니까 제가 그걸 반감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며 “제가 못하거나 에너지를 받지 못해서 쩔쩔매서 연기를 잘 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기 호흡을 맞추다 보면 흔히 기싸움이 오고가기도 한다. 기싸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조인성을 이기겠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박정민은 조인성과 함께 붙은 액션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대본에 신과 관련된 음악들이 다 적혀 있어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라는 곡을 들어보니까 심장이 뛰는 느낌이더라고요. 그 음악이랑 이 액션신이 붙으면 어떤 느낌일까 싶더라. 리듬감이 중요한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간 중간 흘러가는 연기가 아니라 찍어주는 가는 연기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극중 박정민은 술을 먹다 분노하며 유리컵을 깨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와 관련 “현장에서 ‘아수라’의 정우성 선배님하고 비교하시더라. 너무 창피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조인성, 정우성을 이을 3대 미남 배우라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다 이내 “취소할게요, 그래도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니까”라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박정민은 함께 호흡했던 조인성의 외모에 대해 감탄을 감추지 않았다. “조인성 다음에 제 얼굴 컷이 붙는 게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고 말한 바 있던 박정민은 “재치있는 척 하려고 한 말인데 사실 조인성 선배의 클로즈업된 장면에 현장에서 탄성이 나왔다. 저 역시 너무 잘 생겨서 식겁했다”며 웃었다.

“그런데 저는 현장에서 탄성하는 반응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좀 걱정했죠. 저는 그냥 감독님이 말씀하시면 그대로 하고, 하나 하나 조립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 많아서 딱 끝나면 ‘그래 됐다’ 이런 느낌이었던 거 같아요. 어떤 혀를 내두를 만한 순간은 없었던 거 같아요.”

박정민은 현장에서 다방 마담 고옥분 역의 고민시와 막내 라인으로서 고군분투했다고 했다.. 박정민은 “(고)민시 배우가 캐스팅이 됐을 때 기분이 좋고 기대가 많이 됐었다. 선배랍시고 그런 건 아니지만 눈여겨 보는 후배 배우 중에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30대 중반이었는데 현장에서 막내였으니까요. 얌전히 앉아 있는데 민시도 옆에서 얌전히 앉아 있더라고요. 속닥속닥하면서 의논해 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가서 연기도 하고 하니까 그 순간순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민시가 ‘아, 저 어떡해요’라고 하고는 또 가서 막 소리 지르고 오고 그런 것들이 재미있었어요. 막내 2명이 현장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던 때였죠.”

박정민은 “근데 민시는 굉장히 성격이 밝다. 선배님들하고 잘 어울리고, 옆에도 잘 앉아 있더라. 전 그러질 못해서 사회생활을 잘 하는 고민시가 부러웠다” “저는 조인성 선배님 오면 옆에 가서 앉아 있고, 김종수 선배님 오시면 옆에 가서 있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연기했던 장도리 패거리들과 함께 놀고 그랬다. 형들이 웃겨서 재미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람 눈을 잘 못 마주친다’는 박정민에게 “왜 눈을 못 마주치냐”고 물었더니, “너무 창피해서요”라는 단순한 답이 돌아왔다. “제가 눈을 마주치면 ‘왜 쳐다보냐’고 할까봐요. 그래도 연기할 때는 눈을 보고 하잖아요. 그 때 만큼은 왜 쳐다보는지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요.”

작품 롤의 크기에 대해서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박정민은 “제가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면 선택하는 거 같다”며 “사실 주인공은 부담스럽지 않나. 저는 부담스러운 게 싫다”며 미소 지었다. “캐릭터나 배역, 시나리오, 그리고 만드는 사람이 누구냐도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죠. 롤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요. 다양한 사람이 되어볼 수 있다면 좋겠죠.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의 작품 제안이 오고 배역이 마음에 들면 특별히 따지지 않고 하는 편입니다.”

최근 ‘밀수’ 홍보차 tvN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에 출연한 박정민은 퀴즈를 잘 맞추지 못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특히, 과거 영화 ‘기적’으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임윤아가 현재 출연하고 있는 JTBC ‘킹더랜드’를 맞추지 못해 핀잔을 들었다.

이와 관련 박정민은 “윤아한테 문자 왔다. 제가 ‘킹더랜드’ 못 맞춰서 속상하다고”라며 “미안하더라고요”라고 웃었다.

‘밀수’는 오는 26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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