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액션·장르물 등 넓은 연기폭…”정통 멜로도 도전해보고파”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넷플릭스 ‘더 글로리’, ‘길복순’, ‘사냥개들’, tvN ‘이로운 사기’, ‘이번 생도 잘 부탁해’까지.
올해 상반기에만 출연작이 무려 5개에 달하는 ‘다작 배우’ 이해영(53)을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딱히 멋을 부리지 않은 단정한 흰색 셔츠에 검은색 양복바지 차림으로 자리에 앉은 이해영은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중 “아유 아닙니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가벼운 칭찬에도 “아유 아니”라며 민망해하던 이해영은 전성기를 맞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오자 “전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 배우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소리는 듣지만, 딱 그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특정 작품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생각은 안 해봤고,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아요. 그저 큰 공백 없이 연기 생활을 계속해왔을 뿐이고, 공교롭게 작품 공개 시기가 겹쳐 최근 얼굴을 자주 비쳤을 뿐입니다. 딱히 일이 바빴다고 느끼지도 않아요.”
최근 이해영은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와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 동시에 출연하며 일주일에 나흘씩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췄다.
‘이로운 사기’에서는 남자 주인공 한무영(김동욱 분)을 아들처럼 생각하는 멘토이자 롤모델 강경호를,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는 남자 주인공 문서하(안보현)가 유일하게 믿는 어른이자 좋은 외삼촌 이상혁을 연기했다.
이해영은 “두 캐릭터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강경호가 훨씬 단단한 인물”이라고 차이점을 짚었다.
그는 “강경호는 무조건 한무영을 아끼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던 반면, 이상혁은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불편한 심정이 보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해영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그는 반전 있는 캐릭터들을 주로 맡아왔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배신을 한다거나, 적인 줄 알았는데 든든한 아군이 돼주는 식이다.
강경호와 이상혁 모두 초반에는 주인공의 아버지 같은 존재로 비치지만, 극 후반부로 갈수록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의심을 샀다.
이해영은 “왜 자꾸 ‘반전 캐릭터’들을 맡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감독님께 선한 이미지와 악한 이미지가 공존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제 입으로 하기 낯 뜨겁고 창피하다”며 또다시 민망해했다.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2005)로 데뷔한 이해영은 드라마 ‘보이스'(2017·2018) 시리즈, ‘비밀의 숲2′(2020), 영화 ‘명량'(2014), ‘공조'(2017·2022) 등에 출연했다.
오랜 세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슬럼프는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잘해야 슬럼프도 겪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더니, “슬럼프는 없었지만, 어려운 시기는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우가 힘들 때는 아무래도 일이 없을 때”라며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질 때도 있었고, 반대로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힐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이 기대만큼 풀리지 않을 때는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볼 줄 알고, 본인을 믿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각자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적용되는 ‘맞고 틀린’ 기준은 없다고 생각해요. 남들 보고 세운 기준에 맞춰 스스로를 몰아갔을 때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자기가 실패했다고 느낄 수 있어요. 저도 그랬고요. 우선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고, 스스로를 믿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죠.”
코미디부터 사극, 형사물,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지만, 아직 멜로는 못 해봤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특유의 깊은 눈빛 때문에 ‘멜로 연기가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로 꼽히기도 하는 이해영은 “최근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감독님이 나중에 멜로 연기를 꼭 해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때 그 말을 처음 들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지금 내 연기가 마음에 안 드셔서 돌려 말하는 건가?’ 의심할 정도였어요. (웃음) 여태 멜로 대본은 받아본 적도 없거든요. 안 해봐서 어렵겠지만, 기회가 온다면 정통 멜로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벌써 차기작을 촬영 중이라는 이해영의 목표는 “잊히지 않고, 꾸준히, 착실히, 성실하게 연기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다.
“사실 연기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갖고 배우라는 직업을 시작했던 건 아니었어요. 막연한 꿈을 안고 시작한 일인데, 연기를 하다 보니 그 매력을 점점 더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할수록 더 고민이 많아지고, 연기가 어려워져요. 이 일을 계속 하게 되는 원동력인 것 같기도 해요.”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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