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위기의 한국 영화를 살릴 새로운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영화 ‘밀수’ 이야기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밀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와 류승완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영화 ‘부당거래’, ‘베테랑’, ‘모가디슈’로 큰 사랑을 받은 류승완 감독의 신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날 류승완 감독은 쏟아지는 OTT 작품 속에서 위기를 맞은 한국 영화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런 질문이 나올 것 같아 며칠 동안 생각해 봤다. 만드는 사람들이 잘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면서 “제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현장에서 막내부터 일을 하던 그 시기부터 영화계가 어렵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오히려 이런 위기 속에서 영화가 상업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이룬 건 ‘쉬리’(1997) 역할이 크다. 그땐 IMF라 경제적으로 힘들었을 때다.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 더 정신 차리고 만든다. 관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기본에 충실하게 본다면 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밀수라는 소재를 영화로 쓴 계기에 대해서는 “예전에 읽었던 단편집에서 부산에서 있었던 70년대 여성 밀수 이야기가 있었다. 회사에서 ‘시동’을 만드는 과정에서 군산의 박물관에 갔다가 밀수 사건을 찾아내면서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주 배경이 바다인 만큼 배우들은 수중 촬영을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준비했다고. 먼저 밀수 판에 뛰어든 조춘자 역을 연기한 김혜수는 “그때 저는 ‘소년심판’ 촬영 중이라 준비를 잘 못했다. 영화 ‘도둑들’ 촬영할 때 물속에서 공황 상태를 경험해서 많이 겁이 났는데, 서로 응원하면서 촬영해서 공황 상태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심혈을 기울이셨고 콘티 하나까지 정교하게 준비돼 있던 작품이다. 배우나 스태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는데, 나는 마지막 두 컷을 남겨두고 이마에 상처를 입어서 마지막 두 컷은 함께할 수 없었다”면서 “이마 찢어져서 다친 것보다 현장에 못 가는 게 속상할 정도로 현장을 좋아했다. 모두 함께 최선을 다했던 현장이다”라며 영화 ‘밀수’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해녀들의 든든한 리더 엄진숙 역의 염정아는 “촬영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수중 훈련을 계속했다. 나는 수영을 아예 못 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동료들과 함께 극복하면서 촬영을 잘 마쳤다”며 “오늘 영화를 보면서 수중 액션신이 나올 때마다 숨을 참으면서 봤는데, 그때의 기억이 나더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좋았다”고 화답했다.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는 조인성이 연기했다. 이번 작품에서 다양한 액션을 선보인 조인성은 “지상 액션 신은 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어렵지 않게 찍었던 것 같다. 다들 호흡이 잘 맞았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같이 나오는 배우들이 한 캐릭터씩 하지 않나. 웃음을 참는 게 어려웠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제 역할이 크지는 않았다. 국면을 전환하는 역할이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누가 테스트 촬영을 하려고 머리하고 분장하고 나갔는데 감독님이 제 모습을 보시고 ‘소싯적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아 그렇다면 감독님의 모습을 표현해야겠다’ 더 헷갈려졌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정민은 순수 청년에서 욕망에 불타오르게 되는 장도리 역을 맡았다. 그는 “내가 나오는 영화를 보기 전에 긴장을 많이 한다. 오늘도 떨면서 왔는데 영화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좀 많이 웃고 즐긴 것 같다”며 “모든 연기는 100% 감독님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렇게 웃으면서 액션신을 찍은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류승완 감독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찍으면서 힘든 점은 없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행복했던 현장이다. 다만 하나 힘들었던 게 있다면 인성이 형 장면 다음에 내 얼굴이 나오는 것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모두를 미소 짓게 했다.
군천의 밀수 사냥 전문 세관원 이장춘 역의 김종수도 류승완 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워낙 현장에 전문가를 배치해 줬다. 또 액션 쪽엔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라 즐겁게 찍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게 감독님의 역량 덕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군천의 정보통 막내 고옥분 역의 고민시도 “저는 수영을 할 줄 몰랐는데 처음부터 안전하게 물속에서 뜨는 것부터 배우고 차근차근 잘 준비해서 그 신을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며 “저 또한 감독님의 역량으로 재밌게 촬영한 것 같다. 현장에 가면 선배님들이 예뻐해 주시고, 이렇게 즐거울 수 있나 느끼게 됐다”고 고백했다.
류 감독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자, 조인성은 급하게 마이크를 다시 들고 “저도 그런 것 같다. ‘모가디슈’에 이어 ‘밀수’까지 함께할 수 있는 건 엄청난 일인 것 같다”고 거들어 웃음을 자아냈다.
‘밀수’는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여성 투톱 영화다. 이와 관련해 김혜수는 “여성 중심 영화를 제안해 주셔서 감사했다. 또 무겁지 않은 상업 영화라 더 좋았다”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 중심의 영화라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진 않았다. ‘내가 느낀 대로 현장에, 영화에 충실하자’ 이게 답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는 끝까지 잊지 않고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파트너 염정아에 대해서는 “염정아 씨는 배우로서 제가 갖지 못한 걸 파트너로서 많은 걸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염정아 씨는 힘을 빼고 하지만 많은 걸 느끼게 해준다”면서 “영화에는 담기지 않지만, 현장에서 우리만 느끼는 게 있다. 물 밑에서 상대의 눈을 볼 때, 온전히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은 정말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작업 자체도 즐거웠지만 예상하지 못한 첫 경험이 많은 현장이었다. 그런 것들이 굉장히 소중했다. 지나고 나서도 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자 파트너였다”며 “염정아 씨, 조인성 씨한테 많이 고맙다. 조춘자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채워주셨다. 아직 극복하지 못한 배우로서의 단점을 이끌어줬다. 고맙고 잊지 못할 파트너다”라고 강조했다.
염정아 역시 “저도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김혜수 선배님이랑 같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 류승완 감독님의 작품을 한다는 것도 그렇다. 물에 들어가 본 적 없지만 도전한 이유”라며 “언니랑 함께하면서 정말 많이 의지했다. 오늘 영화를 보면서 그때를 기억하게 됐다. 이런 영화가 흥행이 잘 돼서 또 다른 기획들이 많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혜수의 극찬에 조인성 “지금 들으면서도 울컥할 정도로 사랑을 많이 받았다. 선배님 말씀처럼 캐릭터 하나가 완성되기 위해선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관계에서 나오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반응들이 모여서 장면에 담긴다. 그걸 연기했을 때 감독님이 기가 막히게 알아봐 주시고, 그런 컷이 모이면 영화가 완성된 것 같다”고 자신했다.
영화 ‘밀수’는 오는 26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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