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정현태 기자] “정말 진심으로 연기하는 거는 가장 기본이지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매번 진심으로 연기한다는 거, 진실되게 연기한다는 거. 근데 평생을 그렇게 연기를 했으면 좋겠거든요.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저도 궁금해요, 제가 아주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어떤 배우라고 이야기 들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8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극본 한우주/ 연출 이수현/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에서 극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 이로움 역할을 맡은 천우희. 여느 배우들처럼 평소 두려움과 불안감을 안고 작품에 임하는 천우희는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TV리포트와 만난 천우희는 “끝나기 전까지 불안감은 계속 있는 것 같다. 작품에 대한 완성도도 있지만 제 연기에 대한 불안감인 것 같다. 그게 막 나쁜 의미가 아니라 항상 맡은 바를 충실히 다 해내고 싶은 제 욕심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천우희는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방식들이 각각 다르다. 어떤 분들은 그 감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환기시키는 분들이 있잖냐. 근데 저는 오히려 그 순간에 되게 직면하려고 하는 편이다. 저는 그 순간을 계속 들여다보고 곱씹으면서 자기 객관화, 자기성찰을 하려는 편이다. 불안감도 또렷이 보고 있으면 그 순간들이 다 사라지더라. 깊이 아는 건 아니지만 명상의 기법이라고 들었다. 오롯이 바라보는 것이 제가 항상 해왔던 방식이었는데 그게 명상 중에 하나라고 해서 잘하고 있구나 하고 계속 이 방법을 쓰고 있다. 어떤 상황이 왔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구나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구나 이런 걸 바라보다 보면 그 감정에 동떨어질 때가 있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어느덧 올해 데뷔 20년 차인 천우희. 그동안 그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연기를 위해 정말 쉼 없이 달려왔다. 천우희는 “사실은 연기란 게 허구잖냐. 지금은 아닌데 그 허구를 연기하고 만들어나가는 현장이 너무 즐거워서 거기에만 있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일상이나 현실감을 느끼고 싶진 않고 그냥 그 세계에만. 왜냐면 오롯이 여기에만 몰입하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으니까. 현실이 버거워서 도피가 아니라 그냥 이 세계가 너무 재밌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천우희는 “근데 일을 더 해나가고 나이가 한두 살 더 들다 보니까 결국은 삶이랑 연기랑 같이 가는데 내가 갖고 있는 일상 또한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지금은 일과 내 일상과 모든 것들을 다 사랑하고 잘 지켜갈 필요가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라고 했다.
그는 “어느 정도는 지금도 외부적으로 봤을 때는 워커홀릭처럼 보일 수는 있을 것 같다. 제가 8월 초부터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는데 모든 상황이 제가 시기를 조절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 쉬고 싶을 때 쉬고, 좀 쉬었을 때 새로운 일을 하면 좋겠는데 시기는 제가 조절할 수 없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고. 어느 순간 쉬고 싶다고 생각이 들지 모르겠는데 이 일을 하는 동안은 정말 쉬고 싶고 어느 순간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다가도 결국에는 또 하고 싶다. 연기는 계속 계속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호기심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천우희는 “제가 20주년인지도 몰랐고, 20주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20주년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제가 20년 동안 한다고 해서 매번 연기가 느는 게 아닐 거고, 매번 잘해오는 게 아닐 거고. 그냥 세월만 간다고 잘하는 거는 아니잖냐. 물론 이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해왔다는 거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냥 계속 제가 매년마다,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30주년 되고 40주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정현태 기자 hyeontaej@tvreport.co.kr / 사진=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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