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이 지난 16일(현지 시각) 프랑스에서 영원히 눈을 감았다. 향년 76세.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한 영국 여성’으로 불리는 버킨은 이날 오전 파리 자택에서 숨진 채 간병인에게 발견됐다고 BFM 방송, 일간 르파리지앵 등이 전했다.
프랑스 문화부는 트위터에 버킨의 별세 소식을 알리며 “버킨이 프랑스 거장들과 함께한 작품으로 영원한 프랑스어권의 아이콘으로 남았다”고 추모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의 언어 중 가장 아름다운 단어들로 노래한 버킨은 프랑스의 아이콘”이라며 그는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도 트위터에 버킨이 별세했다는 소식에 애도를 표하면서 그가 남긴 시대를 초월한 유산은 영원할 것이라고 추모의 글을 올렸다.
버킨은 2021년 9월 가벼운 뇌졸중을 앓고 나서 그해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올해 3월 콘서트가 잡혀있었으나 어깨뼈를 다치면서 복귀가 미뤄져 왔다.
영국 런던에서 1946년 태어난 버킨은 22세 때 프랑스로 건너와 가수, 배우로 활약하며 1960∼1980년대를 풍미한 프랑스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1968년 18세 차이가 나는 프랑스 유명 가수 세르주 갱스부르와 사랑에 빠진 뒤 이듬해 발매한 ‘주템므 모아 농 플뤼’는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10년 동안 연인 관계를 유지하며 동거해온 두 사람은 음악적 파트너로도 함께하면서 ‘예스터데이 예스 어 데이’와 같은 명곡을 여럿 남겼다.
1967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영화 ‘욕망’에 단역으로 출연해 노출 장면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화배우로서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버킨은 이후에도 자크 리베트, 장뤼크 고다르, 아녜스 바르다 등 누벨바그 거장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버킨은 2013년에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카메오로 특별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홍 감독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버킨이 콘서트를 위해 서울에 왔다가 공연기획사를 통해 연락을 해왔고 영화 출연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여성의 권리와 성소수자 권리를 위해 싸워온 버킨은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도 유명했다. 명품 에르메스의 가방 ‘버킨백’에 영감을 준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버킨백이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인’ 백이 없다는 버킨의 불평을 들은 에르메스 회장 지시로 제작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버킨은 2015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내 이름이 붙은 에르메스 백에 쓸 악어를 잔인하게 죽인다는 걸 알고 나서 에르메스사 관행이 국제 규범에 맞을 때까지 내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으며 이 일로 동물보호단체의 찬사를 받았다.
버킨은 갱스부르와 사이에서 딸 샤를로트 갱스부르(52)를 낳았고, 1980∼1992년까지 영화감독 자크 드와이옹과 함께하며 슬하에 루 두아이옹(41)을 뒀다. 두 딸도 가수, 영화배우,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1965년 결혼해 3년 만에 이혼한 영국의 작곡가 존 배리와 사이에도 딸이 있었지만 2013년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