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프로듀서 250, 화제의 음반 ‘뽕’ 국내 첫 단독 콘서트
뽕과 EDM의 절묘한 조화…’둘리’ OST 등 추억 여행에 깜짝 떼창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뿡짝 뿡짝 뿡짝짝 뿡짝∼’
지난 15일 밤 한국 공연문화의 ‘심장’과도 같은 세종문화회관에 난데없는 ‘뽕짝’이 울려 퍼졌다. 선명한 붉은 조명이 묘하게 선정적인 분위기를 빚어내는 가운데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사운드에 장내를 가득 메운 관객은 리듬에 몸을 탄 채 고개를 흔들었다.
바로 음악 프로듀서 250(이오공)이 연 단독 콘서트 ‘아직도 모르시나요’에서다. 이번 콘서트는 그가 지난해 국내·외 평단의 극찬을 받은 앨범 ‘뽕’ 발매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연 단독 공연으로 관심을 모았다.
‘아직도 모르시나요’는 세종문화회관이 동시대를 선도하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는 공연 프로젝트 ‘싱크 넥스트 23’의 하나로 마련됐다.
250은 첫 정규 음반 ‘뽕’으로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을 단숨에 거머쥐었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 K팝 시장을 뒤흔든 걸그룹 뉴진스의 작곡가라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그는 일약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음악 프로듀서로 등극했다.
관객들이 출입문 근처에서 판매하는 생맥주를 사 들고 분위기를 즐기는 가운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공연은 막을 올렸다. 붉은 조명과 뿌연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무대는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자아냈다.
조명 색깔이 바뀌고 250이 등장하자 공연장에는 환호와 함성이 나왔다.
250은 자신의 전매특허 같은 ‘뽕짝’ 사운드를 ‘뿅뿅뿅’ 하고 들려주면서도, 신시사이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사운드와 절묘하게 버무려 생경하면서도 날카롭지 않게 포장해냈다.
한(恨)스럽지만 무작정 슬픔에 매몰되지는 않고, 신나지만 경박하지는 않은 그 사이 어딘가를 파고든 힙(HIP·멋진)한 사운드에 관객들은 즐거움을 숨기지 못했다. 구릿빛 피부에 장발 차림으로 사운드를 빚어내기에 집중하는 250의 모습은 신비감을 더했다.
250은 어느덧 전자 기타를 곁들여 몰입도 높은 EDM 본연의 사운드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박자가 ‘뚝’ 하고 느려지고, 1980년대 누아르에 잘 어울릴 법한 묵직한 레트로 사운드가 나오자 관객들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여유 있는 박자와 중후한 사운드는 토요일 밤에 잘 어울리는 쓸쓸한 감성과 깊은 여운을 남겼다.
250은 ‘뽕짝’과 EDM 모두를 아우르는 사운드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무대를 선물했다. ‘로얄 블루’, ‘모든 것이 꿈이었네’, ‘휘날레’ 등 ‘뽕’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선보였다.
그는 남녀노소 익숙한 ‘아기공룡 둘리’ OST도 들려줬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외로운 둘리는 귀여운 아기공룡∼’ 하는 떼창이 빚어졌다.
바로 이 ‘아기공룡 둘리’ OST를 부른 가수 오승원이 특유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공연 말미 ‘휘날레’를 가창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치 아날로그 TV가 ‘지지직’ 하고 화면이 잦아드는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약 70분에 걸쳐 쉴 새 없이 휘몰아치던 사운드를 뒤로 하고 공연은 막을 내렸다. 250은 모든 곡을 마친 뒤 관객을 향해 두 팔을 흔들어 보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는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말 대신 사운드로 풀어낼 것은 다 풀어낸, 파격을 거듭한 250다운 마무리였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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