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의 수호가 주연으로 나선 뮤지컬 ‘모차르트!’가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인기 아이돌이 나섰음에도 평일 좌석은 물론 주말까지 빈자리가 절반 가까이 되는 상황이다. 티켓 파워가 있는 아이돌로 흥행을 노리던 뮤지컬 업계의 공식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모차르트!’는 주말인 15~16일 공연에도 좌석이 수백개 이상씩 남아있다. 인기 아이돌 수호 역시 가까운 평일 또는 주말 공연조차 빈자리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사실상 흥행 실패라는 게 뮤지컬 업계의 평가다.
수호 공연의 경우 가장 가까운 캐스팅 날짜인 오는 19일 오후 2시30분 공연은 14일 오후 8시 기준 1층 1030석 가운데 300석 가량이 비어있다. 나머지도 일부는 기획사 보유분 등으로 추정된다. 실제 유료 판매 티켓수는 더 적었을 것이란 얘기다. 2층은 사실상 텅텅 빈 수준으로 빈자리가 남아있다.
평일 낮 공연이라 유난히 표가 안 팔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수호의 가장 빠른 주말 공연인 7월 29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공연은 같은 시간 기준 1층의 절반 가까이가 예매 가능한 상태다. 황금 시간대인 토요일 저녁 공연이 공연 2주여를 남기고 이 정도 판매됐다는 건 흥행 실패를 넘어 참패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29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공연 티켓 상황. 14일 오후 8시 기준, 자료: 인터파크>
흥행 실패의 요인으로는 음향 문제로 원성이 높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라는 점, ‘모차르트!’가 그동안 꾸준히 공연돼온 만큼 뮤지컬 팬들로서는 재관람의 필요를 크게 못 느꼈다는 점 등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연 배우의 실력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다. 만일 주연 배우가 홍광호 정도 되는 톱급 뮤지컬 전문 배우였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겠냐는 게 팬들의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26일 실관람자가 인터파크 후기란에 “주연배우가 노래를 정말 못하네요. 아이돌 뮤지컬 몇번 봤는데 그 중 최악입니다. 그 정도면 민폐 아닌가요? Vip석에 17만원 거금이 너무 아깝네요.”라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지난 6월 수호가 프레스콜에서 보여준 주요 넘버는 발성이나 호흡 그리고 연기까지 무엇하나 제대로 된 주연 배우급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일부 고음에서는 아예 음을 정확히 내지 못하며 플랫(b)된 소리를 냈다. 모두 단기간에는 개선이 어려운 부분들이다.
높은 티켓값도 한몫 했다. VIP석은 17만원, R석은 14만원, S석은 11만원 등이다. VIP석과 R석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두 사람이 조금 괜찮은 자리에서 보려면 최소 28만원은 잡아야 하는 수준이다. 높은 티켓값에는 아이돌을 캐스팅하면서 들인 비용도 반영돼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연 배우인 수호는 남탓하기에 바쁘다. 수호는 최근 팬 소통 플랫폼 디어유 버블에 ‘모차르트!’ 하이라이트 시연 후 이어진 비판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제가 조금만 실수해도 이렇게 조롱하고 비하당할 게 그려져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밝혔다. 자신에 대한 뮤지컬 팬들의 평가를 조롱과 비하라고 칭했다. 부족한 실력에 대한 반성의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자기 정당화와 핑계 그리고 팬들을 상대로 한 칭얼거림이었다.
한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높은 캐스팅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돌을 데리고 왔는데, 이 정도 흥행 실패면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도 상당한 손해를 봤을 것”이라며 “실력을 제대로 갖췄는지 냉정하게 평가도 하지 않고 아이돌로 흥행 몰이를 하겠다는 제작사측의 안일한 태도가 흥행 참패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유튜브 등에는 뮤지컬 입시생들이 올려둔 뮤지컬학과 합격 실기 영상 등이 종종 올라온다. 전공 1학년생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호흡이나 연기 그리고 발성이 전문 배우 못지 않게 훌륭한 경우가 많다. 영상만 놓고 비교하면 아이돌보다 실력이 월등하다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실력을 갖추고, 자신의 모든 걸 바쳐 실력을 쌓았지만 제대로 된 무대의 주연으로 서보지 못하는 배우들이 수도 없이 많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아닌, 대학로 지하 소극장이라도 자신의 목소리로 채우고 싶은 이들이다. 일반 배우든, 아이돌이든 섣부른 실력으로 무대에 서기 전에 자신이 이들의 꿈을 밟고 올라서는 것은 아닌지 한번 쯤 돌이켜 봐야 할 듯 하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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