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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웹툰작가 기안84가 벌써부터 올해 ‘MBC 방송연예대상’의 강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23년 상반기가 이제 막 지났지만, 곳곳에서 확신의 대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기세가 더욱 심상치 않다.
기안84의 대상 대세론을 끌어낸 예능은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다. 시즌1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송됐고, 5.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시즌2와 3의 제작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시즌1이 기안84, 이시언과 빠니보틀과의 남미 여행기를 그렸다면, 지난 6월1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시즌2는 기안84와 덱스, 빠니보틀이 인도 여행기를 이어가고 있다. 시즌2 1회가 4.7%로 출발해 2회 자체최고시청률 5.8%를 경신했고, 3회와 4회가 각각 5.4%와 5.5%를 기록했다. 시즌1이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SBS ‘런닝맨’과 경쟁했다면 시즌2는 KBS 2TV ‘걸어서 환장 속으로’,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와 경쟁 중이다.
‘태계일주’는 시즌1과 시즌2 모두 고정 시청층이 확고한 일요일 황금 시간대에 편성돼 5%대 시청률을 유지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시즌2의 경우 10%대 시청률을 유지 중인 ‘미우새’가 경쟁 상대이지만, 젊은 시청자들 사이 화제성과 파급력은 ‘미우새’ 못지않다는 점에서 콘텐츠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근까지 여행 예능이 쏟아져 나왔지만, 각 프로그램이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과 달리 ‘태계일주’는 시즌3까지 확정지을 만큼 성공적인 여행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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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계일주’의 인기 비결은 단연 기안84의 독보적인 캐릭터에서 기인한다.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로 불릴 만큼,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한결 같은 생활 패턴을 유지해 온 그다. 지난 2016년 MBC ‘나 혼자 산다’에 처음 출연했을 당시만 해도 어느 정도 방송에 비치는 이미지를 고려해 왔던 스타들과 달리, 상식을 깨부수는 예측불가 캐릭터를 보여주며 화제가 됐다. 방바닥에서 테이블을 깔지 않고 음식을 먹거나, 마르지 않은 옷을 입고 외출해 건조시키는가 하면, 시상식에 평상복을 입고 등장하는 등 기행에 가까운 모습으로 상황이 되는대로 대충 사는 일상이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기안84의 이같은 모습은 조금의 변화조차 없이 7년째 한결 같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그의 모습을 더욱 날것의 ‘리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서도 여전히 위생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섞어 요리를 하고, 숟가락이 없어 맨손 김치볶음밥 먹방을 펼치는가 하면, ‘혼모'(혼자 모텔)를 즐기며 힐링을 하는 모습으로 ‘짠내’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전현무 역시도 “대상을 지금 줄까”라며 최근 ‘태계일주’로 더욱 물이 오른 기안84를 놀려 웃음을 안겼다.
이같은 기안84의 캐릭터는 ‘태계일주’만의 독자적인 재미를 만들어 낸다. 남미 여행 때도 크로스백 하나에 옷 한 벌만 들고 출국하는가 하면, 이번에도 남미 여행 때와 똑같은 크로스백을 구입한 후 인도로 향하는 등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의 삶조차 틀에 가두지 않고 살아가듯, 현지에서도 편견 없이 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스며드는 모습으로 더욱 생생한 여행기를 그려냈다. 거침없는 맨손 카레 먹방을 보여주는가 하면, 맑지 않은 갠지스강에서 헤엄치고 물도 떠먹는 등 여행자들이 선뜻 해내기 어려운 경험들을 보여주며 기존 예능과 확연히 차별화된 그림들을 담아냈다.
이에 기안84가 보여주는 여행기는 보다 현지에 더욱 밀착돼 있다는 인상을 준다. 영어조차 잘하지 못하지만 특유의 호기심과 친화력으로 금세 인도인들과 가까워져 결혼식에도 참석하기도 하고, 발리우드를 연상하게 하는 광란의 댄스로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인도에서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빨래터에서 빨래 하기에 도전했다가 빨래 지옥에 갇히는가 하면, 뉴델리행 기차에 올라탔다가 클래스가 낮아질수록 열악해지는 ‘설국열차’를 경험하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무엇보다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슬리퍼 클래스에서 인도인들과 살을 맞대고 앉은 채 소통하며 여정을 이어가는 모습도 색다른 볼거리였다.
한때 기안84의 캐릭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이어왔다는 사실은 새삼 현재 ‘태계일주’의 리얼리티를 형성하는 큰 힘으로 작용했다. 그의 엉뚱한 캐릭터가 만들어 내는 낯선 현지에서의 에피소드들은 큰 재미를 주면서도,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고 소소한 인연을 만들어 가는 모습 또한 따뜻한 여운을 전해주기도 했다. 감성이 충만한 예술인으로서 화장터와 축제의 장이 공존하는 갠지스강에서 삶과 죽음을 고찰해 보는 모습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인도 여행의 또 다른 이면과 마주하게 했다. 그 어느 여행보다도 솔직하고 리얼하면서도, 재미와 의미를 다잡은 여행인 만큼, 기안84의 대세 행보에 더욱 많은 지지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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