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눈에 띄게 이익을 좇는 얄미움. 그래서 밉고 또 밉지만 이따금씩 측은한 마음이 든다. ‘낭만닥터3’ 양호준의 이야기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에서 양호준은 한결같이 ‘미운’ 인물이다. 양호준을 보고 있으면 나를 못살게 굴었던 상사, 동료, 친구가 떠오른다. 현실에 있을 법한 밉상이다.
그럼에도 미워만 할 수 없다. 누구나 한 번쯤은 양호준 같은 선택을 했거나 그런 선택을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 말이다. 그런 면에서 따뜻함으로 가득 찬 ‘낭만닥터 김사부’ 돌담 병원 속 가장 현실적인 인물은 양호준이 아닐까 싶다.
‘낭만닥터 김사부3’ 종영 이후 양호준을 연기한 배우 고상호를 만났다. 고상호 또한 시청자들처럼 양호준을 애증의 캐릭터로 기억하고 있었다.
“양호준이 나쁘기만 했다면 덜 미웠을 거 같다.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공감하고, 마음껏 미워할 수 있던 게 아닐까 싶다. 시즌 3에서 양호준은 한층 성장한 모습이었다. 시즌 2에서 선보였던 이기적인 면모는 그대로지만, 돌담병원의 상황에 적응한 거다. 살아남기 위해 환경에 순응한 거다. 이마저도 인간적인 거 같다.”
아무리 악한 역할이라고 해도, 배우만큼은 캐릭터를 온전히 미워만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상호도 그랬다. 양호준을 온전히 이해해야만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타당성을 하나씩 찾아나갔다. 양호준은 자신의 위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그러고 보니 양호준의 선택이 이해가 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양호준이 비난받으면 내 일인 것처럼 항변하게 되더라. 캐릭터와 완전히 동기화된 거 같다.(웃음)”
얄미운 배역 탓에 겪었던 ‘웃픈 일화’도 있다. 지인은 물론 같이 연기를 한 배우들까지 드라마에 과몰입한 시청자들을 조심하라는 일종의 주의보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시즌 2 촬영 당시 한석규 선배님이 ‘호준아, 외출할 때 조심해라. 돌 맞을 수 있다’고 하셨다. 다행히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알아보는 분이 많지 않았다. 더 다행인 건 시즌 3에선 인간적이고 코믹한 모습이 담겨서 걱정을 덜었다. 이제는 마스크 벗고 다녀도 무서울 게 없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고상호에게 많은 것을 남겼지만, 사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카메라 안팎으로 ‘사부’의 역할을 했던 배우 한석규와 나눴던 대화는 고상호의 인생에 큰 자산이 됐다.
“한석규 선배님과 연기는 물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선배님께서는 아직도 본인의 연기를 잘 못 본다고 하시더라. 연기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선배님의 진심 어린 조언을 듣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고상호에게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는 남다른 작품이다. 고상호가 아닌 양호준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연기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가 본격적으로 매체 연기를 선보이게 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즌 2부터 양호준으로 살았다. 헤어짐이 많이 아쉽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매체 연기를 제대로 맛보게 해준 작품이다. 인생에서 처음은 항상 큰 의미를 갖는 거 같다. 끝났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여전히 현장에서의 기억이 생생하다.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피엘케이굿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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