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배우 박보경이 오랜 경력단절 끝에 배우로 복귀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벅찬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 ‘나쁜엄마’를 마친 배우 박보경이 20일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활발한 연기활동을 펼치고 있는 근황에 대해 “꿈 같고 거짓말 같더라. 연극 공연할 때도 매체 연기하는 건 극 소수의 선배님들이었다. 이제야 넓어진 것 같다. 저는 단절의 시간이 10년이 넘었다. 매체 오디션을 본다는 자체가 너무 신기하다. 떨어지기도 많이 떨어졌지만 저에게는 되게 꿈 같더라. 현장이 연극할 때와는 다른 재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나쁜엄마’ 현장에 연극했던 선, 후배님들이 계시니까 같이 대사도 맞춰주셔서 훨씬 긴장이 빨리 풀렸다. (안)은진이까지 다들 무대 경험이 있던 분들이라 현장에서 대본 연습을 해준 것이 너무 좋았다”며 “또 ‘단톡방에 들어갈 수 있다니’ 싶었다. 사실 단역이나 2~3회차만 찍을 땐 들어가기 쉽지 않다. 밥 먹으러 모이자고 하고, 안부도 묻고, 누구 CF 찍었다고 하면 멋지다고 축하해주고, ‘오늘부터 그것만 마실게’하고 인증샷 찍어주기도 한다”며 단란했던 ‘나쁜엄마’ 팀의 팀워크를 뿌듯하게 소개했다.
이들의 팀워크는 베테랑 배우들에게도 특별했던 경험이었다고. 박보경은 “진짜 동네사람들처럼 지냈다. 선배님들이 저를 포함해 도현, 은진, 비라씨 등 후배 분들에게도 ‘이런 현장 만나기 정말 어렵다. 스태프, 배우들 다 보고싶어하고 작품도 좋기 힘들다. 너네 되게 복 받은 거야’라고 했다. 다른 현장이 이같지는 않으니 마음을 빨리 정리해서 잘 적응해야 한다고 해주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는 김치 담그는 날에는 거기 모여 따뜻한 밥을 먹었다. 소품으로 마늘 까는 장면이 나올 땐 진짜로 다들 연기 안하고 마늘 까는데 집중했다. 스태프들에게 다들 요만큼씩 나눠줬다. 그걸 또 은진이가 파스타 해먹었다고 사진을 올려주더라. 김치 담궈서 다들 나눠서 가져가고, 떡을 만드는 장면에서는 콩고물 묻혀서 다들 한 입씩 먹여주고, 고기 구운 날엔 스태프들 먹이러 다니고 그랬다. 너무 좋았고 그립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그리웠던 현장에 육아 이후 10여년 만에 복귀한 박보경에 대해 남편 진선규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아내가 현장에 나가는 모습이 너무 신나보이고 좋더라”고 뭉클한 마음을 전한 바 있다.
박보경은 이에 대해 “제가 10년 동안 슬퍼한다거나(연기)하고 싶은 티를 안 냈다. 늘 미안해하는 사람인 걸 아니까 ‘아니야 오빠 애를 낳자고 한 건 내 결정이고, 누구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 자리에서 애들 키우고 있을게 마음껏 잘 하고 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운다거나 우울증이 온다거나 그런 모습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현장에 가는 건 너무 많이 바랐다. 혼자 운 적도 있다. ‘아 나는 이제 배우라는 꿈을 꾸면 안되는 사람이구나. 아이들에겐 아직 내가 필요하니까’ 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당장 일이 생겨서 나가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다 정말 일이 들어와서 현장에 갔는데 스트레스 받지 않고 너무 가고 싶고, ‘왜 다음 현장까지 이렇게 시간이 오래 비는거야’ 하는 작품을 만났다. 그래서 남편도 그런 모습을 본 것 같다. 남편과 같이 밥을 먹거나 술 한잔 할 때 현장에서 오늘 어떤 일이 있었다고 조잘거린다. 그걸 보면서 ‘여보 되게 좋아보인다’ 하더라. ‘내가 좋아보여?’ 하면 ‘되게 좋네. 좋아하고 있네’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 저도 ‘어 그러네?’라고 했다”고 뿌듯했던 순간을 전했다.
그는 “항상 마음은 있었지만 연기를 언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건 몰랐다. 아이들이 다 크면 연극 무대에서 할머니 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매체 연기는 생각도 못했다”며 “기회가 빨리 좋게 왔다. 사실 엄마 역할만 하게 될 줄 알았다. 회사에는 조금 미안하지만 엄마 역할이 굳어지게 될까봐 피하고 싶어서 기다렸다. 뭘 믿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조금 다른 모습인 ‘작은 아씨들’의 비서 역할도 해보고, 전혀 맡을 수 없었던 팩 쓰는 이장부인 역도 해보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박보경은 비슷한 또래의 경력단절을 겪고 있는 다른 배우들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거듭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스스로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고.
그는 “이게 진짜 어려운데 희망고문이다. (위로하는)그 말이 저도 듣고 싶지 않았고, 저도 지금도 누구에게 하지 않는다. ‘너도 조금 애 키우고나면 언젠가 될거야. 나를 봐’ 이러는데 이 바닥에선 정말 그게 어려운 일이다. 저는 사실 그런 말을 안한다. 만나면 오히려 다른 얘기를 하고 아이 키우는 얘기만 한다. 주변에서 ‘작품 활동 하니까 너무 좋다’고 하면 ‘고마워 에이 뭐 또 이러다 돌아오는 거지. 내 삶은 가정이니까’ 이렇게 답하고 깊이 안 나가게 된다. 그 마음을 아니까. 10년 동안 갇혀있던 마음을 아니까. 언제라고 끝이 없다는 걸 아니까. 저도 이러다가 어느날 또 작품이 안 들어오면 쭉 쉬는 것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최근 배우 오만석을 만난 일화를 전했다. 박보경은 “얼마 전 만석 선배님이 ‘배우는 평생 무직이다. 작품 들어갔을 때는 배우고, 다른 때는 네 삶을 사는 박보경이야. 난 오만석이고. 일할 때만 배우다. 연기 말고 더 좋아하고 재밌고 가치있는 걸 찾아야 돼. 안 그러면 우울해진다. 배우만 할 거야? 배우라는 직업이 특히 더 그래’라고 하시더라. 그 말에 힘을 얻었다. ‘나는 일할 때만 배우야. 내 삶을 잘 견디고 살아야지’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늘 무직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박보경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배우 아빠에서 배우 엄마까지 생긴 자녀들의 반응도 웃음을 자아냈다. 박보경은 “제가 촬영을 간다고 하니 ‘왜요?’하고 너무 놀란 거다. ‘엄마는 언제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어?’ 이러더라. 배우가 되고 싶으면 그냥 ‘오늘 한다’ 그러면 되는 것인 줄 알았나보다. 제가 공연했던 적도 없고, 엄마는 엄마인 거니까”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박보경은 남편 진선규의 취미인 러닝을 하며 달라진 점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왜 뛰는 거지 하는데 뛰면 멈출 수가 없다. 특히 마라톤을 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주변에 일이 없어서 우울한 친구들이 많은데, 남편이 운동화를 선물해주며 같이 뛰자고 한다. 그 모임으로 뛰는 스케줄을 잡아준다. 그러면서 마음의 우울함을 극복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 또 감독님들도 있고 많은 직업군이 함께 뛰러 나온다. 같이 뛰면서 작업을 하게 된 친구들도 있다. 작게 뛴 것이었는데 넓어지더라. 그래서 남편도 중독되어 있는 것 같다”고 운동의 긍정적인 영향을 전했다.
덧붙여 “저는 장기 계획을 세우진 않지만 다음 작품을 위해 몸을 준비 중이다. 이틀에 한 번은 5km씩 뛰고 있다. 지금까지는 작품이 운 처럼 와서 하게 됐다면, 이제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서 준비를 미리 할 시간이 됐다”며 각오를 다져 기대를 더했다.
‘나쁜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영순’(라미란)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다. 지난 8일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영했다. 박보경은 이번 작품에서 팩으로 항상 얼굴을 감추고 있는 미스테리한 이장 부인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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