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
“박성웅, 진짜 조폭 보스 아냐?”
배우 박성웅이 ‘사냥개들’로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전 세계 안방극장을 씹어 먹었다.
박성웅은 영화 ‘신세계'(2013)의 이중구로 레전드 캐릭터를 남겼으나, 최근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이미지 소모에 그치는 다작 행보를 걸었다. 지난해 영화 ‘대무가’ ‘젠틀맨’에 이어 올해 ‘웅남이’까지 관객들에게 이렇다 할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작품성과 흥행 실패는 차치하고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연기는 관객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워낙 탁월한 연기력을 소유한 박성웅이기에 기대감이 큰 만큼 아쉬움을 준 것.
하지만 실망은 금물. 주춤함은 잠시뿐이었고,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로 다시금 진면목을 확인시킨 박성웅이다. 우리가 알던 ‘믿고 보는 악역’ 박성웅이 돌아오며 다시 한번 ‘신세계’를 열었다. ‘사냥개들’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건우(우도환)와 우진(이상이)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영화 ‘청년경찰’ ‘사자’의 김주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각본을 썼다.
박성웅은 극 중 불법 사채업자 김명길 역할을 맡았다. 자신의 꿈인 카지노를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끌어모으는 악랄한 인물을 소화했다. 그는 연기에 굶주린 것처럼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백발백중 사냥에 성공해 그야말로 매 장면을 씹어 먹으며 포텐을 터뜨렸다.
‘신세계’ 이후 비슷한 악역 캐릭터를 여러 차례 연기해왔음에도, ‘또 조폭’이 아니었다. 박성웅은 한층 진화한 빌런으로 낯선 얼굴을 꺼내며 전작의 아쉬움을 달래듯 통쾌한 활약상을 보여주었다.
김명길이라는 꼭 맞는 맞춤 슈트를 착용하니 박성웅만이 지닌 독보적인 클래스가 빛나며 ‘사냥개들’에 날개를 달아줬다. 서늘한 눈빛과 말투, 위압적인 존재감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극악무도한 김명길의 폭주에 충분히 설득력을 부여하고 우도환과 이상이의 브로맨스 서사에 깊이를 끌어올리는 큰 역할을 해냈다. 빈틈 없이 강력한 박성웅 표 빌런 열연으로 ‘사냥개들’ 전반에 팽팽한 긴장감이 끊기지 않고 맴돌았다. 그는 단연 8회 마지막 회까지 숨 막히는 쫄깃한 전개를 가능케 한 일등공신이다.
또한 박성웅은 맨몸, 검투 등 강렬한 액션 연기를 능수능란하게 펼치며 ‘사냥개들’을 휘어잡았다. 후배 우도환의 날렵한 복싱 액션 못지않은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으로 ‘중년의 힘’을 보여줬다.
더군다나 ‘사냥개들’은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킨 주연 김새론(현주 역)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은 바, 역량을 200% 발휘한 박성웅 덕에 몰입도가 치솟으며 이를 상쇄할 수 있었다. 박성웅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사냥개들’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성웅의 칼을 갈은 열연에 힘입어 ‘사냥개들’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부문(비영어)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맛봤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프랑스, 브라질 등 22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전 세계 88개 국가의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그렇게 따라다니던 ‘신세계’를 잠시나마 잊을 만큼 뛰어난 캐릭터성을 보여줬다”, “박성웅이 너무 열심히 해줘서 불안해하며 봤다”, “진짜 조폭 보스를 데려다가 쓴 것 같다” 등 박성웅에 대한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박성웅은 데뷔 26년 차임에도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알을 깨는 성장을 일궜다는 것이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라방’에선 인터넷 방송 BJ로 변신,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여전히 보여줄 게 많은, 차기작이 궁금한 배우임을 새삼 증명해낸 박성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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