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범죄도시 3’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남긴 캐릭터는 누구일까. 아마 많은 이들이 망설임 없이 ‘초롱이’를 꼽을 것이다. 초롱이를 연기한 이는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은 생소할 수 있는 배우 고규필이다. 고규필은 ‘범죄도시 3’를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각인하고 있다. 사실 고규필은 아역 출신 배우다. 1993년 영화 ‘키드캅’으로 데뷔했다. 벌써 데뷔 31년차라는 고규필의 연기 커리어를 한번 훑어본다.
1993년 개봉한 ‘키드캅’은 이준익 감독 데뷔작이다. ‘키드캅’은 어린이 5명과 도둑 조직 간의 대결을 다룬 아동 영화다. 고규필은 어린이 5명 중 한 명으로 극에 등장한다. 고규필은 역시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그는 11세에 이 영화에 출연하며 얼떨결에 배우의 삶을 시작했다. 당시 모험 영화 ‘구니스'(1985)를 보고 연기에 푹 빠졌던 고규필은 어머니를 졸라 연기 학원을 등록해 다니기 시작했다. 2주 정도 학원을 다녔을 때쯤 포동포동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키드캅’에 캐스팅되는 우연한 기회를 얻게 됐다. 고규필은 과거 매일경제인터뷰에서 “(저는) 한 살 때부터 뚱뚱했다. 연기? 그런 거 잘 몰랐다. 누군진 기억 안 나는데, ‘춤출 줄 아냐’ 해서 막춤을 췄더니 뽑아주시더라”며 ‘키드캅’ 캐스팅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한 자리 비어 급하게 뽑힌 것”이라며 겸손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키드캅’에서 첫 연기를 보여준 이후 고규필은 짧지 않은 공백기를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연기 학원을 등록했을 때부터 진지하게 배우의 꿈을 꾸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규필은 남들처럼 평범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중 함께 어울려 지내던 친구들이 다 연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 친구들 중 몇 명은 고규필에게 말도 없이 KBS 탤런트 공채 모집에 원서를 내버렸다. 배우가 천직이었던 것일까. 고규필은 자신이 내지도 않았던 시험에 덜컥 합격해 KBS 20기 공채 탤런트 타이틀을 얻게 됐다. 재밌는 점은 당시 원서를 대신 내줬던 친구들은 모두 시험에 떨어지고 고규필만 혼자 덩그러니 합격해 공채 탤런트가 됐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고규필은 2003년 이후 다수 KBS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 활동을 이어갔다. 고규필 KBS 20기 탤런트 동기로는 정경호, 지현우, 신동욱 등이 있다. 고규필은 동기들 중 정경호와는 아직까지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규필은 정경호와 중앙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백제예술대 방송연예과에 입학했던 고규필은 이후 중앙대 연극영화과로 편입했다.
2003년 KBS 공채 탤런트 합격한 이후 고규필은 드라마 ‘낭랑 18세’ ‘미안하다 사랑한다’ ‘불멸의 이순신’ ‘투명인간 최장수’ 등 유명 작품에 단역, 조연으로 꾸준히 출연했다. 그는 영화 ‘폭력써클’에서는 비중 있는 조연을 처음 맡기도 했다. 또 봉준호 감독 영화 ‘마더’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전역 이후에는 정경호 주연 영화 ‘롤러코스터’에서 매니저를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굵직굵직한 작품들에 이름을 올린 고규필이었지만 그는 무명 배우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갔다.
여러 단역, 조연으로 배우 생활을 이어가던 고규필은 천만 영화 ‘베테랑’에 순경1로 출연하면서 업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순경1은 비중이 엄청 크지는 않은 단역이었지만 고규필은 남다른 애드리브를 선보이며 쌓아둔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베테랑’에서 보여준 고규필 연기는 다수 제작자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이후 고규필은 드라마 ’38사 기동대’에서 정자왕이라는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푸른 바다의 전설’ ‘검법남녀’ ‘열혈사제’ ‘사랑의 불시착’ ‘홍천기’ ‘연모’ 등 여러 드라마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뷰티 인사이드’ ‘너의 결혼식’ ‘정직한 후보’ ‘방법: 재차의’ 등 영화에도 임팩트 있게 출연하며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자신만의 색깔로 차근차근 연기 커리어를 쌓아가던 고규필은 ‘범죄도시3’ 초롱이 캐릭터를 만나며 소위 말해 빵 떴다. ‘범죄도시 3’에서 중고차 딜러인 초롱이는 마석도(마동석) 앞에서 주먹 자랑을 한번 했다가 혼쭐난 뒤 마지못해 이런저런 일에 협조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초롱이를 연기한 고규필은 꽉 끼는 명품 반팔 티와 스키니진, 양팔에 그려진 화려한 문신, 굵은 체인 금목걸이 등을 착용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묘사했다. 초롱이로 완벽 변신한 고규필에 많은 이들이 큰 호응을 보냈다. ‘범죄도시3’ 관람하고 나온 많은 이들이 고규필이 나오는 장면마다 빵빵 터졌다며 최고의 웃음 버튼이었다는 극찬을 남겼다. 몇몇은 고규필이 묘사한 초롱이 캐릭터는 소름 돋을 만큼 현실 고증이 잘 된 캐릭터라고 감탄하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범죄도시3’에 고규필을 추천한 사람은 마동석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규필과 ’38사 기동대’에서 호흡을 맞춘 마동석은 이상용 감독에게 고규필을 직접 추천했다고 알려졌다. 마동석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고규필은 ‘범죄도시3’에서 전무후무한 캐릭터 초롱이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 냈고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제대로 된 전성기 시작을 예고했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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