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데뷔 15년 차인 배우 진예솔이 이토록 주목받은 때가 있었나 싶다. 2009년 스물다섯 나이에 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크고 작은 역할로 다수 작품에서 활약하며 꽤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일했다. 간단히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듯, 진예솔은 데뷔 이래로 한해도 쉬지 않고 드라마에 나왔다. 얼굴에 비해 이름이 다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건 10여 년간 열심히 달려온 그의 입장에서 꽤 서운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쩌면 그편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하필 이름 석 자를 온 천하에 알린 계기가 음주운전이니 말이다.
지난 12일 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진 씨 성(姓)을 가진 여배우’에 대한 얘기가 다음 날 포털사이트와 온갖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을 도배했다.
여배우 정체에 네티즌 관심이 쏠렸고, 결국 진예솔이 사고를 친 여배우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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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사과문을 올린 진예솔은 “잠시 안일한 판단으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큰 잘못을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곤 “반성하면서 자숙하겠다”고 했다.
영영 지울 수 없는 ‘음주운전 여배우’란 꼬리표를 달게 된 그는, 한순간에 잘못된 선택으로 데뷔 후 처음 공백기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 방영을 앞둔 한 지상파 드라마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지금 상황에선 엎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례를 보면 대개 음주운전 한 연예인은 바로 복귀하지 못했다. 아예 자취를 감춘 이들도 꽤 있다. 자칫하면 타인의 소중한 목숨까지 앗아가는 데다 분명하게 ‘단순 실수’가 아닌 중범죄인 탓에 음주운전을 향한 사람들 공분은 유독 크다.
한 번도 아니고 상습적이라면? 복귀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치다. 사람들이 진예솔의 음주운전에 더욱 분노하는 덴 최근 유난히 잦았던 연예계 음주운전 논란의 영향도 있다.
음주운전 연예인이 받는 여론의 질타를 가까이서 지켜보고도 감히 운전대를 잡았다는 게 여럿의 화를 돋운 눈치다. 끊이지 않는 연예계 음주운전 논란, 그 계보를 이은 주역(?)을 되짚는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함,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 배우 김새론과 곽도원(곽병규)의 이미지다. 물론 음주운전 혐의가 적발되기 전 얘기다.
영화 ‘여행자’의 9살 소녀 진희, ‘아저씨’의 소미로 대중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김새론은 지난해 5월 음주 사고로 그간 쌓아온 이미지를 한 번에 잃었다.
아역 출신의 그가 어느덧 술을 마시고 운전할 나이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으나, 음주운전에 기물 파손, 사고 후 도주까지 했다니 이는 여럿에게 더 없는 충격을 안기기 충분했다.
사고 이후 김새론의 과거 발언, 근황 등 일거수일투족이 도마 위에 올랐고, 다수가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다.
법원은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김새론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지만, 그가 치러야 할 대가는 이에 비할 수 없이 컸다.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순수한 이미지는 한순간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고, 언제 다시 작품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새론은 이 일로 캐스팅됐던 작품 ‘트롤리’에서 하차했고,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 분량이 거의 편집됐다.
푸근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곽도원도 스스로 가시밭길에 발을 밀어 넣었다. 영화, 드라마, 예능 할 것 없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인생 일대 가장 화려한 꽃길을 걷던 그는 지난해 9월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되면서 대중 앞에 모습을 감췄다.
이 탓에 당시 개봉을 앞뒀던 영화 ‘소방관’은 아직도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빌런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그가 나온 공익광고는 중단 사태를 맞기도 했다.
‘나 혼자 산다’ 속 유유자적 제주살이를 즐기던 곽도원에게선 풀 내음 같은 것이 났지만, 이제는 술 냄새만 난다는 악평도 감수해야 할 몫이 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 신화의 멤버 신혜성(정필교)은 음주운전으로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2007년 4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를 몰고 서울 강남구 일대를 오간 신혜성은 경찰의 음주 단속에 딱 걸리면서 범행이 발각됐다.
신혜성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를 데려다주는 길에 맥주 한 병을 마신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옆자리 동승자를 두고 “여자친구가 아닌 집 방향이 같았던 PD였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한창 인기를 누리던 때, 이 일은 팬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도 문제지만,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 태도도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후 원정 도박으로 또 한 번의 물의를 빚은 신혜성은 지난해 다시 ‘사회면’에 이름을 올렸다. 또 음주운전을 했다가 적발된 거다.
술자리 후 대리기사를 불러 동승자와 귀가하던 신혜성은 중간에 운전자를 바꿔 직접 차를 몰았다. 심지어 자기 소유의 차량도 아니었다. 고의로 탈취한 건 아니고 음식점 주차장에 있던 타인의 차를 자신의 차로 착각해 운전한 거라 해명했으나, 그것과 별개로 음주운전은 빼도 박도 못할 사실이기에 오랜 팬들도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1998년 활동을 시작, 멤버 이탈 없이 ‘장수 아이돌’ 명성을 이어온 신화는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기념할 이벤트는 아쉽게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신혜성과 함께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두 번도 염치가 없는데 세 번은 말할 ‘길’이 있을까. 자숙도 세 번쯤 하니 그 세월만도 거의 10년이다.
‘상습 음주운전’으로 대중의 공분을 산 가수 길(길성준)은 여전히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자그마치 적발 횟수만 세 번이기 때문이다.
MBC 예능 ‘무한도전’ 고정 멤버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길은 2014년 4월, 음주운전을 하다 걸리면서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9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은 카레이싱 특집을 준비 중이었는데, 나름 에이스로 활약한 길은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고, 결국엔 자진 하차 하면서 프로그램을 떠났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라고 했던 길은 카메라 뒤에선 소소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대학교 공연, 콘서트 무대에선 모습을 비쳤다.
2년쯤 지난 뒤에야 방송에서도 그를 볼 수 있었다. ‘쇼미더머니5’, ‘언프리티 랩스타3’, ‘슈퍼스타K 2016’ 등 주로 엠넷 음악 프로그램이었지만, 슬슬 복귀하는 건가 싶었다.
한낱 꿈일 뿐이었다. 2017년 6월 길은 또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잠든 그를 경찰이 붙잡았다.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으면서 길은 법원으로부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때 2004년 첫 번째 음주운전 전력이 있단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길이 리쌍으로 활동한 게 2002년부터라 당시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세 번의 음주운전으로 길은 방송가에서 완전 ‘아웃’됐다. 행정안전부는 2017년 9월 12일 자로 길에게 KBS·EBS·MBC·JTBC·MBN·TV조선 등 영구출연 정지 처분을 내렸다.
물론 이때 이후 아예 방송에 못 나온 건 아니다. 2020년 채널A 예능 ‘아이콘택트’, ‘아빠본색’을 통해 복귀 시동을 걸었으나, 시동에 그쳤다.
완전히 활동을 중단한 연예인도 있다.
2002년 영화 ‘챔피언’으로 데뷔해 ‘무인시대’, ‘돈 텔 파파’, ‘가발’, ‘불량 커플’, ‘자명고’, ‘여자를 몰라’, ‘채식주의자’, ‘바벨’ 등 다수 작품에 나온 배우 채민서(조수진)다.
총 네 번의 음주운전 전력으로 지금은 아예 연예계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2012년 3월 △2015년 12월 △2019년 3월 적발됐고, 시기가 따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1건이 더 있다.
첫 음주운전 적발 당시 벌금 200만 원, 두 번째 땐 벌금 5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2019년 마지막으로 적발됐을 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술에 취한 상태로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해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여러 차례 전력이 있음에도 집행유예에 그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도로교통법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서는 안 된다.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93조에 따라 운전면허 취소 또는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또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최대(0.2% 이상)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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