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에서 검사 최강호 역…”어머니의 마음 비로소 이해”
올해 입대 예정…”아쉽냐고요? 오히려 기대돼요”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최근 일본에 다녀왔는데 길거리에서 다코야키를 먹던 분이 저를 알아보는 거예요. 너무 신기해서 번역기를 켜고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여쭤봤어요.”
JTBC 드라마 ‘나쁜 엄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이도현(28)은 아직 본인의 인기가 얼떨떨한 눈치다.
그러나 그는 2017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데뷔해 잇단 작품마다 주목받았고, 올해 초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대세 배우’가 됐다.
‘나쁜 엄마’ 종영을 기념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도현은 “일이 잘 풀린 데는 운이 따랐지만, 그 운을 잡기 위해 저는 여태까지 스스로를 혹독하게 채찍질하며 살아왔다”고 돌아봤다.
‘나쁜 엄마’는 이도현이 ‘더 글로리’에서 밝고 다정한 의사 주여정 역으로 큰 사랑을 받은 이후 처음 선보인 차기작이다. 그는 “(‘더 글로리’) 이후 차기작으로 작품 세 개를 한꺼번에 촬영해서 넉 달 동안은 쉬는 날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나쁜 엄마’에서 이도현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서울중앙지검 검사 최강호를 연기했다.
아들이 법관이 돼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엄마 진영순은(라미란 분) 배부르면 게을러진다고 밥 한 번 배불리 안 먹이고 남들 다 가는 소풍 한 번을 안 보내주며 아들을 키웠고, 최강호는 어머니의 뜻대로 검사가 됐다.
법관이 되고서야 자신이 법관이 돼야만 했던 이유를 찾아 헤맨 최강호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 죽음 뒤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다가 뜻밖의 사고로 7살 지능의 아이가 되어버린다.
이도현은 “7살 아이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며 “7살 모습과 30대 때 냉철한 검사의 모습 사이에 간극을 두면서도 둘을 같은 인물로 표현해내는 작업이 어려웠다. 하지만 연기를 할 때 캐릭터가 좀 어려워야 더 재미를 느끼는 성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모든 가능성을 상상하며 철저한 준비를 마친 후에야 촬영장을 찾는다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라미란과 호흡을 맞추며 현장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선배님은 현장에서 늘 즐겁고 편해 보이셨는데, 바짝 얼어있는 제게 ‘촬영장은 놀이터 같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고 떠올렸다.
“제가 낯을 많이 가려 친해지기까지의 과정을 어려워해요. 선배님이 먼저 장난을 쳐주면서 분위기를 풀어주신 덕분에 저도 금방 마음을 열 수 있었어요. 현장도 편하고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연기를 대하는 새로운 길이 열린 기분이에요.”
최강호만큼은 아니지만, 본인 역시 엄하게 자란 편이라는 이도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어머니의 마음을 비로소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께서 당신도 엄마가 처음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며 미안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 미안함을 덜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영순은 아들을 모질게 대하고, 몰아세우기도 하지만 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행동이잖아요. 사랑하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강호처럼 저도 엄마 덕분에 잘 컸다고 생각해요. 커가면서 더욱 엄마가 그때 왜 그랬는지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시작으로 드라마 ‘호텔 델루나'(2019), ’18 어게인'(2020), ‘스위트홈'(2020), ‘오월의 청춘'(2021), ‘더 글로리'(2022) 등 매년 대표작을 냈다.
한창 배우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그는 올해 입대를 계획 중이다.
아쉬울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군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도현은 “배우에게는 경험이 피와 살이 되는데, 사회에선 이런저런 제약 때문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고 있는 것 같다”며 “군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것저것 열심히 배워올 것”이라고 했다.
“서른살을 군대에서 맞이하게 될 것 같아요. 서른을 넘기면 중후한 멋이 나온대요. 안 나올 수도 있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더 남자다운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웃음)”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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