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BO ‘디 아이돌’ |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문제작 ‘디 아이돌'(The Idol)로 인해 재능을 낭비당했다. 칸 국제영화제 참석 한 번에 190만 달러(약 25억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 제니. 글로벌 스타들을 제치고 미디어 가치 1위를 기록한 명실상부 세계 최정상 아이돌인 그가 전례없는 혹평을 듣고 있다.
미국 HBO 6부작 드라마 ‘디 아이돌'(The Idol)은 팝스타 위켄드(에이블 테스페이),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 딸 릴리 로즈 뎁, 싱어송라이터 트로이 시반 등이 출연했다. 여기에 HBO 시리즈 ‘유포리아’의 샘 레빈슨 감독이 연출을, 위켄드가 제작에도 참여했다.
특히 ‘디 아이돌’은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제니를 캐스팅해 일찌감치 주목을 이끌었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영화제서 1, 2회가 선공개된 ‘디 아이돌’은 제니의 영화제 참석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제니는 단체 포토콜 행사에서 외신 기자들의 열렬한 요청으로 즉석에서 단독 촬영을 진행할 정도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올해 참석자 중 미디어 영향 가치가 가장 높은 스타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언제나 최고의 수식어만 따라다니는 일류 아이돌 제니, 하지만 그의 배우 데뷔작 ‘디 아이돌’은 혹평세례를 받으며 극과 극 온도 차를 나타냈다.
칸 공개 직후 “음탕한 남성 판타지”(할리우드 리포터), “소문보다 더 유해하고 나쁘다. 강간 판타지 포르노”(롤링스톤)라는 외신의 혹평이 쏟아진 바, 이달 5일(이하 현지시간) 1회가 방영되며 신랄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디 아이돌’은 할리우드 문화 산업의 어두운 면을 다룬다면서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유사 성행위 장면, 과도한 신체 노출 등 온갖 자극적인 설정을 버무려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회 중에선 음반사 임원이 신경쇠약을 앓고 있는 주인공 조셀린(릴리 로즈 뎁)에게 “정신 질환은 섹시하다”라며 병원 팔찌를 의도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장면도 나온다. 알맹이 없이 자극만 난무하는 전개에 어떤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하고 지극히 폭력적일 뿐, 논란만 키웠다.
이에 ‘디 아이돌’ 관련 기사들은 혹평 일색이다. 대부분의 기사 제목에는 “추잡하다” “포르노” 등 부정적인 표현들이 어김없이 따라붙고 있다. 미국 매체 벗 와이 도우(But Why Tho?)는 “캐릭터들의 대화는 공허하고 단절된 의식의 흐름이다. 모든 장면이 불협화음으로 전달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멍청한 드라마. 지루하고 섹시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라며 별점 5점 만점 중 2점을 줬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통렬한 풍자를 하려 했겠지만 결과는 평평하고 그 자체로 암울하고 착취적으로 끝났다. ‘디 아이돌’은 사회 비평이라고 주장하지만 예술로 가장한 학대가 될 수 있는, 매우 모호한 경계에 있다”라고 꼬집었다.
미국 매체 CNN은 “자극적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음에도,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루하다는 죄를 지었다. 진부한 표현, 과장된 연기. 남은 쇼가 흥미로운 곳으로 갈 것이라 보기 어렵다. 아이돌이 무엇이든 무엇이 되고 싶든 간에 그것은 확실히 별로 재밌지 않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평점 사이트 두 곳에서도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평론가 평점)는 27%, 팝콘 지수는 (관객 평점) 60%에 머물렀다. 아이엠디비(IMDb)에선 평점 10점 만점에 4.9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 해외 네티즌은 “‘디 아이돌’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굴욕감을 안긴다. 재미없는 캐릭터들, 유머 부족, 서투른 대화 등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 재능 있는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수준 이하 작품성으로 방해를 받는다”라고 평했다.
또한 “시리즈의 방향성이 부족하다. 안타깝게도 연출 부족이다”, “전체 이야기는 성인 사이트에 있을 법하게 느껴진다. 매우 실망스럽다”, “지루하고 진부한 캐릭터를 사용하는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저지른다” 등 부장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처럼 역대급 혹평에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분위기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디 아이돌’은 91만 3,000명의 시청자 수를 돌파했는데, 이는 샘 레빈슨 감독의 전작인 ‘유포리아’ 시리즈 출시 대비 17% 감소한 수치다. ‘유포리아’는 2019년 첫 공개 당시 110만 명의 시청자를 모았다.
제작진은 이 같은 논란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샘 레빈슨 감독은 3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불속으로 정면으로 달려드는 것은 우리 모두를 흥분시키는 것”이라며 “아내가 기사를 읽어줬을 때 ‘이제 곧 여름 최대의 쇼가 열릴 것 같다’라고만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 아무도 안 하지 않나. 드라마 전체를 보기만 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위켄드 또한 논란과 관련 질문에 “제가 처음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그랬다. 도발적이었고, 그게 어떤 사람들한테는 힘들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제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 드라마도 그런 느낌이 든다. 이 드라마는 모두를 위한 건 아닐 것이고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안타깝게도 ‘디 아이돌’ 선정성 논란은 이미 예견된 바. 롤링스톤은 3월, “‘디 아이돌’은 고문 판타지”라며 작품성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연출자가 한 차례 교체되고 재촬영된 잡음을 보도했다. “제니 역할은 분량이 거의 없고 그냥 그곳에 앉아 예쁘게 보이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라는 제작자의 폭로도 나왔다.
실제로 베일이 벗겨진 1회에선 제니가 내뱉은 대사는 단 세 마디뿐. 그가 맡은 캐릭터는 조셀린의 친구이자 백업 댄서인 다이앤이다. 적은 분량 와중에 남성 댄서들과 노골적인 19금 댄스 장면을 넣어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제니를 전면에 내세운 홍보가 무색하게 선정적으로 소모되며 비판을 더한 ‘디 아이돌’이다.
외신은 “‘디 아이돌’이 배우 김제니를 심각하게 활용하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시리즈에서, (김제니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여성 아이돌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무시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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