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
예능에서 사람들의 입담으로 재미를 주는 형식, 즉 토크쇼는 예전부터 한국 방송가 꾸준한 ‘스테디셀러’ 중 하나였다. 일단 제작비가 적게 든다. 여러 세트와 구성, 섭외, 출연료가 필요한 야외 예능이나 쇼 형태의 프로그램에 비해 토크쇼는 섭외만 잘하면 된다. 숫자가 예전에는 2~3명의 MC와 한 명 정도의 출연자가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여러 사람이 나와 여러 이야기를 하는 이른바 ‘떼토크’ 형태의 프로그램이 유행했다.
SBS에서 지금 방송 중인 ‘강심장-리그’ 역시도 이러한 ‘떼토크’의 전형성을 잇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방송됐던 ‘강심장’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그 당시 SBS에 ‘강심장’이 있었다면, KBS에는 ‘스타 골든벨’이 있었고 MBC에는 ‘세상을 바꾸는 퀴즈’ 즉 ‘세바퀴’가 있었다.
‘강심장’은 2011년 정도까지 강호동과 이승기 2인 체제로 진행됐고, 강호동의 하차 이후에는 이승기 혼자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이후 신동엽과 이동욱이 진행을 맡았는데 이번 ‘강심장-리그’는 10년 만에 강호동과 이승기 2인 체제가 복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떼토크’ 형식의 부활과 함께 강호동과 이승기의 진행능력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결과는 10년 만의 부활이 머쓱해질 정도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의 전국 가구 시청률에서 지난달 23일 첫 방송이 2.9%로 시작한 ‘강심장-리그’는 2회가 2.4%, 3회가 2.2%로 회가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내려서고 있다. 과거 지상파에서 ‘애국가 시청률’이라고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었던 3%의 벽은 이미 깨졌고, 이 기세가 이어진다면 1%대 시청률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됐다.
10년 만에 부활한 ‘강심장-리그’의 차별점은 과거 ‘강심장’이 20여 명의 출연자가 나와 2주에 걸쳐 자신들의 이야기를 각각 하는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강호동과 이승기가 팀을 나눠 맞대결을 펼친다. 그리고 과거 토크는 MC, 특히 강호동의 반응에 따라 후보가 정해지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50명의 판정단이 들어와 토크의 재미를 결정한다.
사진제공=SBS |
그리고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섬네일’ 형식의 도입인데 이는 다분히 유튜브 시청 층을 공략한 결과물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강심장’의 출연자들은 자신의 이야기 주제나 소재를 간단하게 정리한 문구를 앉은 자리 옆 패널에 적었는데 그 자리를 마치 유튜브 영상의 섬네일 같은 화면이 대체하게 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 화면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면서 토크의 사전 기대감을 올리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강심장-리그’는 왜 지금의 시청자들을 움직이지 못하는 걸까. 일단 ‘떼토크’라는 형식 외에는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이야기가 더 이상 지금의 시청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데 포인트가 있다. ‘강심장’의 종방 이후 예능은 ‘진짜 같은 가짜’에서 ‘진짜’로 향해가는 리얼리티의 경쟁이 일어났다. 각종 관찰예능이 유행했고, 지금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것은 크리에이터가 직접 그 장소나 이슈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띤다.
‘강심장-리그’에서의 출연자들은 거의 연예인으로 한정됐고, 이들의 이야기는 줄거리를 푸는 출연자가 청중이나 상대의 반응을 보면서 소위 ‘MSG’라 불리는 ‘양념’을 거푸 친다. 이미 진정성은 사라지고, 경쟁만 남는다. 거기에 유튜브 세대에 거부감이 큰 ‘낚시용’ 섬네일이 난립하는 것도 문제다. 그럴듯한 내용으로 화면은 만들어놨지만 정작 내용이 이를 담지 못해 실망감을 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에 강점이 있는 출연자들의 말이 정리되지 못했다. 강호동은 ‘강심장’ 당시의 카리스마를 현재에는 내세우고 있지 않으며, 그 빈자리는 많은 ‘토크 멘토’들의 말로 채워지고 있다. 진정성도 담보하지 못하고 시끄럽기만 하고, 거기다 이야기 외에는 볼 것이 없는 ‘강심장-리그’는 지금의 시청자와 맞지 않는 ‘철 지난 유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SBS ‘강심장’ 방송 화면 캡처 |
게다가 강호동과 이승기의 입지도 당시만 못 하다. 강호동은 물론 지금 예능가에서 가장 명망이 있는 MC지만 tvN ‘신서유기’ 시리즈나 JTBC ‘아는 형님’ 시리즈 등의 예능 외에는 새로운 형식에 잘 적응하지 못해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이승기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소속사와의 갈등 그리고 결혼 이후 처가와 관련한 논란 등으로 대중에게 피로감을 안기고 있다. 더 이상 과거 ‘강심장’ 시절의 편하게 볼 수 있는 진행이 안 되는 것도 큰 이유다.
하지만 ‘강심장-리그’는 지난 6일 방송에서 개그맨 김영철의 토크를 편집으로 방치하고, 심지어는 출연자들이 조롱하는 장면을 집어넣으면서 지금 시대의 감수성도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에서 출연자를 대놓고 따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할 시청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강심장-리그’는 딱 10년, 15년 전에 했을 법한 화면과 정서를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이런 이야기를 전할 수밖에 없다. 지금 시대에 이러한 결과물을 내놓고, 보라고 외치고 있는 그대들이 진정한 ‘강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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