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
스트레이 키즈(스키즈)의 자신감은 처음부터 하늘을 찔렀다. 가령 ‘I am NOT’으로 정식 데뷔 전 ‘Mixtape’라는 앨범으로 몸을 푸는 모습은 분명 여느 보이밴드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소속사로부터 일찌감치 자생을 보장받고 첫 발을 뗀 만큼 그들에겐 창작의 자유라는 칼자루를 쥘 수 있는 기회가 처음부터 주어졌다. 방목하고 지원하겠다는 회사의 전략과 판단은 결국 적중했고, 스키즈는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하며 4년 여를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있었다.
자작(自作)은 스키즈의 강점이자 정체성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방찬, 창빈, 한으로 이뤄진 프로듀서 팀 쓰리라차(3RACHA)가 있다. 스키즈는 쓰리라차를 엔진 삼아 지금까지 이런 아이돌은 없었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 그들 작품에 스스로의 인장을 찍는데 늘 적극적이었다. 틀을 깨고 길을 벗어나는 실험성, 장르를 가로지르는 하이브리드 성향은 그런 팀 내 프로듀싱 팀이 잘 가동해준 덕에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차별화된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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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보자’의 가사(“또 할 거라고 생기지 / 일거리 산더미”)처럼 이들은 자작돌이면서 무엇보다 다작(多作)돌이기도 하다. 실제 데뷔 이후 한해에 작품을 두 장 아래로 낸 건 정규 2집을 발매한 2021년도 밖에 없다. 이는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일의 긴장을 유지하려는 방편인 동시에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또 증명할 수 있는지에 관한 시스템의 전시처럼 보였다. 방찬은 한국어 버전으로 다시 부른 일본 데뷔 앨범 타이틀 트랙 ‘THE SOUND’를 통해 그 시스템을 “음악은 우리의 놀이터”라는 말로 박제했다.
‘파이브 스타(★★★★★ (5-STAR))’는 흔히 평론가 집단이 작품의 가치를 매길 때 걸작이라 판단한 것에 던지는 기호이다. 스키즈는 바로 이 흔하지 않은 비평적 고백을 ‘특’이라는 확고한 부제를 덧붙여 자신들의 앨범 제목으로 삼으며 사후 평단의 평가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 리노는 농담처럼 별이 다섯 개여서 ‘돌침대 앨범’이라고도 불렀지만, 애초에 돌(Rock)이 되려 했던 그들이었기에 그 말은 은근한 진실을 담지한 채 작품 주위를 느슨하게 맴돈다.
신작의 전체 메시지는 성장과 정체성의 담론에 기반해 이들이 데뷔 때부터 꾸준히 내세운 자신감과 포부, 이루겠다는 의지로 듬뿍 무장해 있다. 자신들이 역사를 써나가겠다는 ‘위인전’은 그 노골적인 첫머리로, 스키즈의 성향 중 다소 거친 느낌을 랩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얹어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자신감은 창빈이 “다른 아이템 같은 건 필요 없다. 우리가 아이템”이라는 전제 아래 ‘ITEM’, 필릭스가 쓰리라차와 함께 쓴 ‘Super Bowl’을 지나며 더 단단해진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마마(MAMA) 어워즈’에서 쓰리라차와 콜라보 무대를 꾸민 타이거 JK가 피처링 한 ‘TOPLINE’은 그대로 앨범의 탑라인이 돼주고 있고, 방찬과 필릭스는 자신들이 자란 호주에서 해(年)를 넘기며 번진 대형 산불 사고에 영감을 얻어 ‘FNF’라는 곡을 공동 작사/작곡해 숨겨둔 개인 내면을 꺼내보였다. ‘FNF’는 ‘Flora and Fauna(동식물)’의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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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의 자랑은 재킷 아트워크에도 대문짝만 하게 박아 놓은 ‘특’이다. 마치 곡 하나에 앨범 한 장 분량의 아이디어를 욱여넣은 듯 변신과 반전, 합체와 해체를 거듭하는 이 현란한 타이틀 곡은 뮤직비디오마저 ‘언베일 트랙’들의 모음집 마냥 통제된 혼돈 속에서 매섭게 작렬한다. 절과 후렴, 브리지 구분 없이 모든 요소들이 어떤 자리에 들어서도 될 법한 이 무차별적 열린 형식은 말 그대로 ‘스키즈다운 새로움과 도전 그 자체’로서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해외 팬들은 이 곡이 끌어안은 화려한 카오스에 재미있다는 반응과 함께 스키즈가 스스로를 재정의 내리고 있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스키즈는 2년 만의 풀렝스 앨범에서 초반 ‘위인전’과 ‘특’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ITEM’과 ‘Super Bowl’로 팀 고유 색을 환기시킨 뒤 ‘TOPLINE’으로 허리를 지탱, ‘DLC’와 ‘죽어보자’로 분위기를 살려 ‘충돌’부터 비교적 쉽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스테이(스키즈의 팬덤)와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스테이가 “방찬이 우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라고 느꼈다는 ‘Youtiful’, 이미 접어든 여름 기운과 몰래 어울리며 시즌송으로도 거듭날 듯한 팝록 트랙 ‘Time Out’이라는 팬송은 그 의지를 선두에서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 사이 자리한 ‘THE SOUND’ 같은 트랙은 덮어놓고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스키즈의 다른 면모로, 결국 ‘TOPLINE’의 끊어 뱉는 랩과 ‘충돌’의 유연한 랩이 충돌하는 양상이 곧 작품의 전반적인 양상임을 상기시킨다.
스키즈의 음악에는 레퍼런스가 없다고 한다. 그런 그들은 지속적인 방황과 미완성을 갈구한다. 누군가에겐 불안의 요소가 이들에겐 불사(不似)의 요소인 셈이다. 물론 나는 이 앨범에 제목의 별 다섯까진 던질 마음은 없지만 적어도 정규 3집을 통해 이들이 가려한 길, 의도만큼은 충분히 납득했다 말하고 싶다. 미완성이 칭찬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어떤 면에선 축복이 아닐지. 평론가들에게 별 다섯은 만점이란 뜻이지만, 스키즈에게 별 다섯은 그저 ‘별나고 빛난다’는 의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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