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연예인을 앞세워 광고하는 제품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손길이 가기 마련이다.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읽지 않아도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Y존 토탈 케어 젤(여성청결제)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제품군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파격적인 광고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브랜드가 있다. 바로 메디온이다. 메디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대표 제품 이너 케어 젤을 광고하면서 “2주 안에 질염이 낫지 않으면 환불해주겠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메디온은 자사만의 특허 유산균으로 질건강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또 사단법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의료기기 인증 마크를 내세워 일각의 불신까지 잠재웠다.
화룡점정으로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얻기 위해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배우 이선빈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외면뿐 아니라 내면의 건강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판매고를 올리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메디온의 광고 방식엔 허점이 있다. 화장품으로 분류된 제품이 의약품으로 둔갑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메디온은 질염처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해 치료해야 하는 질환을 별도의 검진 없이 제품 하나로 완치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메디온이 앞세운 의료기기 인증 마크 또한 함정이 숨어있다. 메디온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제품 안전성에 대한 허가를 받았을 뿐 질염 등 여성 질환의 효능과 관련된 허가 내용은 없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모든 신고증은 항목별로 지급되며, 메디온이 질염에 효능이 있는 제품으로 인정됐다면 해당 항목에 대한 신고증을 발급 받을 수 있다.
모든 광고는 교묘한 수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메디온 공식 홈페이지 등에선 문제 삼을 수 있는 광고 문구를 일절 기재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노출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채널을 통해서만 여성 질환과 관련된 문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뷰티 제품 광고 모델을 메디온 제품 개발자라고 거짓으로 소개하며 제품을 홍보하는 등 허위광고까지 일삼았다.
메디온(㈜이삼오구)은 자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광고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주재형 이삼오구 대표는 “담당자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자사에서 진행하는 광고에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확산하고 있는 질염 치료 광고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짧게 답했다.
메디온의 광고 방식은 명백한 약사법 위반이다. 약사법 제61조에 따르면 의약품이 아닌 것을 의학적 효능,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광고해서는 안 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즉, 약효가 있다고 표방하는 경우 모두 약사법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학회 회장은 정확하지 않은 효능으로 혼탁돼 있는 시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메디온을 포함한 각종 여성청결제 브랜드가 내건 질 유산균의 효능의 한계를 언급했다.
김 회장은 “현재 시중에 있는 화장품 가운데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있는 약처럼 포장돼 판매되는 제품군이 무수히 많다. 그러나 효과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화장품은 의약품과 달리 효능과 효과, 부작용에 대한 데이터를 세세하게 다루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선 혼동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품 성분으로 기재된 질 유산균 또한 효과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의료계에서도 맹점이 많은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안타깝게도 허위 및 과장 광고에 속은 모든 피해는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온라인 등지에선 광고 문구를 믿고 무턱대고 제품을 사용했다가 부작용을 겪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갈색 혈변, 복부 팽창, 복통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피해를 입어도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이 까다롭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임원택 변호사(법무법인 문장)는 “특정 제품을 사용한 후 부작용을 겪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피해를 입증해도 제품 가격을 환불받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다 보니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차별화된 문구를 내세워 광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해진 형량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처벌을 받더라도 최대한 물건을 판매하는 게 이득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광고에는 책임이 따른다. 브랜드의 얼굴인 이선빈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메디온은 ‘이선빈이 광고하는 여성청결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의식한 듯 사측은 이선빈의 얼굴이 새겨진 제품 등에는 모호한 문구를 적어 과대광고 논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시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선빈의 광고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는 공식 홈페이지 등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달리 과장된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이선빈 소속사 이니셜 엔터테인먼트 측은 불거진 논란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속사 관계자는 “브랜드 측에선 광고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추후 논의할 부분이 생기면 내부적으로 확인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메디온 공식 홈페이지, 메디온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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