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하장수 기자] 산문은 생각과 느낌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작성한 글이다. 시집, 소설과 비교하면 묵직함은 덜하다. 그러나 묵직하지 않다고 문학적인 가치가 더 낮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최근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확산으로 기성 작가를 포함한 젊은 작가들이 독자들과 소통하며 산문집과 에세이를 내는 추세다.
연예계에서도 머릿속을 가볍게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산문이 다뤄지기 시작했다. 하나 꼽자면 2020년 가수 장기하가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산문집을 선보였다. 지난달 25일엔 가수 이적(이하 저자)이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을 출간했다.
처음 출간한 산문집에 대해 저자는 “처음엔 통상적인 에세이 형식으로 한 편씩 길게 써봤는데, 글에서 독자를 가르치려는 느낌이 글에서 들었다”라며 “작사가로서 짧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글을 덜어내고 압축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저자는 책속의 단어와 독자들의 상상이 만나 불을 붙이는 부싯돌이 되길 기원한다는 뜻을 전했다. 저자의 산문이 독자의 상상력으로 다시 그려진다는 데 힘을 실은 것이다.
저자는 100여 곡의 노래를 발표한 작곡가다. 평소에 경험하지 못하는 작곡가의 고충은 ‘사고실험’이란 산문에 언급된다.
산문은 한 가지 예시를 통해 펼쳐진다. 고용인이 괜찮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창작을 요구한다. 그러나 완성된 창작품은 세상에 공개되지 않고 폐기된다. 고용인은 비용을 지불하니 창작물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당신이라면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겠는가”라고 산문은 마무리 지어진다.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산문으로 담아낸 것도 있다. ‘강박’이란 산문은 타인의 스마트폰에 누적된 ‘999+’의 알림을 본 후 다양한 생각을 나열한 후 “나름 유유자적한 사람이라 생각했던 나는 알고 보니 강박덩어리. 당신은?”이라고 독자에게 묻는다.
산문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자유로운 글이지만, 자유의 방향성에 따라 독자들이 느끼는 방향도 다르게 느껴진다.
장기하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는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생각의 끄트머리를 잡아 자신만의 표현으로 묶어낸 느낌이다. 장기하의 신비로운 면모가 독자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해 준다.
‘이적의 단어들’의 산문은 대부분 끝맺음을 독자에게 권유한다. 앞서 설명한 ‘사고실험’, ‘강박’도 독자에게 생각과 경험을 그대로 넘기는 모습이다.
순간 머리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나 영감이 괜찮은 경우가 많다. 다양한 정보들을 머릿속에서 조합하는 게 아니라 머리를 계속 굴리고 흔들어 스파크를 일으켜야 특별한 아이디어와 영감이 생성됨을 느낀다.
스파크는 머릿속에 들어있는 게 많을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저자의 단어를 다시 곱씹다 보면 영감을 스파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장수 기자 gkwkdtn06@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김영사 제공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