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개봉 앞두고 방한 간담회…4개 원소의 귀여운 캐릭터 창조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미국에서) 제가 자라는 동안 여러 민족 집단이 잘 섞여 살기도 하고 그러지 못하기도 했죠. 잘 섞이지 못할 때 어떻게 서로 이해하고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영화에 담고자 했습니다.”
디즈니·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을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은 3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이 영화의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 달 14일 개봉 예정인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등 4개 원소가 사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이들 원소를 의인화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원소들은 각자의 자치구에서 살아가는데 서로 섞이면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불의 자치구에 사는 열정적인 성격의 소녀 ‘앰버’는 물의 자치구에 속한 ‘웨이드’를 만나게 돼 우정을 키운다. 이를 통해 앰버는 자기 속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엘리멘탈’엔 손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있다.
그는 “(앰버가 사는) ‘파이어 타운’은 이민자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가 어린 시절 미국 뉴욕에서 자란 경험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모여 사는 뉴욕에서 차별과 외국인 혐오 등을 경험한 게 작품에 녹아 있다는 것이다. 앰버와 웨이드는 어떻게 차이를 넘어 우정에 도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는 “부모님이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 많은 일을 겪었다”며 “당시 외국인 혐오도 있었지만, 부모님을 도와주는 분들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손 감독의 부모님은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는 신기하게도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는데 손님을 금방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었다”며 “그런 공감 능력과 다양성의 가치를 자라면서 몸으로 느꼈고 그것을 영화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앰버와 웨이드의 이야기처럼 차이를 뛰어넘는 용기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게 손 감독의 생각이다.
손 감독은 “웨이드는 물이기 때문에 앰버에게 거울 역할을 해준다”며 “앰버는 웨이드와 함께하면서 자기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도 자라는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자기 정체성에 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그런 경험이) 어떤 ‘엘리멘트'(요소)가 나를 구성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됐다”고 털어놨다.
‘엘리멘탈’은 사람이나 동물이 아닌 4개 원소를 귀여운 캐릭터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독창적인 작품이다.
손 감독은 이런 착상을 한 계기에 관해 “학교 다닐 때 화학 시간에 본 원소 주기율표에서 모든 게 시작됐다”며 “주기율표의 한칸 한칸이 아파트에 사는 가족들 같다는 느낌이었고 어린 시절 살았던 아파트가 생각났다”고 회고했다.
독창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낸 데는 3D 애니메이터 이채연의 역할도 컸다. 그도 손 감독처럼 한국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
이채연은 “‘엘리멘탈’은 이민자 얘기를 다룬 영화인 만큼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엘리멘탈’은 손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그의 전작은 디즈니·픽사의 ‘굿 다이노’로, 소년과 공룡의 우정 이야기다. 이 또한 차이를 넘어선 만남을 그려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엘리멘탈’은 지난 27일 폐막한 칸 국제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영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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