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 SM클래식스, 다른 엔터사는 시도하기 쉽지 않다. 대중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새로이 다루면서 동시에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아는 노래’ 즉 성공한 IP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M이 만들어 낸 수많은 히트곡이 익숙하지만 새로운 2차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핵심이 되는 재료다. 목소리와 퍼포먼스가 중심이던 노래는 SM클래식스를 만나 악기만이 줄 수 있는 벅찬 감동을 담은, 말 그대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지난 5월 19일에는 NCT 드림 ‘헬로 퓨처’를 SM클래식스 자체 제작 오케스트라인 SM클래식스 타운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됐다.
문정재 SM클래식스 대표 일문일답 이어서.
Q_오케스트라 편곡,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상당히 어려운 작업일 것 같다.
사실 어렵다. 우리 A&R은 기본적으로 ‘대충 할 거면 하지 말자’라는 기조다. ‘이 정도면 됐지?’가 안 된다. 좋은 때, 창피하지 않게 하자는 거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수정이 보통 일이 아니다. 케이팝과는 차이가 있다. 악기가 몇십 개 들어가는 오케스트라의 경우 ‘살짝 수정’이 일주일 걸린다. 그런 과정을 10번 씩 거친다. 물론 녹음도 힘들다. 레코딩 디렉팅을 직접 하는데 그 많은 오케스트라 인원을 이끄는 게 정말 힘들다.
Q_오케스트라로 연주할 노래 선정 기준도 궁금하다.
‘빨간맛’이 첫 곡이었다. 여름이었던 것도 있는데, 나 역시 아무것도 모를 때여서 (편곡)작가, 팀원들, 서울시향과 같이 얘기를 해 택한 노래다. 종현의 ‘하루의 끝’까지 두 곡을 했는데 좋은 선택이었고, 좋은 배움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 구나’, ‘이건 이렇게 이용해야 하는 구나’ 같은 것들을 알게 됐다. 보아의 ‘나무’는 보아 측 요청이 있었던 곡이었고, NCT U의 ‘메이크 어 위시’의 경우 편곡자의 편곡 버전을 듣고 결정했던 곡이다.
SM에는 방대한 헤리티지가 있고 아티스트도 많지 않나. 그래서 일단 지금 활동하는 아티스트로 범위를 정해 요즘 노래나 조금 옛날 곡들을 작가들에게 편곡 의뢰하는데 한 작가의 ‘메이크 어 위시’ 편곡을 듣게 됐다. 택시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이 곡을 듣는데 ‘이건 그냥 내야겠다’ 했다. 공개된 게 원곡 거의 그대로다. 처음으로 우리와 계약을 맺은 작가다. ‘오케스트레이션을 잘한 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 다른데, ‘메이크 어 위시’를 편곡한 작가는 똑같은 악기를 써도 사운드가 꽉 차는 느낌이 있다.
Q_편곡 진행, 어떻게 이뤄지나?
작가의 편곡 버전이 결정되면 작가와 소통을 통해 악기 편성을 어떻게 할지 생각한다. 작업을 거듭하니 목음과 촬영에 적합한 편성이 생기게 되더라. 편곡한 작가의 의견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악기 구성에 대해 제안을 하고, 플랜을 만들어 작가와 공유한다.
Q_악보가 나오기까지 작업은?
참 힘든 작업이다. 우리가 받는 데모는 사보 프로그램이라 기계음이고 사운드가 정말 안 좋다. 데모를 듣고 완벽하게 평가하기가 어려웠었지만 이제는 많이 들어서 녹음하면 어떤 사운드가 나올지 예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전개를 듣거나, 화성을 듣거나, 악기 배치, 기승전결을 듣는다든지 집중해야 할 부분에 집중한다. 노하우가 생겨서 악보 제작 기간은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 편곡이 나오면 악보 제작에만 1개월 반에서 2개월 정도 걸린다. 녹음할 악보를 만들 때 악기마다 악보를 제작해야 하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클래식화가 잘 된 곡이더라도 SM의 팬들이 납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팀원들에게 늘 “가진 멜로디를 똑같이 악기로 하면 그걸 누가 듣겠나”라고 말한다. 변형을 주고 우리 색을 입히되, 팬들 귀에는 ‘그’ 노래로 들려야 한다.
또 케이팝은 아티스트 고유의 발성이 주는 힘이 있다. 동음 반복을 해도 발음이 다르고, 의미도 다르다. 오케스트라는 가사가 없고 음으로만 승부를 봐야 한다. 화성을, 악기를 잘 이용해야 한다. 작가들이 힘든 이유는 편곡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원곡의 매력을 지켜 SM의 DNA를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SM의 핑크 블러드.(웃음)
Q_뮤직비디오 제작은 일반 가요와 어떻게 다른가?
뮤직비디오 감독이 클래식 악기의 특성을 아는 사람이다. CF 감독으로 활동한 가수 나얼 동생 유대얼 감독인데, 음의 높낮이를 다 안다. 악보를 먼저 주면 그게 시커멓게 돌아온다. 모든 악기를 다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사실 서울시향과 뮤직비디오 촬영을 할 때 시간이 많지 않다. 단 6시간 동안 찍는 거다. 유대얼 감독은 그걸 가능하게 한다. (연주) 싱크가 틀리거나 흐트러진 적이 없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SM
인터뷰③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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