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꿈꿔 왔던 헤맴의 끝”
올봄, SM엔터테인먼트는 창사 이래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한 달 여 인수전에 마침표가 찍힌 3월, SM엔터테인먼트는 본격적으로 SM 3.0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만난 세계’는 이 시점 SM이 가장 부르고 싶고, 또 팬들에게 다시금 들려주고 싶은 노래다.
SM, 그리고 SM을 오랫동안 사랑해 온 팬들에게 고난의 시기였던 2023년 3월, 마침 SM클래식스에서 ‘다시 만난 세계’ 오케스트라 버전을 발매했다. SM과 유년 시절을 함께한 90년대생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다시 만난 세계’의 도입부에는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가 들어갔다. ‘다시 만난 세계’와 ‘신세계로부터’, SM의 헤리티지를 지키며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는, 어쩌면 메시지 과잉일 수 있는 곡이지만 오케스트라 버전이 주는 감동과 벅차오름만으로 이 노골적인 신호는 금세 용서 되며,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갈수록 그 포부는 점점 납득이 된다.
소녀시대 멤버 유리는 오케스트라 버전을 감상한 뒤 “그만 울고 싶어요. 뭉클해요. 언젠가 직접 들을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소원합니다”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원곡자를 울고 싶게 만든 ‘다시 만난 세계’ 오케스트라 버전, 문정재 이사는 “어떻게 욕심이 안 났겠느냐”라며, 이 곡을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정재 SM클래식스 대표 일문일답 이어서.
Q_’다시 만난 세계’ 오케스트라 버전,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 어떻게 추진하게 됐나?
소녀시대 노래를 정말 하고 싶었다. 2~3년 전에도 편곡 버전을 많이 받았었다. 데뷔 15주년이었던 지난해에도 소녀시대 곡을 하고 싶었다. 의미 있는 시기에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적절한 편곡이 안 나오면 진행을 할 수가 없다.
‘다시 만난 세계’는 첫 소절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노래다. 언젠가는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나 뿐 아니라 팀원들도 다 하고 있었다. 편곡하기 어려운 노래인 건 사실이다. 그래도 시도를 해보자고 해서 서울대 작곡과와 함께했다. 풋풋한 친구들과 풋풋한 음악을 하게 된 거다. 원곡에 젊은 작가들의 신선함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다시 만난 세계’를 모르는 작곡가도 있더라. 다들 어리지만 프로페셔널하다. 연주하는 서울시향 단원 중에도 ‘다시 만난 세계’를 잘 모르는 분이 있었다. 소녀시대 데뷔곡이라고 했더니 “지지지지 아니야?”라고 하시더라.(웃음)
Q_보통 편곡 방향은 어떻게 결정되나?
먼저 (편곡) 작가를 파악한다. 작가마다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마블 스타일로 나오지 않을까?’ 같은. 중요한 건 편곡이 어떻게 나오는지다. 애초에 편곡을 의뢰하며 틀을 주는 건 할 수 없다. 대략적으로 “이런 악기 구성으로, 미디 사운드는 안 되고, 이런 의미의 곡이니 회사에서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참고하고, 원곡 뮤직비디오도 보고, 원곡도 들어봐 달라” 정도다. 편곡 버전이 오면 그때부터 방향이 정해지는 거다. 기둥이 세워지는 셈이다.
이건 케이팝에서 많이 쓰는 방법이다. 클래식 쪽 뮤지션들은 이런 방식은 처음 해본다고 하더라. 만약 두 사람에게 편곡을 맡겼을 때 두 버전 다 좋으면 작가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협업을 제안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블랙맘바’ 오케스트라 버전이다.
Q_오케스트라는 감동을 극대화하는 풍성한 사운드가 생명이다. 감정 고조 치트키가 있을까?
초기에는 원곡과 BPM도 똑같이, 마디 수도 똑같이 하려고 했다. 혹시 보컬을 얹어 3차 저작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지금은 거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스트링 떼창’이다. 마지막에 모든 스트링이 활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똑같은 음을 내는 부분, 모든 곡에 한 번 씩 있다. 고조된 부분에 스트링이 들어가면 감동이 배가 된다.
Q_SM 입사 전에도 SM 음악을 많이 들었나?
안 듣고 싶어도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나오지 않았나.(웃음) 많이 듣지는 않았지만 진짜 좋은 노래는 찾아서 들었다. 동방신기도 들었고, 엑소의 ‘으르렁’ ‘콜 미 베이비’ ‘마마’, 소녀시대 노래 중에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같은 사운드를 좋아한다. ‘아이 갓 어 보이’, 샤이니 ‘셜록’도 좋다.
Q_SM 최애 아티스트도 궁금하다.
매번 바뀐다. 팬미팅이나 콘서트를 꼭 가는데 갈 때마다 ‘미쳤구나’ 싶다, 너무 잘해서. 이 사람에게 투자한 회사, 이 사람의 피와 땀의 힘이 느껴진다. 샤이니 키의 콘서트를 갔는데 혼자 25곡을 한다. 20곡 이상이 댄스곡인데 춤을 다 추고, MC 없이 멘트도 다 하고, 안무도 하나도 안 틀리고 3시간을 꽉 채운다. 버튼 누르면 딱 나오는 것처럼. 노력이고, 시스템이다. 최근 태민도 그렇고 레드벨벳도 그렇고, 최애는 계속 바뀐다. 지금은 컴백한 에스파가 좋은데, 솔직히 요즘 꽂힌 보컬은 NCT의 해찬. 매력 있다.
Q_순수음악을 하다 케이팝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공부를 많이 해서 악기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길이 그리 많지는 않다. 콘서트 연주자, 아니면 교수다. 사실 한국에 들어올 생각도 없었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삶을 내가 스스로 깬 건 한국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연주를 하러 왔다가 연주가 점점 늘어났고, 한국이 좋아지더라.
내게는 항상 남들과는 다른 음악적 관점이 있었다. 공부해온 것만 연주하고 클래식을 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재즈도 해보고, 케이팝이나 팝 공연도 가 보고. 그러면서 틀이 점차 깨진 거다. 학교에서 강의도 해봤고, 독주회를 기획하며 프로그램도 짜봤지만 사실 아웃사이더였다. 늘 하고 싶은 연주를 했다. ‘쟤 뭐야?’라는 말을 듣는 시기도 있었다. 학교에서 강의 제의도 받고 했지만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고,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재창조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학교에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지고 있는 능력을 (클래식이 아닌) 이쪽에서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후회는 전혀 없다. 하지만 모른다. 언젠가 갑자기 다른 길을 가고 싶을 수도 있다.
Q_클래식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오랫동안 클래식을 공부했을텐데, 이용을 해야 한다. 내가 공부할 땐 이 길로만 가게끔 하는 시선, 압박감이 있었다. 그게 상관없다면 여러 방향을 볼 수 있을 거다. 음악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나누고 싶지 않다. 클래식 베이스였던 사람이 재즈, 실용음악 등 다른 영역으로 가는 경우는 많다. 반대로 비트 찍는 사람이 스트링 편곡을 할 수도 있고, 장르는 나뉘어져 있지만 융합이 가능하다. 좋아하는 음악 해라. 클래식이든 뭐든, 마음 가는 대로 좋아하는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Q_앞으로의 목표는?
SM클래식스가 생겼을 때 모두가 생소해 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안다. SM클래식스를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레이블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유니버셜, 워너처럼 다양한 장르를 하는 레이블이 됐으면 좋겠다. 월드뮤직, 영화음악, 오리지널 클래식까지.
콘서트도 늘 생각하고 있다. 해외 투어도 욕심 있다. 곡 수, 스케줄 조정 등 세부적으로 알아볼 것도 많지만 상황만 맞고 타이밍만 맞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꼭 해내야 하는 프로젝트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SM클래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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