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장 침체도 영향…감독들 “새로운 표현 기회” 긍정적 반응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욘더’와 ‘수리남’, ‘카지노’, ‘택배기사’, ‘박하경 여행기’.
이 드라마들은 작년 또는 올해 공개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점 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영화만 연출해온 감독이 처음 연출한 드라마라는 것.
OTT의 시대가 열리고 드라마 배급과 제작 환경이 급변하면서 영화만 연출했던 감독들이 시리즈물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1993년 영화 ‘키드 캅’으로 데뷔해 사극 최초의 천만 영화 ‘왕의 남자'(2005)를 비롯해 ‘라디오 스타'(2006) ‘동주'(2016) ‘자산어보'(2021) 등 30년 가까이 영화만 연출하다가 작년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욘더’로 드라마에 데뷔했다.
작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 역시 이 작품이 첫 드라마다.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호평받은 윤 감독은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등 이전까지 영화만 맡아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6부작 드라마 ‘택배기사’의 연출자 조의석 감독도 그 전엔 영화만 찍어왔다. 조 감독은 2002년 ‘일단 뛰어’로 데뷔해 ‘감시자들'(2013)로 550만, ‘마스터'(2016)로 700만 관객을 모았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은 2013년 ‘전국노래자랑’으로 데뷔해 ‘도리화가'(2015)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 등 영화만 연출해왔다.
OTT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 역시 영화만 연출해온 황동혁 감독의 첫 드라마 도전이었다.
이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개봉하지 못한 한국 영화들이 쌓여 있는 데다 개봉한 것들도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영화 투자가 얼어붙은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
‘택배기사’를 연출한 조의석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영화계에 투자가 많이 홀드(보류) 됐고 아직 개봉하지 못한 영화가 60편 이상이라고 들었다”며 “당분간 영화를 촬영하기는 조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OTT 오리지널 드라마가 영화와 공통점이 많은 것도 잇달아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는 이유다.
TV 드라마의 경우 과거 ‘쪽대본’으로 대변되는 열악한 제작 환경이나 시청자들의 반응에 수시로 결말이나 전개가 뒤바뀌는 사례가 문제로 지적됐지만, 이 같은 일은 최근 공개되는 OTT 오리지널 드라마에선 찾아볼 수 없다.
OTT 오리지널 드라마들은 사전에 제작을 완료하는 것은 물론 전 회차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TV 드라마보다는 오히려 장편 상업영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
감독들은 드라마 진출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영역을 확장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표현할 좋은 기회라는 반응이다.
이준익 감독은 ‘욘더’ 공개 당시 제작발표회에서 “원작 소설을 읽고 앞서가는 놀라운 세계관에 깜짝 놀랐지만, 영화로 해보려는 시도는 실패했다”며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생겼는데 ‘욘더’ 이야기를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종빈 감독 역시 ‘수리남’ 공개 당시 “처음엔 영화로 제작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2시간 분량으로 줄이면 변별력 없는 액션물이 될 것 같았다”고 시리즈물에 도전한 배경을 밝혔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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