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판검사가 돼야 벗어날 수 있어. 고약한 돼지 똥 냄새, 그리고 이 나쁜 엄마한테도”
모두가 ‘좋은 엄마’를 꿈꾸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악역을 자처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품 안에서 사랑만 주고 키워도 부족한 내 아이에게 냉정해야 하는 때도 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나쁜 엄마’가 되고 만다.
JTBC ‘나쁜 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영순(라미란 분)과 뜻밖의 사고로 아이가 돼버린 아들 강호(이도현 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극중 영순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아들을 구원하기 위해 철저히 ‘나쁜 엄마’가 되기로 한 인물이다. 영순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아들 강호와 단둘이 세상에 남았다. 험한 세상에서 홀로 자식을 키운다는 건 부재한 남편의 몫까지 두 배의 노력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가장으로서, 엄마로서, 아빠로서 몇 배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영순은 점점 독해진다. 아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강호를 검사로 만들고, 불의의 사고로 7살 어린아이가 됐을 때도 혼자 사는 방법을 가르친다. 훗날 아들이 나쁜 엄마를 원망하면서 떠난다고 해도 아들만 잘 살면 그만이다.
라미란이 연기한 영순은 나쁜 엄마, 그 이상의 울림을 선사한다. 강호를 바라보는 차가운 눈빛 너머엔 걱정이 담겨있고 억척스러움에선 강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성애가 느껴진다. 영순을 통해 “이런 모양의 모성애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쁜 엄마’가 방영되기 전 라미란의 엄마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진 않았다. 그가 연기장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라미란은 지난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스크린에 데뷔해 극장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로 대중을 만났다. 성실한 필모그래피가 그의 연기 내공을 입증한다.
하지만 이렇게 또 해낼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보기 편안한 연기를 선보였던 라미란이 가슴이 쓰려 마주치기조차 힘든 캐릭터를 탄생시켰으니 말이다.
‘나쁜 엄마’는 빠르게 입소문을 타 수목드라마 동시간대 1위는 물론, 매주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며 후반부로 달려가고 있다. 종영까지 4회를 남겨둔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감이 증폭된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JTBC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