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등장에 수백명 환호…영화제 화제성 견인
명품 브랜드도 마케팅 위해 뷔·로제·리사·에스파 초청
(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파리 여행 중이었는데, 에스파가 온다는 말을 듣고 어제 급하게 비행기 타고 칸까지 왔어요. 너무 기대돼요.”
24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 근처에서 만난 일본인 미도리 나가오카(26)씨는 레드카펫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이렇게 말했다.
함께 여행온 친구 2명을 설득해 이곳으로 왔다는 그는 “원래도 에스파 때문에 한국에 자주 간다. 하지만 레드카펫 밟는 걸 보는 건 새로운 일이고, 다시 없을 기회 아니냐”고 했다.
에스파는 이날 쩐아이홍 감독의 ‘더 포토푀’ 월드 프리미어 상영 전 공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K팝 그룹이 단체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칸영화제 공식 파트너인 스위스 장신구 브랜드 쇼파드의 앰버서더(홍보대사) 자격으로 초청받았다.
극장 주변에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 1∼2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려들었다.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에스파가 등장하자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일부 팬들은 카리나, 윈터, 닝닝, 지젤 등 멤버 이름을 부르며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에 앞서 블랙핑크 제니는 비경쟁부문 초청작인 드라마 ‘디 아이돌'(The Idol) 출연 배우 자격으로 칸의 레드카펫에 올랐다.
미국 팝스타 위켄드, 배우 조니 뎁의 딸 릴리-로즈 뎁, 호주 싱어송라이터 트로이 시반 등 동료 배우들과 등장한 제니는 이날 주인공인 위켄드 못지않은 환호성을 끌어냈다.
이날 만난 칸 인근 도시 니스 주민 조이스 창(22)씨는 “고향인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블랙핑크 인기는 아주 높다. 특히 제니는 젊은 여성들의 패셔니스타”라면서 “곧 제니가 올 테니 말을 그만 시키면 좋겠다”고 웃었다.
블랙핑크의 또 다른 멤버인 로제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시사회 전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가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명품 브랜드 생로랑의 요청을 받았다.
셀린느 앰버서더인 리사는 레드카펫에 오르지는 않았으나 칸에서 셀린느 파티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뷔도 자리했다. 열애설에 휩싸인 제니와 같은 시기 칸에 있어 관심이 집중됐지만, 아직 함께 있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
칸이 영화와 관련이 적은 K팝 스타들을 잇달아 초청하는 것은 이들이 영화제의 화제성을 견인하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폐쇄성으로 인해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을 받아온 칸이 일반 영화 팬, 특히 젊은 층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엔 글로벌 팬덤을 이끄는 K팝 스타가 제격이다.
예컨대 ‘디 아이돌’의 경우 제니의 연기 데뷔작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 칸에서 공개된 제니의 출연 분량은 미미했다. 그러나 팬들의 관심은 주인공을 맡은 릴리-로즈 뎁이 아닌 제니에게 쏠렸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도 칸영화제는 마케팅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로제와 제니는 이번 레드카펫에서 앰버서더로 활약하는 생로랑, 샤넬의 드레스를 각각 입고서 전 세계 취재진 앞에 나왔다. 셀린느, 쇼파드 등이 뷔, 에스파 등을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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