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오픈채팅·OTT 다중 동시 감상 기능 등…취향 맞는 낯선 이들과 ‘티키타카’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심야괴담회’ 같이 보자. 무서워”
사회초년생 권모(25)씨는 21일 오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왓챠에서 볼 만한 콘텐츠를 찾아 헤매다 홀린 듯이 이러한 제목의 ‘랜선 상영회’를 입장했다.
“대낮에 보니까 하나도 안 무섭네. 오늘 친구네서 자야지”, “여러분은 귀신 본 적 있나요?” 상영회에 모인 32명의 이용자는 왓챠의 다중 동시 감상 기능 ‘왓챠 파티’를 이용해 각자의 집에서 콘텐츠를 감상하며 낯선 이들과 미주알고주알 수다를 떨고 있었다.
22일 방송가에 따르면 편성 시간에 맞춰 거실에 모여앉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떨면서 TV를 보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웃고, 욕하면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욕구에 발맞춰 새로운 소통의 장이 온라인상에서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함께 콘텐츠를 즐길 ‘랜선 친구’를 구하는 방법의 하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다. 특히 출연자의 심리를 분석하고 전개를 예측하는 재미가 있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의 대화방이 많이 생성돼있는 편이다.
예컨대 ENA·SBS플러스 연애 리얼리티 예능 ‘나는 솔로’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오픈채팅 중 가장 활발한 시청자 소통방에는 133여명이 참여 중이다. 대화방에서 시청자들은 놓친 대사를 물어보고, 러브라인에 대해 제각기 추측하면서 함께 콘텐츠를 즐긴다.
네이버의 오픈톡도 수다를 떨면서 드라마를 함께 볼 수 있는 기능 중 하나다.
네이버에 따르면 콘텐츠제공자와 협의를 거쳐 공식 오픈톡을 개설한 드라마는 4월 기준으로 총 22편이다. 수목드라마 ‘나쁜엄마’ 오픈톡은 방송 시간에 집계된 접속자 수가 약 3만 2천여명, 주말드라마 ‘닥터 차정숙’ 오픈톡도 3만여 명이 꾸준히 방문 중이다.
OTT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이용자들끼리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왓챠에는 다른 이용자들을 초대해 함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왓챠 파티’가 있다. 호스트가 되어 채팅방을 열듯 파티를 개설할 수도 있고, 이미 개설된 파티에 참여할 수도 있다.
왓챠 관계자는 “지난 일주일(5월 11일~17일) 동안 열린 파티 수는 1천여개, 오고 간 메시지 수는 대략 20만개에 달한다”며 “파티의 80% 이상은 비공개로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티빙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콘텐츠 중에 시청자들이 채팅할 수 있는 ‘티빙 톡’ 기능을 제공한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 가수 임영웅의 공연 녹화본 ‘아임 히어로(IM HERO)-서울’을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 경기 중계 프로그램 등에서 티빙톡 기능이 활발하게 이용됐다.
티빙 관계자는 “티빙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즐기려는 이용자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티빙톡을 도입했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콘텐츠를 동시 감상하는 관람법은 어느덧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감정은 쉽게 전염되는 특성이 있다 보니 콘텐츠를 감상할 때도 여러 사람이 함께할 때 감정이 증폭되고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리적으로 낯선 타인에게 더 부담을 안 가지고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온라인상 익명의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려는 현상이 도드라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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