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 ‘알러지’·세븐틴 ‘FML’…현실적 고민 가감 없이 담아
아이돌 ‘셀프 프로듀싱’ 늘며 메시지 다양화…”우상에서 동시대 대변자로”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볼품없는 핏, 뭔데 운동도 안 하고. 메이크업 하나도 못하고. 그래 난 내가 봐도 별로인걸” ((여자)아이들 ‘알러지’)
“이런 빌어먹을 세상. 나만 혼자 바보 됐어…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왜 내가 될 수 없는지.” (세븐틴 ‘FML’)
최근 컴백한 그룹 (여자)아이들과 세븐틴의 신곡 가사다.
무대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뽐내는 대신, 외모에 자신감 없는 모습과 세상과 섞이지 못하는 외로움 등 누구나 남들 앞에서 숨기고 싶어 할 어두운 고민을 가감 없이 담았다.
이처럼 과거 청소년의 ‘우상’으로 여겨지던 아이돌 그룹이 최근 같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고민의 대변자로 거듭나고 있다.
그룹 (여자)아이들은 지난 15일 발매한 신보 ‘아이 필'(I feel)을 통해 ‘자존감’을 주제로 내세웠다.
전작 ‘톰보이’와 ‘누드’에서도 꾸준히 자기애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던 (여자)아이들은 이번 음반에서 선공개곡 ‘알러지'(Allergy)와 타이틀곡 ‘퀸카’를 통해 한층 더 깊어진 자존감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들은 두 곡의 뮤직비디오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뮤직 드라마 형식을 내세워 외모에 자신감이 없던 20대 소녀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찾게 되는 서사를 그려냈다.
‘알러지’의 화자는 외모 콤플렉스를 지닌 인물로, “얼굴 없는 피드, 파리 날리는 팔로워…나만 없는 샤넬” 같은 가사에서 SNS를 통해 외모의 비교가 넘쳐나는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솔직한 심정을 대변한다.
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한 리더 전소연은 신보 제작발표회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요즘 시대의 현실적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나온 세븐틴의 신곡 ‘FML’은 삶을 비관하는 속어인 ‘퍽 마이 라이프'(F*ck My Life)를 줄인 제목으로, 세상에 쉽게 섞이지 못하고 길을 잃은 듯한 심경을 직설적으로 녹여냈다.
영화 ‘트루먼쇼’의 장면을 오마주한 ‘FML’ 뮤직비디오에서 이들은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세상에 맘이 무뎌져 내가 작아지는 기분” 등을 표현한 섬세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두 그룹 외에도 최근 컴백한 그룹 베리베리는 신보 ‘리미널리티 – EP.드림’에서 꿈을 주제로 꿈을 향해 노력하는 공감형 메시지를 담았으며 그룹 방탄소년단의 슈가는 아이유와 협업한 솔로곡 ‘사람 파트2’를 통해 삶의 외로움 등 솔직한 심정을 노래했다.
데뷔 예정인 하이브의 신인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는 ‘옆집 소년’이라는 의미의 그룹 이름처럼 또래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솔직한 음악으로 표현하겠다는 콘셉트로, ‘우상’과는 거리가 먼 아이돌 그룹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제 아이돌은 우상을 뜻하는 ‘아이돌'(idol)에서 ‘아이들’로 내려왔다”며 “선망의 대상이나 대중이 우러러보는 존재에서 ‘나와 같은 또래’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입장을 대변하는 존재로 거듭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아이돌 멤버의 작사·작곡 참여 등 ‘셀프 프로듀싱’의 확산도 이 같은 변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여자)아이들, 세븐틴, 베리베리는 모두 멤버 대부분이 작사·작곡에 참여하는 그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은 이번 노래 가사에 대해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곡에 다 담으려고 했다”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SNS에 대한 생각 등 저희가 20대를 살며 느끼는 것들을 적다 보니 직설적인 가사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과거와 달리 무대에 오르는 당사자들이 직접 진정성을 담은 곡을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팝 스타들이 동시대 청춘들을 대변하는 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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