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꿈꾸는 난민 윤사월 역…”배울 점 많은 캐릭터”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제가 연기한 사월이는 20대 초반 강신철(배우 강유석의 본명)과 90% 정도 비슷해요. 어릴 적 제 모습을 떠올리고 연기하면서 과거 강신철에게서도 많이 배웠죠.”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철없어 보일 정도로 해맑고 패기로운 소년 윤사월. 넷플릭스 새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택배기사를 꿈꾸는 난민 윤사월을 생기발랄하게 묘사해낸 배우는 29살 강유석이다.
19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유석은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고 너스레를 떨며 “어릴 때 제 모습을 되짚어가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강유석이라는 예명을 쓰기 전, 강신철이라는 이름으로 살던 시절에 저는 영락없는 사월이었어요. 지금은 사회 물을 좀 먹어서 소년티를 벗었고, 반쯤은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웃음)”
혜성 충돌로 99%의 사람이 숨지고 사막으로 변해버린 2071년의 서울에서 윤사월은 난민으로 태어난다.
정보사 소령 정설아(이솜)의 도움 덕에 난민 대학살에서 살아남고, 설아와 그의 동생 슬아(노윤서)네 집에 숨어 일반 구역에서 몰래 살아간다.
강유석은 “윤사월을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소년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는 밝고 당당한 윤사월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으로는 “그가 5-8(김우빈)과 처음 만났을 때”를 꼽았다.
이 장면에서 윤사월은 무턱대고 5-8을 찾아가 그가 운전하는 거대한 트럭 조수석에 올라타고, 대뜸 “내 이름은 사월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강유석은 “우상으로 여기던 전설적인 택배 기사 5-8을 만났을 때 긴장해서 ‘삑사리’를 내지만, 금방 자신감을 되찾고 당당하게 자기를 소개하는 장면이 캐릭터의 많은 부분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5-8은 집요하게 따라붙는 윤사월을 결국 제자로 받아들인다. 택배 기사 선발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강도 높은 훈련을 반복한다.
강유석은 오디션에 붙고 나서 “조의석 감독님이 ‘액션 괴물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액션 훈련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2주 정도 액션 연습을 가니까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밥을 아무리 먹어도 살이 계속 훅훅 빠지더라고요. 액션 연기는 합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한 시간씩 뛰게 했어요. 같은 장면 촬영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니까 체력이 중요하긴 하더라고요.”
2018년 OCN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로 데뷔한 강유석은 드라마 ‘사의 찬미'(2018), ‘낭만닥터 김사부 2′(2020), ‘스타트업'(2020), ‘괴물'(2021) 등에서 단역 및 조연을 맡으며 차근차근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올해 방송된 SBS 드라마 ‘법쩐’에서 검사 장태춘 역으로 주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첫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강유석은 “20대 초반으로 돌아가서 윤사월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과거 강신철에게 배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는 윤사월처럼 단순하게 이것저것 도전해보면서 살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생각이 많아지고 망설이게 돼요. 뭐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부딪쳐보는 게 좋은 것 같은데, 그런 태도를 다시 배우고 싶어요.”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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