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랑을 받으며 올해로 탄생 40주년을 맞은 둘리는 ‘완벽한 인물’을 원하는 당시의 검열을 완화하기 위해 고민 끝에 탄생한 캐릭터였다.
1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일상의 히어로’ 특집이 진행된 가운데 아기 공룡 둘리를 탄생시킨 만화가 김수정이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어느덧 올해로 불혹을 맞은 둘리. 이날 김수정은 ‘둘리의 어떻게 탄생이 됐냐?’라는 질문에 “둘리의 탄생을 이야기하려면 그때의 한국 만화계의 실정을 말씀드려야 설명할 수 있다”면서 “그 당시 만화는 쓸모없는 ‘잉여 문화’로 취급받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가 아동 만화 작가인데 아동의 세계를 순수하게 그릴 수가 없었다. 아동은 완벽하지 않다. 그렇다고 어른은 완벽한가. 그것도 아니다. 인간 자체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검열에서는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며 모든 것에 ‘완벽한 인물’을 원했다”면서 “동물을 의인화하면 검열이 좀 완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만화에서 동물을 그리기로 결정한 김수정이 그 다음으로 생각한 건 ‘남들이 그리지 않은 동물은 뭘까?’였다. 김수정은 “그렇게 공룡이 낙점됐다”면서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결핍이 있다. 알고 보면 불쌍한 아이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둘리는 엄마를 잃었고, 희동이는 부모님이 어디론가 떠났다. 또치는 서커스에서 도망을 쳤고, 도우너는 오고 싶어 온 게 아니다. 깐따비야 별로 가다가 지구에 불시착한 거다. 마이콜은 노래를 썩 잘하지도 못하는데도 가수를 꿈꾼다”라며 “하나같이 부족한 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거다. 완벽한 건 사실 재미없다”라고 전했다.
서은혜 프리랜서 에디터 huffkorea@gmail.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