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축구 선수 그 이상을 보여줬다. 배우 박서준은 연기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드림’(감독 이병헌)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청년경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박서준은 극중 의지도, 계획도 없던 홈리스 축구단 감독을 맡게 된 축구선수 홍대 역을 맡았다. 까칠하지만 인간적인 홍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는 전문적인 훈련 과정을 거치고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높였다.
지난 2010년 대한민국이 첫 출전한 홈리스 월드컵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드림’은 누적 관객 수는 97만 돌파하며, 100만을 뒀다(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Q. 정말 축구 선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싱크로율이 대단했다.
“축구선수로서 보이기 위해 외적인 부분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상체보다 하체로 운동하고, 태닝도 했었다. 달리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체력적인 운동을 하면서 준비했다. 공과 친해지기 위해 최대한 공과 스킨십을 많이 하면서 그 기간을 보냈던 것 같다. 안 나갔던 조기축구도 나가면서 축구에 감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Q. 체력적 소모를 많이 했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건 경기장에서 뛰던 장면이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축구선수들이 얼마나 활동량을 가지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잔디에서 달리니까 발을 잡는 느낌이 들더라. 모래주머니를 차고 뛴 느낌이었다. 그 느낌도 생소했고, 달리는 장면에서 골대에서 골대를 뛰는 테이크가 많았다. 135m가 된다고 하더라 거리가. 그곳을 뛰어서 그런 부분이 힘들지 않았나 싶다. 그 외에는 의지할 수 있는 선배님들과 아이유 씨가 있어서 잘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드림’ 영화를 본 후 만족도는? 또 이병헌 감독과의 첫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매 작품 만족도라고 생각하면 항상 높지 않았던 것 같다.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은데 감독님과 처음 촬영을 한 것에 대해서는 설렜다. 감독님 전작도 재미있게 봐서 첫 작품이 설렜고 그 스타일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시간을 가지면서 가까워진 것 같다.”
Q. 이병헌 감독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것 같다. 감독의 전작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무엇인가.
“저는 ‘스물’ 때 가장 인상 깊었다. 저 역시도 그때 20대였던 것 같다. 그때 당시에도 저희 또래 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이 정말 없었다. ‘스물’을 보면서 이런 영화를 또래 배우들과 하는 작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스물’이었다. 저는 ‘스물’을 통해 알게 됐고, 다른 작품도 다 좋지만 저에게 컸던 게 아닌가 싶다.”
Q. 아이유와의 말맛나는 티키타카가 재미있었다.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생각해보면 항상 홍대는 소민에게 투덜대고 짜증 내고 그러는데, 나중에는 설득당하고 혼나는 캐릭터였다. 소민의 캐릭터가 대사도 그렇지만 다이렉트하고 명확하게 보이는 인물이라서 저의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정말 폭염 때 찍어서 대사를 더 뭔가 감독님이 원하는 느낌처럼 말맛나게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운 게 있었다. 아이유 씨는 생각보다 더 좋은 걸 알려준 분이라서 재미있던 순간이었다.”
Q. ‘드림’은 4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 나왔다. 잠시 멈추는 기간에는 어떤 시간을 보냈나.
“중단됐을 때 다시 촬영에 돌입하기 전에 편집본도 같이 보면서 리와인드 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거 외에는 다른 일정도 있고 하기 때문에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게 필요했고. 유지한다기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최대한의 것을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Q. ‘슬램덩크’ ‘리바운드’ 등 스포츠 영화들이 유난히 많이 나온 한 해다. ‘드림’ 역시 스포츠 소재가 섞인 영화인데, 차별화된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렇게 계획한 게 아닌데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나와서 저도 신기하더라. 약속한 게 아닌데 동시간대에 개봉한다는 게 신기했다. 부담감을 말씀드리자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왜 그러냐’ 생각해보면 약 4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이고, 촬영 기간도 오래 걸렸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가 걱정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음.. 강점이라고 한다면 비슷한 주제와 소재는 어쩔 수 없이 많은데 차이점은 어떻게 풀어나가냐, 시퀸스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나가 되느냐가 차이인 것 같다. 그런 차이가 ‘드림’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이든 배우들 호흡이 다 좋겠지만 ‘드림’은 오랜 시간 함께 했기 때문에 그게 강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해외 분량을 촬영했음에도 끈끈해지고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Q. 홍대와 박서준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절반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열심히 남모르게 노력하고. 또 홍대처럼 저도 때로는 부모님에게 투덜대기도 한다. 사람을 잘 챙겨야 한다고 압박감을 느끼는 건 아니지만, 잘해야 한다고 해도 예쁘게 표현을 잘 못 하는 것 같다. 낯간지러운 걸 싫어해서,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아서 절반 정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Q. ‘드림’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연기하면서 와닿았던 부분이 있었나. “실화의 다큐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제가 감정적으로 와닿게 느껴진 것은 홈리스의 룰이었다. 5명이 출전하는데 1명만 수비하고 모두 공격을 할 수 있다. 모든 선수가 골을 넣게 해주고, 성취감으로 인해서 ‘당신도 살아갈 수 있다’, ‘낙오될 필요가 없다’ 희망을 주는 취지의 경기더라. 그런게 감정적으로 와닿았다.”
Q.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손흥민 선수가 축구선수 연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팁을 줬는가.
“딱히 팁을 얻고자 하지도 않았고, 팁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어야 받는데.. 그냥 제 위치에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저도 기억나는 게 ‘드림’ 처음 리딩 영상이 업로드된 적 있는데 그걸 보고는 ‘꼭 영화보고 싶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시즌 중이지만, 한국 오면 꼭 보겠다는 응원을 해주셨다.”
Q. 대체적으로 드라마에 비해서 영화 성적이 다소 저조한 편이다. 이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소화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고, 역할을 주면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이야기가 항상 중요했던 것 같다. 또 성적에 대해 한 번도 기대하거나 걱정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Q. ‘드림’이 박서준 배우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이렇게 오랜 기간 촬영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촬영까지 4년 정도지만,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은 10년 동안 품고 있던 작품이어서 뭔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가 좋아하는 동생 같은 느낌도 있는 것 같고. 다독여주고 싶은 작품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김나영 MK스포츠 기자(mkculture@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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