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임창정을 비롯한 연예계·재계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소름돋는 배후 세력의 실체와 인물관계도가 밝혀지며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4일 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되면서 총 8개 종목의 주가가 동시에 하한가를 찍으며 희대의 ‘8조 사기극’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장기간 우상향하던 대성홀딩스·선광·서울가스·삼천리·세방·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다우데이타 등의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으로 전일 대비 30% 가까이 폭락했는데, 이들 종목의 낙폭이 29.92~29.99%로 일률적이어서 주가조작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 총합(4월 28일 기준)이 사건 발생 직전(21일) 대비 약 7조8493억원(64.4%) 증발하는 등 시장에 미친 영향도 컸지만, 더욱 관심을 집중시킨 건 가수 임창정씨와 박혜경씨,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 등 유명 연예인과 기업인들이 피해를 주장하면서입니다.
그러나 사건 관계인들의 회사 등기부등본 등을 보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들이 이사로 등장하는 등 이들의 주장만으로 피해자와 공범를 경계짓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피해자’라던 임창정, 알고보니…
SG 증권발 하한가 사태 이후 대규모 주가 조작 세력으로 의심되는 10명이 붙잡혔고 이 중 연예인 임창정이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임창정이 이 사건에 연관된 이유는 지난 4월 24일 SG증권을 통해 8개 상장사 매도물량이 쏟아졌고 금융당국과 검찰인 이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기초자산의 진입가격과 청산가격 간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작전을 벌였습니다.
이에 임창정도 30억원 가량을 해당 주가 조작 세력에 투자한 게 알려지면서 공범으로 몰린 것입니다. 하지만 임창정은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임창정은 소속사 일부 지분을 50억 원에 넘겼고 받은 돈 중 30억 원을 그들에게 투자해 한달 만에 2배가 가까운 58억원까지 불린것인데, 임창정은 “큰손들도 크게 한 번에 벌기 때문에 그 정도 수익이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라고 말하며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특히 임창정의 주가조작이 논란이 되면서 그의 아내 서하얀까지도 같이 논란이 됐습니다. 임창정은 서하얀의 명의로도 15억 씩 담긴 개인 계좌를 만들어서 주가 조작 세력에게 본인과 아내의 신분증을 맡겨 대리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주가 조작 일당은 부부의 신분증으로 신용거래를 해서 84억의 주식을 샀고 이 역시 임창정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임창정은 “계좌에 1억8900만원이 남아 있다, 이게 이틀 전에 20억짜리였던 거다, 내일부터 이제 마이너스 5억 아마 그렇게 찍힐 거다”라면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전했습니다.
이후 가수 박혜경도 주가조작 가담 의혹을 받자 본인 역시 주가 폭락 사태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습니다. 박혜경은 4월 29일 SNS에 ‘총 1억4000만원을 시세 조종 세력으로 지목된 투자회사에 맡겼다가 큰 손해를 봤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박씨는 “(투자 과정에서) 돈이 불어나 있길래 좋아만 했지, 이런 일이 생길 줄 전혀 몰랐다”며 “저는 주가 조작 사태와 큰 관련이 없다”고 했습니다.
‘사이비 수준’…임창정 소름돋는 영상
임창정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JTBC 보도에 따라 충격적인 영상 하나가 공개됐습니다. 해당 영상은 2022년 12월 임창정이 주가 세력으로 의심받는 일당이 주최한 투자자 모임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영상에서 임창정 씨는 지난 2022년 12월 주가조작 세력 일당이 주최한 투자자 모임에 참석해 “근데 또 저 XX한테 돈을 맡겨, 아주 종교야. 너 잘하고 있어. 왜냐면 내 돈을 가져간 저 XX 대단한 거야. 맞아요, 안 맞아요?”라고 일당을 추켜세웠다. 이 같은 임창정 씨의 말에 객석에서는 “할렐루야!”라는 호응도 나왔습니다.
이어 임창정 씨는 “종교가 이렇게 탄생하는 거예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너 다음 달 말까지, 한 달 딱 줄 거야. 수익률 원하는 만큼 안 주면 내가 다 이거 해산시킬 거야”라고 말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가수 박혜경도 담겼습니다. 해당 행사는 전남 여수의 한 골프장에서 열린 투자자문업체 ‘호안’ 라덕연 대표의 VIP 투자자 모임으로 가수 박혜경도 참석해 노래를 불렀다고 알려졌습니다.
본인들도 주가 폭락 사태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임창정, 박혜경이 주가 조작 의심 일당의 행사에 참여, 적극적으로 투자를 독려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되자 이들도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주가조작 세력의 핵심 인물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임창정이 이 사건의 주범으로 거론되는 라덕연 대표이사와 세운 법인에 아내 서하얀을 사내이사로 등재한 사실이 보도되며 그 의혹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임창정의 충격적인 배후와 인물관계도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의 주범으로는 라덕연 H투자자문사 전 대표, 전직 프로골퍼로 영업총책 역할을 했다는 안모씨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골프 레슨을 하며 연예인, 의사, 기업인들을 모집했다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S골프연습장은 ㈜S골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안씨가 대표이사, 라씨가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습니다. ㈜S골프의 또다른 사내이사인 변모(40)씨는 H투자자문사의 현 대표이사로 재직중인 등 H사와 ㈜S골프의 인적 구성은 서로 겹칩니다.
이들의 이름은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임창정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임원 명단에도 등장합니다. 임씨의 돈 30억원을 맡아 관리했다는 라씨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라씨 회사의 현 대표이사로 있는 변씨와 ㈜S골프 대표인 안씨가 나란히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임씨 측은 이에 대해 “라씨가 갑자기 투자를 하겠다고 제안해왔는데 라씨가 C케이블방송국을 소유하고 있고 그 C사의 대표가 안씨, C사의 제작사 대표가 변씨다 보니 (투자자 측 자격으로) 사내이사로 온 것일 것”이라며 “다만 사내이사로 등재된 곳은 연예기획사가 아닌 별도 법인인 것으로 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주)S골프의 소재지가 개그맨 노홍철씨 소유의 건물로 나타나면서 한때 노씨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노씨의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 측은 “노씨가 투자 제의를 받은 것은 맞지만 거절했다”며 “이번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폭로전으로 드러난 ‘대한민국 큰손들’
라 대표의 투자 인맥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큰손’들입니다. 중견기업 전현직 회장들로, 라 대표 측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거나 주변에 투자를 권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은 이들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맡겼다가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 대표는 이 전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학교법인의 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 전 회장 측은 자신이 투자 피해자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권유로 라 대표에게 돈을 맡겼다가 손해를 입었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아난티그룹 측은 이중명 회장의 투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이 전 회장의 개인 이슈로, 아난티와는 일절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전 회장의 아들이 이만규 아난티 대표는 “부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중견기업 휴온스그룹의 윤성태 회장도 라 대표와 관련 있는 고액 투자자라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윤 회장이 투자수익에 대한 수수료를 라 대표 측이 운영하는 케이블채널 광고비로 대신 지급했다는 의혹입니다. 윤 회장 측은 “주변 추천으로 적은 금액을 투자한 건 맞지만 몇 달 만에 회수했고, 광고 집행도 수익에 대한 수수료와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재벌가 인사가 라 대표와 함께 투자에 나선 정황도 불거졌습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가 라 대표와 손잡고 코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회사에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라 대표와 이 전 대표가 조성한 펀드는 2021년 해당 바이오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가 기업 창업자 측의 경영권 방어에 가로막혀 최대주주 자리를 다시 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라 대표는 “이재환 전 대표와 함께 투자한 건 맞지만 수수료 문제 등으로 의견이 맞지 않아 우리 측 지분을 정리했고 현재 특별한 관계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CJ그룹 측은 “이 전 대표는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개인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라 대표는 사적 인연, 비즈니스 관계 등으로 얽힌 인사들에 대해 “그들도 피해자”라고 변호하고 있습니다. 본인을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 역시 부인하면서도 그는 그 화살을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라덕연,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에 화살돌린 이유는?
라 대표는 지난 4월 30일 “김익래 회장이 (폭락 사태를 유발) 했다고 100% 확신하고 있다” 면서 “일단 손해배상 청구 민사 (소송)를 하나 넣고, (검찰·금융당국에) 진정서도 넣고 밤을 새면서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익래 회장은 4월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주당 4만 3245원에 시간외 매매로 처분해 총 605억 4300만 원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당시는 SG증권발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2거래일 전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도 ‘대량 매도 사태를 예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이에 라 대표는 김익래 회장이 자신을 죽였다면서 “4월 20일 김 회장이 140만주를 팔아 주가가 폭락했는데, 이게 시장 교란행위”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상위 0.1% 부자들이 상장 주식 주가를 떨어뜨리면 상속세나 증여세가 낮아지니, 자식들에게 주려고 주가를 눌러놓았다”는 주장입니다.
라 대표는 주가 폭락 전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의 서울가스 주식 매도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합니다. 김영민 회장은 4월 17일 서울가스 주식 10만 주를 팔아 약 457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김익래 회장의 주식 매도 시점에 대해 다우키움그룹 계열사 키움증권의 황현순 사장은 “우연의 일치”라면서 라 대표 측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결국 김 회장과 키움증권 측은 5월 2일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다우키움그룹측은 라 대표 등이 제기하는 주가 폭락 사태 배후론에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 라 대표가 위법 행위들의 책임을 전가하려 주가 조작과 무관한 김 회장을 끌어들인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과 금융당국의 SG발 주가 조작 혐의 수사 과정에서 주가 폭락 사태를 야기한 책임 등을 둘러싼 논란은 한층 가열될 전망입니다.
이번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름이 거론된 인사는 하나같이 “나도 피해자”라고 말합니다. 라 대표 측으로부터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이들은 투자 모집 단계부터 불법성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한 레버리지 거래 구조를 인식하지 못한 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것입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투자금을 잃었다 해도 시세조종 행위에 고의적으로 동참했거나 타인에게 투자를 권유해 피해를 끼쳤다면 주가조작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입니다.
‘기상천외한 수법’ 3년을 안걸린 이유
서울 강남구 소재의 H사는 투자자들의 신분증을 받아 개인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개설하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투자금을 이용해 주식을 대리 매매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기존의 주가 조작과 달리 투자금을 모집해 하나의 노트북 혹은 휴대폰에서 거래하는 것이 아닌, 투자자들 명의로 일일히 휴대폰을 개통해 대리 투자하거나 원격으로 노트북에 접속해 주문을 내는 방식입니다.
투자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공기계 스마트폰을 퀵으로 보내고, 투자자가 개통 및 계좌 개설 및 현금 입금을 완료하면 휴대폰과 신용카드 한장을 돌려받은 뒤 직접 매매하는 것처럼 폰으로 주문을 넣고 수수료는 카드 결제로 회수했습니다.
수수료를 떼가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음식점을 열어 수백만원어치 마라탕을 결제하고, 골프레슨비로 수천만원을 긁는 등 기상천외한 편법을 활용했습니다. 3년이나 주가를 끌어올렸는데 당국 입장에서 포착하기 어려웠던 이유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의심받는 주가조작 세력을 특정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들이 지난 2020년부터 투자자의 명의를 넘겨받아 계좌를 개설하고, 통정거래를 이용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입니다. 통정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과 물량 등을 사전에 정한 뒤 주식을 사고팔며 주가를 조작하는 불법 매매 행위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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