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
넷플릭스라서 가능한 39금 콘텐츠, 성인들만을 위한 본격 ‘성(性) 탐구’ 시리즈 ‘성+인물:일본편’이 화제다. 넷플릭스는 ‘성+인물’을 내놓으며 ‘평소 궁금했지만 알 수 없던 미지의 영역인 성인문화와 관련된 다채로운 담론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19금 토크쇼 ‘마녀 사냥’ 연출진이 제작을 맡은 이번 프로그램은 제작 의도에 걸맞게 ‘성+인물’은 첫 소재를 찾아 일본으로 떠난다. 일본은 ‘성(性)진국’으로 불리며 각종 성인용품을 비롯해 1년에 3만여편이 넘는 AV(Adult Video, 어덜트 비디오)를 양산하며 관련 종사자와 파생 산업 등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성+인물’은 ‘섹드립 개그’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신동엽이 MC로 출연해 맞춤 캐스팅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여기에 공동 진행자로 성시경이 호흡을 이루며 능숙한 일본어 실력으로 통역까지 맡았다. 이들은 총 6화의 에피소드를 통해 일본 성 산업에 대해 다소 민망하고 낯뜨겁지만 유머러스하게 세세히 조명한다. 일본을 직접 방문해 성인제품 시장을 돌아보는가 하면 AV 출연 여배우와 남자배우들의 인터뷰를 갖고 섹스용품 산업 종사자들을 만나 궁금했던 모든 것을 묻고 들어본다.
섹스용품 상점에 들어선 성시경은 제품을 들고 시연해 보이며 “이 장면이 캡처떠서 돌아다닐까봐 무섭다”라며 민망해하는가 하면 “다시는 마이크를 못 잡는 것 아니냐”며 부끄러워한다. 반면 신동엽은 물 만난 고기처럼 맹활약을 펼치는가 하면 귀가 빨개진 모습을 종종 보여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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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AV, 일명 ‘야동’이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음지에서 유명세를 떨쳐오던 AV 배우들이 신, 성 두 MC를 만나 39금 토크를 펼쳐놓기도 한다. 일본 유튜브 활동이 제한적인 AV 배우들은 국내에서 ‘심익현(시미켄)’으로 활동하거나 인기 채널에 출연하며 국경없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AV가 금지된 국가에서 유튜브 활동을 하는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인기는 뜨겁다. 이같은 인기를 업고 ‘성+인물’에 출연한 배우들은 AV 배우 데뷔 계기, 고충, 출연료, 촬영장 뒷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여배우들은 인터뷰를 마치며 AV의 의미를 묻자 “내게 있어 AV는 인생”, “내가 살아온 삶의 기록”, “나를 낳아준 부모”라고 말한다. 이어진 남자배우들의 인터뷰에는 시미켄이 출연해 화끈한 입담을 과시했다. 15살에 AV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그는 하루 평균 2,3편, 많게는 6편까지 매일 AV를 촬영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남자배우가 AV 현장에서 버티지 못하는 이 세계에서 그는 발군(?)의 능력과 낙천적인 자세, 프로정신으로 20년 넘는 세월 동안 정력적으로 활동 중이다. 시미켄은 “무사가 칼을 가는 듯한 마음가짐”으로 촬영에 임한다며, 자신만의 노하우와 운동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는 자위기구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 텐가(Tenga)를 찾는다.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만들 어내는 텐가를 방문해 눈길을 끄는 성인용품을 직접 체험해보고 즐거워하는 신, 성 두 MC의 모습이 천진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마츠모토 코이치 텐가 대표는 “성이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 더 긍정적으로 즐길 수 있기를 추구한다”라며 확고한 신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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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에피소드에는 수십년에 걸쳐 일본의 유흥산업의 대명사로 군림해 온 도쿄 가부키초를 찾아 그곳에서 활동하는 호스트들을 만나 인터뷰를 갖는다. 카지노, 클럽, 주점이 몰려있는 가부키초에서 호스트들은 각자의 장점과 개성, 최고의 서비스를 내세워 여심을 유혹한다.
유명 호스트클럽에서 만난 업소 넘버 1 ‘준’은 한달 매상 6억원, 1년 매출 17억원을 자랑하는 에이스다. 호스트로 일하기 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다는 그는 어두운 과거를 바탕으로 여성들의 고민과 우울한 속사정을 들어주고 공감대를 이루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업소의 넘버1이 되기 위해 그들만의 치열한 ‘지명’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독보적인 유명세를 자랑하는 ‘가부키초의 제왕’ 로랜드를 만난다. 일본 공중파 TV 출연, 여러권의 자서전 출간, 광고 모델 등으로 일본 호스트계의 상징이 된 로랜드는 화려한 입담과 자신감으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만나 일반적인 삶 속에서의 사랑과 성에 대해 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총 6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일본의 성 문화와 산업에 대해 탐구한 ‘성+인물’은 우리네와는 조금 다른, 성에 대한 솔직한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콘텐츠다. 민망하고 노골적인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신동엽과 성시경, 두 절친의 호흡과 노련함으로 물 흐르듯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성에 대해 숨기기 보다 솔직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일에 대해 자부심과 프로의식으로 무장한 성 산업 종사자들의 장인정신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일에 임한다는 그들의 말이 일본 성 산업의 어두운 면까지 상쇄시킬 순 없을테지만, ‘성+인물’을 예능으로 웃어넘길지, 다큐로 받아들일지는 시청자들의 판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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