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큰소리가 오가는 갈등, 한숨과 눈물의 교차. 2세 준비까지. 부부 동반 예능 프로그램이 나아갈 길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 출연하는 연예인, 비연예인 부부의 고민은 경쟁이라도 하듯 매주 수위가 높아진다. 프로그램 측은 ‘역대급’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부부들의 사연을 조명한다. 부부간 대화 단절은 기본, 경제 문제로 이한 갈등, 자녀 교육, 배우자로 인한 건강 훼손 등 각양각색이다.
쉽게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부부갈등은 오은영의 솔루션과 만나 합의점을 찾는다. 방송 초반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요즘에는 방송을 보고 있으면 “저런데도 같이 살아야 하나” 싶다. 그만큼 부부의 싸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방송에 출연한 결혼 3년 차 개그맨 김경진과 모델 전수민 부부는 2세 문제로 의견차를 보였다. 김경진은 금주가 필요하다는 산부인과 의료진의 진단에 “그럼 산속에서 살아야겠다”며 무책임한 발언을 내놨다. 경제적인 관념도 문제였다. 김경진은 사업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도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경악을 자아냈다.
방송을 본 시청자는 김경진의 철없는 모습에 분노했다. 물론 재미를 위해 다소 과장된 내용이 포함됐을 수 있지만, 방송에 공개된 김경진은 아내의 속을 긁기만 하는 남편이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번지자 김경진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불화 마케팅이라고 하시는데 그게 아니다”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생활고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지나친 사생활 공개도 문제다. MBN ‘돌싱글즈2’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윤남기와 이다은.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 출연하는 두 사람은 임신 테스트기 결과부터 산부인과 방문기를 전부 공개했다. 과정에서 윤남기가 소위 ‘정자왕’이라는 TMI(너무 과한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됐다. 두 사람의 에피소드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다소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방송의 재미 즉, 자극성으로만 따졌을 때 부부 예능은 성공한 셈이다. 시청자의 호기심이 곧 시청률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극 뒤에 찾아오는 극심한 피로에 대해선 언급하는 이들도, 책임지려는 이들도 없다. 그런 면에선 철저한 실패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김경진·이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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