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단역부터 시작해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표예진은 꾸준함을 무기로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다. 귀여운 외모와 앳된 목소리 때문에 소화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표예진은 여친 있는 남자에게 대시하는 당돌한 회사 후배,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내연녀 등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본인의 한계를 깨부쉈다.
그러다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하차한 다른 배우를 대신해 급하게 합류한 ‘모범택시’는 표예진의 연기 인생 신의 한 수였다. 천재 해커 안고은은 표예진의 필모에서 단연 눈에 띄는 대표 캐릭터가 된 것은 물런, 드라마는 첫 시즌 성공에 힘입어 두 번째 시즌이 제작되는 쾌거를 이뤘다.
두 시즌에 걸쳐 ‘모범택시’의 세계관은 탄탄해지고, 자연스럽게 무지개운수 홍일점 안고은의 존재감도 단단해졌다. 무지개운수에서 없어선 안 될 ‘실세’ 안고은을 연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다진 표예진에게 ‘모범택시’는 성공작 이상의 의미를 가질 터. 최근 종영한 ‘청춘월담’을 통해 사극이라는 능력치도 하나 더했다.
“시즌3? 오빠들이 하면요!”
SBS 금토 드라마 ‘모범택시2’의 종영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표예진은 ‘오빠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막내이자 유일한 여성 멤버인 고은은 무지개운수 밖에서도 사랑 받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시즌3 출연 의사를 묻는 질문에 “또 기회가 있다면, 오빠들이 한다면 너무나 의향 있다”라고 말했다. ‘모범택시’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며 부담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컸다는 표예진은 “시청자들이 시즌1을 사랑해주신 결과이기에 보답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너무 좋아했던 작품이기에 한번 더 무지개운수가 될 수 있어 신나고 설렜다”라고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작품에 대한 애정의 기저는 팀원들을 향한 믿음이었다. 표예진은 “확실히 두 번째 시즌이다보니 팀원끼리 끈끈해 미리 맞추지 않아도 잘 맞는 편안함이 있었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면서 “장난을 친다거나 하는 장면은 거의 애드립이었다. ‘창문 부순다!’라고 했던 장면도 긴 애드립이었는데 감독님도 좋아하셨고 오빠들도 잘 받아줬다”라고 떠올렸다. 무지개운수이 막내이기에 ‘챙김’도 많이 받았다는 표예진은 “추울 때는 ‘고은이 차에 들어가 있어’라고 하고, 옷도 챙겨 주시고, 도기 오빠(이제훈)는 장난도 많이 치지만 스태프들 자리가 비좁으면 반사판도 대 주고, 배려를 정말 많이 해 주셨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모범택시’의 묘미는 역시 사이다 같은 복수다. 이번 시즌에는 실제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강렬한 에피소드들이 있어 더욱 화제를 모았다. 표예진이 꼽은 최고의 사이다 에피소드는 사이비 교주 편이었다고, 마침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가 뜨거운 이슈를 모으고 있던 시기 공교롭게도 이 에피소드가 방영됐던 바. 표예진은 “제가 생각하는 ‘모범택시’의 매력은 당한대로 갚아주는 방식이 통쾌하다는 점인데 믿음을 악용한 사이비 교주에게 가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통쾌하고, 과정도 유쾌하고 재미있었다”라고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신이다’가 이슈가 된 건) 저희도 놀랐다. 촬영을 한 지 꽤 됐기 떄문에”라면서 “단톡방에서 얘기를 나누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겠다고 기대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무지개운수 멤버 5명의 단톡방이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 표예진피셜, 이 단톡방 분위기 메이커는 배우 배유람이다. 표예진은 “말을 제일 많이 하고 인싸다. 제가 해야 할 막내 역할을 대신 싹싹하게 잘하고, 모임을 주도하기도 한다”라고 여전한 무지개운수 멤버들의 팀워크를 자랑했다.
표예진은 무지개운수 식구들에게 통 크게 고기를 쏘기도 했다. 시즌1에서 OST ‘산책’을 가창한 ‘턱’을 쏜 것이었다고. 표예진은 “오빠들이 용돈 들어오면 한턱 쏘라는 장난을 쳤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받은 건 많지만 고마움을 표현한 적이 없어서 오랜만에 얼굴 볼 겸 (자리를) 마련했었고, 다 나와 주셨다. 오랜만에 맛있는 것 먹으면서 근황도 얘기하고 방송 얘기도 했다”라고 회식 후기를 전했다. 아쉽게도 그날 멤버들은 각자의 이유로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고. 표예진이 홀로 맥주를 마시자 나중에는 배유람이 함께 맥주를 마셔줬다는 후일담도 전했다.
복수 대행의 중심인 무지개운수 고은을 연기한 배우이기에, 표예진은 대중이 ‘모범택시’에 열광하는 이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씁쓸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어떤 사건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만큼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그 이상의 처벌을 해주는 ‘모범택시’에 대리만족을 느끼시는 것 같다”라고 짚었다. 하지만 20%대 시청률까지 기대한 건 아니었다. 표예진은 “시즌1을 봐 주셨던 분들이 시즌2를 봐주셨으면 하기는 했지만 점점 올라서 너무 많이 나왔다. 그러다 보니 기대가 되더라”라고 시청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 작품 동시 방영? 챙겨볼 게 많아 좋더라고요.”
지난해 표예진은 ‘청춘월담’과 ‘모범택시2’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작품이 같은 시기 방영됐고, 배우로서는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아쉬울 수 있다. 표예진도 편성에 걱정이 있었다고. 그는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동안 열심히 촬영한 게 너무 한꺼번에 나오는 것 같아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방영이 시작된 뒤 걱정 대신 재미가 찾아왔다고. 그는 “(두 작품의) 시대가 다르고 장르도 달라서 헷갈리거나 하지는 않더라. 일주일에 4일, 하루하루 기다리며 본방 사수 하는 재미로 재미있게 보냈다. 챙겨볼 게 많아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두 작품의 본방을 챙겨보는 만큼 시청자 반응도 챙겼다. 표예진은 “‘모범택시2’의 안고은을 정말 많이 응원해 주시더라. 뭘 해도 좋아해 주시고, 엔터키만 쳐도 다 된다고 믿어 주시고.(웃음), 고은과 무지개운수를 ‘우리편’으로 생각하고 좋아해 주셔서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시청자에게 마음을 전했다. ‘청춘월담’ 시청자의 반응에도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가람은 분위기를 환기하는 캐릭터라서 제가 나올 때는 씬이 재미있게 잘 살아서 편하게 재미있게 봤으면 했었는데 재미있다는 반응을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청춘월담’을 1년 동안 촬영했다는 표예진, 마지막 한두 달은 ‘모범택시2’와 동시에 촬영을 진행해야 했기에 고충도 있었다. 그는 “일년 동안 가람이에 빠져있었다. 씩씩하고 리액션 크고 발랄한 캐릭터였는데, (다시 고은을 연기하니) 고은스럽지가 않아 시즌1을 다시 보고 쿨하고 시크한 면을 되돌리려 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였을까? 두 번의 시즌을 거쳤지만 연기는 여전히 아쉽다고. 표예진은 “이번에도 많은 고민을 하고 열심히 찍었지만 항상 아쉬운 지점은 있다. 콜밴에서 앞뒤 상황을 모르고 찍은 장면도 많아서 ‘이 장면을 보고 찍었다면 이런 리액션일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라고 말했다.
시즌2에서 성장한 고은을 보여주기 위한 고민도 있었단다. 무지개운수가 해체된 뒤, 경찰을 하다 다시 돌아왔다는 설정을 어떻게 시즌2에 적용할지 연구했다는 표예진은 “경찰이라는 직업을 버리고 무지개운수로 들어올 때 책임감과 사명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을 거다. 이 일을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고, 진짜 내 능력을 발휘할 곳이 여기라고 생각하고 돌아온 거라 프로답고 성숙해졌을 거다”라고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전에는 김도기 기사가 시키는 일을 했다면, 지금은 말하지 않아도 척척 해내는 프로다운 모습, 경찰을 해본 경험으로 멤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법적 지식, 약간의 액션 등 훨씬 더 든든한 파트너가 돼야겠다고 생각했고 성숙해야 한다 생각해서 말투도 어린애같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라고 시즌1과 달라진 연기 포인트를 짚었다. 시즌2에서 처음으로 부부 연기, 가수 등 부캐 연기에도 도전한 표예진은 “부캐 플레이를 보여주는 게 드라마의 매력이라 진지하게 해야 겠다고 생각해서 가수 부캐를 준비할 때는 노래 레슨도 받았다”라고 말했다.
‘모범택시2’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블랙썬 편에서 안고은은 마약에 취한 김도기 기사를 교차로 한가운데서 구하는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다. 표예진은 이 연기를 하며 이제훈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표예진은 “진짜 차가 올 때 찍지는 않았고, 온다는 것을 상상하고 촬영했다. 혼자 놀랐다가, 죽을 뻔했다가 하는 게 현타가 오더라. 도기 오빠가 맨날 이런 당황스러운 걸 해왔구나 했다. 그래서 의지를 했다”라면서 “다른 무술 팀들이 큰 액션을 만들어줘서, 극적으로 보였지만 제가 한 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액션 연기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는 표예진은 “시즌2에서 액션을 살짝 해보니 쉽지 않더라. 재미있기도 하고 희열도 있어서 나중에는 진짜 열심히 준비해서 제대로 해보고 싶다”라고 욕심을 드러냈다.
”김도기 짝사랑? 꼭 러브라인 아니어도…”
‘모범택시’의 큰 특징 중 하나, 바로 남녀 캐릭터의 러브라인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묘한 기류는 분명 있었다. 김도기(이제훈 분)와 안고은(표예진 분) 사이 은근한 텐션 때문에 둘 사이 러브라인을 응원하고 바라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표예진은 “처음에는 좀 놀랐다. 그런데 시청자의 기대처럼 짝사랑으로 연기를 하지는 않았다”라면서 “고은에게 도기는 아픔을 제일 잘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고, 깊은 신뢰가 있다. 죽은 언니를 대신할 정도로 마음을 처음 연 사람이라 고은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는 애정을 가지고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에는 (도기를 향한 마음을) 자각하면서 끝나는데 담담하고 심플하다.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마음도 전했다”라면서 “제대로 연애를 해본 적 없는 아이가 누군가를 이렇게 깊게 신뢰하고 이해하고 아끼게 되니 ‘이게 혹시 좋아하는 마음인가’ 자각하게 된 것 같다”라고 고은의 마음을 대변했다. 그러면서도 “꼭 러브라인이 아니어도, 깊게 신뢰하는 사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으로 믿고 이해해주는 사이, 사랑이 아니라도”라고 ‘모범택시’ 속 김도기, 안고은의 러브라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렇다면 김도기가 아닌 배우 이제훈을 표예진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표예진은 이제훈을 “멋있는 리더”라고 표현,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 든든한 존재이고,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존경스럽다”라며 이제훈을 향한 굳은 믿음과 신뢰를 보여줬다. 표예진은 이제훈이 현장에서 제일 파이팅 넘치고 장난도 많이 쳤다고 밝히면서 “다같이 있으면 애교도 많다”라고 이제훈의 의외의 면모도 전했다. 하루 종일 하트를 남발하기도 하고, 무지개운수 회의 씬에서는 웃기려고 애드립을 날리기도 할 정도로 현장 텐션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 오히려 막내인 표예진보다 이제훈 포함 ‘오빠들’이 더 막내 같았단다. 표예진은 “저는 재미없는 막내이고, 오히려 오빠들이 처음부터 많이 다가와 주셨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가족 같은 사이라서 특별히 노력하지 않았고, 진심으로 가깝게 생각하고 아낀다”라고 무지개운수 팀을 향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표예진이 무지개운수 팀에 남다른 애착을 갖는 이유는 분명했다. 첫 시즌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하게 된 이나은의 자리에 대체 투입된 표예진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품어준 동료들이기 때문이다. 표예진은 “초반 과정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시즌1을 같이 한 박준우 감독님이 그동안 어떻게 촬영했는지 설명도 굉장히 많이 해주셨고, 저를 최대한 편하게 해주시려고 했고, 무지개운수 오빠들도 정말 많이 도와줬다”라면서 “급하게 찍는 와중에 ‘원래부터 오래 오래 가족인 사이야’라며 편하게 해주시고, 김의성 선배님도 제일 먼저 다가와서 ‘우리 잘해보자’라고 먼저 인사해 주셔서 너무 힘이 됐다. 저한테는 진짜로 가족 같은 사람들이 생긴 것 같아서 너무 큰 의미다”라고 말했다. “시즌2를 했는데도 아쉽다”라고 말한 표예진은 “이렇게 완벽한 팀을 만날 수 있을까? 다같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쓴다면 함께 해야겠죠”라고 시즌3도 같이 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모범택시’의 중심 축인 사적 복수에 대한 표예진의 솔직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모범택시’ 첫 시즌에서는 사적 복수에 이용된 지하감옥이 잘못된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무지개운수의 이야기가 그러졌던 바. 표예진은 “시즌1에서는 사적복수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다뤘는데, 그때의 해결 방식은 썩 좋지 않았기에 지하감옥이 없어졌다”라면서 “시즌2에서는 직접 끝까지 처단하는 대신 스스로의 감옥에 들어가게 하는 등 해결 방법이 바뀌어서 좋았다”라며, 무지개운수의 달라진 복수 방식에 만족했다.
“타자 치는 장면? ‘다 죽었어’라고 쳤어요.”
표예진은 천재 해커를 연기했지만, 실상 전자기기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천재 해커를 연기하는 노하우는 생겼다. 표예진은 “콜밴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다양하게 연기를 해야 했는데 감독님에게 ‘이럴 때는 여길 보고, 이런 걸 좀 만져볼까요?’라고 의견을 내면 많이 좋아하셨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한컴 타자 속도를 묻자 “그렇게 느리지는 않다”고 밝힌 표예진. 실제 콜밴 촬영에서 타자를 칠 때 어떤 문장을 입력했는지 질문하자 “다 죽었어”를 쳤다고 밝히면서 “숫자를 섞어서 다양하게 쳐야 한다. 너무 아무거나 치면 이상한 걸 누르게 되더라. 일정한 부분만 손가락을 놀리는 게 티가 나기도 하고”라면서 자신만의 해커 연기 팁을 알려주기도.
‘모범택시2’의 촬영이 끝나고 실로 오랜만에 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표예진은 바로 엄마와 여행을 떠났다. 뉴질랜드에 다녀왔다는 표예진은 “그렇게 오래 장거리를 간 건 3년 만인데 리프레시가 됐다”라며, “원래 자연을 좋아한다. 차를 렌트해 로드트립을 했는데 대자연이 무서울 정도로 크더라”라고 말했다. 걱정 많던 성격의 표예진은 “역시 나는 먼지 같은 존재구나, 그냥 편안하게 살아도 되겠구나”라는 걸 깨달았고,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단다.
단역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달려 온 표예진은 걱정 많은 성격이라 조급할 때도 있었다. 표예진은 “주어진 걸 계속 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러왔다. 약간 조급한 시기는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새로운 작품을 만나면 그 캐릭터가 좋아지면서 곧 잊을 수 있었다. 진심으로 모든 캐릭터를 애정한 덕에 조급한 마음은 금방 사라지기도 했다. “지금은 정말 많이 여유로워졌다”라고 말한 표예진은 “나도 조금 더 큰 역할로 올라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남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속상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는 지났고, 각자의 길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밟아온 길을 다 좋아한다”라고 과거보다 부쩍 편안하고 의연해졌음을 전했다. ‘청춘월담’에서는 과거 웹드라마 ‘두 여자’에서 잠시 호흡을 맞췄던 전소니와 오랜만에 재회하기도. 표예진은 “신기했다. 짧게 한번 촬영했고, 알고 있는 배우여서 반가웠다. ‘두 여자’ 감독님도 좋아하셨고, 신기하다고 하시더라”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나혼산’ 재출연? 연락 안 오던데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깔끔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던 표예진. 여전히 깔끔하게 집을 유지 중이라면서도 오해는 풀고 싶다고 한다. 그는 “단순히 청소라는 행위를 좋아한다고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남의 집 청소는 안 좋아한다. 제 공간을 관리하는 걸 좋아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엔 비우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는 표예진은 “구석구석 제가 모르는 물건,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한다. 미니멀리즘까지는 아니지만 ‘이게 필요한 건가?’ 생각하고, 다른 사람 주기도 하고, 정리하며 비우고 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다”라고 일상을 전했다. 예능 출연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일부러 만들어내고 노력해서 보여주는 것은 조금 어렵다. 닫혀있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운 게 좋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나혼산’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는지 묻자 “안 오더라.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똑같이 살고 있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욕심이 나는 예능은 있단다. 표예진은 “식당 운영하는 예능, 열심히 일하는 걸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예능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즐겨보는 콘텐츠는 피식대학의 ‘신도시부부’라고.
작품의 성공 후, 차기작은 배우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하는 과정인 만큼 선택에 있어 신중해야 할 터. 표예진의 다음 스텝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ENA ‘낮에 뜨는 달’이다. 표예진은 “다음 작품에 더 무게감과 책임감, 부담을 가져야 할 것 같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시대도 왔다갔다 해야 하고, 직업 의식도 분명하고, 누군가를 지키는 강인한 역할”이라고 소개한 표예진은 “액션이고, 새로운 시대극이라 도전할 거리가 많아 열심히 준비 중이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원작 웹툰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부담도 되지만 저는 저만의 방식대로 열심히 준비할 테니 좋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모범택시’가 배우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가져다 줬다고 말하는 표예진, 처음으로 좀 더 깊이있는 연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는 그는 고은을 만나 돌파에 성공했다. 그리고 가족과 같은 무지개운수 크루도 만나고, 시청자로부터 무한 응원을 받았다. 표예진에게 안고은은 절로 굴러온 운은 아니었다.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영역을 조금씩 넓혀온 덕분에 별안간 어깨에 앉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꽉 잡을 수 있었다. 표예진의 서른즈음에 나타나 배우로서 만개할 수 있게 해준 ‘모범택시’, 그 안에서 안고은으로서의 표예진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시크릿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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