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현미, 사기 당하고 싱크대에서…
“대통령도 울렸다” 모두를 오열케 한 안타까운 사망 현장
향년 85세, 원로가수 고(故) 현미(김명선)의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가족을 비롯한 각계의 조문 행렬이 이어져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끝내 눈물 흘린 유가족
2023년 4월 7일 서울 중앙대학교 장례식장 특실1호에는 현미의 빈소가 마련됐습니다.
현미는 앞선 2023년 4월 4일 숨을 거뒀으나 미국에서 체류 중이던 두 아들 이영곤, 이영준의 귀국 일정으로 인해 별세 3일 만인 이날 빈소가 차려졌습니다.
이날 고인의 빈소에는 현미의 조카 배우 한상진도 자리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았습니다.
개인 일정 차 미국에서 체류 중이던 한상진은 이모의 비보를 접하고 급히 한국으로 날아와, 아침 일찍 고인의 빈소를 찾았습니다.
한상진은 상주인 고인의 아들 이영곤과 손을 꼭 붙잡은 채 슬픔에 잠긴 표정으로 현미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이내 한상진은 이영곤과 서로룰 부둥켜 안고 오열하며 슬픔을 나눴습니다.
현미의 또 다른 조카 가수 노사연도 취재진 앞에서 이모인 고인에 대해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노사연은 “저도 가수인데 이모는 저한테 정말 하늘처럼 멋있는 분이셨는데 이렇게 떠나가셔서 너무 아쉽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노사연은 “이모는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멋있고 훌륭했던 큰 별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제가 목소리도 그렇고 이모는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노사연은 “저한테는 항상 가수는 건강해야된다라고 나쁜 거 하지 말라고 했던 말씀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라며 고인을 추억했습니다.
이어 그는 “갑자기 이렇게 곁을 떠나니깐 많은 분들이 허망하다고 하고 저 역시도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인데,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사시다가 깨끗하게 세상을 등지고 다른 세상으로 가시는 것도 너무 아쉽지만 멋지셨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사연은 “저희는 이모가 좋은 곳으로 가셨다고 생각한다”라며 “정말 기쁘게 좋은 나라, 천국으로 가셔서 지금 우리에게 ‘고맙고 행복했다, 걱정들 하지 말아라’라고 말씀해주실 거라고 믿는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모가 업어 키웠어
현미는 대중 사이에서도 정평이 난 연예인 집안으로, 1938년 평안남도 강동군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평양에서 보냈습니다.
현미의 슬하에는 유명 작곡가 고(故) 이봉조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 이영곤과 이영준이 있으며, 첫째 아들 이영곤은 ‘고니’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둘째 아들 이영준은 1990년 가수 원준희와 결혼했습니다.
현미의 첫째 언니 김화선 씨는 가수 노사연의 모친, 일곱 번째 동생 김명옥 씨는 한상진의 모친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평소 방송에서도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습니다.
특히 한상진은 현미가 각별히 예뻐했던 조카로 알려졌으며, 그는 2008년 7월 13일 방송된 KBS ‘불후의 명곡’에 현미와 함께 출연해 “이모가 나를 어릴 때 업고 키웠다”라고 고백해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당시 한상진은 “긴 시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랑스러운 이모의 출연 소식을 듣고 출연 제의가 들어와 선뜻 응했다”라며 이모 현미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과시했습니다.
연예계→대통령까지 이어진 추모 행렬
현미의 빈소에는 가수 하춘화, 현숙, 정훈희, 설운도 등 연예계 후배들의 발길도 이어졌습니다.
하춘화는 “여섯살에 데뷔했을 때 현미와 한 무대에 섰다”라며 “현미, 이미자, 패티김 선배님들에게 제가 ‘아줌마’, ‘엄마’라고 불렀다”라고 회상했습니다.
하춘화는 “나에게 ‘춘화야’라고 부르는 유일한 분이었다. 굉장히 마음이 허전하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설운도는 “누님은 정말 건강하게 사셨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시는 분”이라며 운을 뗐습니다.
그는 “누님만 보면 저희가 힘이 없다가도 힘이 불끈불끈 나게 했던 존재였다”라면서 “저는 정말 누님이 100살까지 사실 줄 알았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설운도는 “항상 10대 소녀 같은 마음으로 살았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셨는데 이 비보를 듣고 너무 깜짝 놀랐다. 편안하게 영면하시기를 인사드리고 왔다”라고 부연했습니다.
이날 차려진 현미의 빈소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가수 이미자, 남진, 정수라 등 연예계 동료들이 보낸 근조 화환도 빈소 앞을 가득 채웠습니다.
현미의 장례는 2023년 4월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2023년 4월 11일 오전 10시,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후 두 아들이 있는 미국에서 묘역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누군가가 빨리 도와줬더라면…
한편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지자 고인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2018년부터 대한가수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가수 이자연은 2023년 4월 5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이진호’ 영상에서 현미의 사망과 관련해 “어제까지 외식도 하고 돌아오셨는데 넘어져서 그런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자연은 “넘어져서 그런 거다. 집에서”라며 “제가 생각하기로는 작년에 베란다에서 꽃 화분 만들다가 넘어지셔서 다리가, 발목이 부러졌다“라며 과거 일화를 언급했습니다.
이자연은 “선배가 ‘이제 다 나았어’, ‘무대에 설 수 있어’라고 하셨었다. 사무실 놀러 오셔서 발목을 보여주시더라. 붓기가 있는데 그래도 ‘이젠 안 아파’라고 하셔서 다행이다 싶었다”라고 당시를 돌이켰습니다.
그는 “그런데 한 번 다치면 약하지 않나. 발목도 삐끗하면 계속 거기만 삐끗하지 않느냐. 그래서 아마 그게 원인이 아닌가 싶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싱크대 앞에서 넘어지셨다고 하니까 아마 발목이 꺾여서”라면서 말을 줄인 이자연은 “넘어져서 누군가가 빨리 도와줬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자연은 또 현미가 생전 매니저도 없이 혼자 활동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자연은 “예전에는 운전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최근에는 무대 초대하면 택시 타고 오셨다. 모든 걸 축소하고 생활에 어려움이 많구나 싶어서 무대도 챙겨드리고 공로상도 챙겨드렸는데 안타깝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이자연은 “후반부에 좀 사기도 당하고. 우리가 경험해서는 안 될 일들을 하게 되니까. 마지막에 빈손으로 세상을 마감한다는 게 참 슬픈 일이고”라며 마지막에 홀로 있었을 고인을 쓸쓸히 떠올렸습니다.
앞서 현미는 2023년 4월 4일 오전 9시 37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인을 최초로 발견한 팬클럽 회장 김 모씨는 곧장 경찰에 신고해 현미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최근까지도 방송과 공연 활동을 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던 현미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태진아, 김흥국, 이자연, 임희숙, 한지일, 김완선, 김수찬 등 동료 가수들의 애도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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