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세상을 떠난 현미가 1998년 4월 9일 중국 장춘의 한 호텔에서 북에 남겨진 동생 김길자씨와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MBC ‘상’ |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실향민 1세대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의 파란만장한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
현미는 1938년 평남 평양시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1·4 후퇴 당시 평남 강동에 있는 조부모댁으로 피난을 갔다가 남향했으며, 이 과정에서 어린 두 동생과 헤어졌다.
현미는 1998년 헤어진 동생 김길자씨와 중국 창춘시에서 50여년만에 재회하기도 했다. 다만 상봉 이후 두 동생에 대한 그리움으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2018년 한 방송에서 “항상 마음 속에 두고 온 두 동생이 있다. 마음 속에 명자, 길자가 자리잡고 있다”며 애통해했다.
그러면서 “(동생과 만남 이후) 하루에 한 스무 번씩 울었다. 계속 눈물이 나왔다. 병원에 가니까 우울증 초기 증상이니 환경을 바꾸라고 하더라. 미국 아이들한테 가서 두 달 동안 치료받고 왔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가상현실(VR)로 구현한 고향 집에 찾아가는 콘텐츠에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 ‘밤안개’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가수 현미가 4일 별세했다. 사진은 현미가 지난 2017년 11월 경북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에서 열린 ‘청춘음악극 그시절 그노래’ 무대에 올라 ‘서울야곡’과 ‘밤안개’를 열창하고 있는 모습(뉴스1 DB)2023.4.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미는 1960년 자신에게 ‘밤안개’, ‘떠날 때는 말없이’ 등 인생곡을 선물한 작곡가 이봉조와 결혼했다. 이후 두 아들을 품에 안았지만 이봉조에게 숨겨둔 아이와 처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계는 파경에 이르게 됐다.
이봉조는 현미가 이별을 통보하자, “같이 죽자”며 칼을 들고 온 적도 있다고 한다. 다만 현미는 본처에게 돌아갈 것을 요구하며 이봉조와 왕래를 끊었다. 이봉조는 이후 전처와 재결합을 끝내 거부하고 1987년 여름 향년 5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현미는 지난 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5세.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7분쯤 서울 용산구의 자책에서 쓰러진 그를 팬클럽 회장 김모(73)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경찰은 고인의 지병 여부와 신고자인 팬클럽 회장, 유족 등을 조사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빈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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