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OTT 시리즈 강자’ 넷플릭스가 봄을 맞아 올해 넷플릭스에서 선보일 예능 콘텐츠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스케일도 제각각이고, 매력도, 소재도 각양각색인 예능들이 올해 넷플릭스에서 시청자를 만난다.
4일 ‘넷플릭스 예능 마실’ 행사가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렸다. 그간 ‘솔로지옥’ ‘코리아 넘버원’ ‘피지컬 100’ 등 다양한 장르의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여 온 넷플릭스는 올해도 예능을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사이렌: 불의 섬’, ’19/20′, ‘솔로지옥’ 시즌3, ‘좀비버스’ ‘데블스 플랜’ 등을 2023년 선보인다. 넷플릭스는 이번 행사에서 올해 넷플릭스 예능의 방향성을 소개하는 한편, 콘텐츠 연출을 맡은 PD들의 이야기도 전해졌다.
넷플릭스는 올해 4월 미드폼 예능 ‘성+인물’을 시작으로 ‘사이렌: 불의 섬’ ‘좀비버스’ ’19/20′ ‘정종연’ ‘솔로지옥’ 시즌3’가 차례로 공개된다. 서울 오피스에서 논픽션 콘텐트 팀을 담당하는 유기환 디렉터는 미드폼 예능에 대해 “러닝타임이 좀 더 짧고 제작기간이 축소된 것”이라고 설명하며 “넷플릭스에서 하지 않았던 시도다. 넷플릭스 하면 제작 기간이 길고 스케일이 큰 것을 떠올릴텐데, 예능은 꼭 크고 무거워야 하는 게 아닌, 시청자에게 좀 더 편안하고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미드폼 제작 이유를 밝혔다.
미드폼은 기획부터 방영까지 5개월이 걸린다는 미드폼 형식으로, 기존 1년 이상이 걸리던 넷플릭스 시리즈들과는 무게가 다르다. 유기환 디렉터는 “라이브쇼를 제외하고 이 정도 제작기간의 오리지널쇼는 없다”라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한국 창작자의 말도 안 되는 퀄리티와 제작 속도 덕분”이라고 창작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진 PD들의 토크쇼에는 ‘성+인물’ 정효민 PD, ‘사이렌: 불의 섬’ 이은경 PD, ‘좀비버스’ 박진경 PD, ’19/20′ 김재원 PD, ‘데블스 플랜’ 정종연 PD가 각자의 작품을 소개하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정효민 PD는 “성과 관련된, 성 산업 등에 있는 해외 인물들을 성시경 신동엽 콤비가 직접 찾아가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터뷰 토크쇼”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본과 대만을 찾아 인물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다. “제목처럼 청불 등급을 받았다”라고 밝힌 정 PD는 “넷플릭스의 첫 미드폼 예능이며, 빠르고 경쾌하게, 조금은 과감하게, 그렇지만 발랄함을 잃지 않으면서 재미를 드릴 수 있는 인터뷰 쇼”라고 소개했다.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5자 토크에서는 ‘인투디언논'(In to the unkown)이라고 표현하며 “일본과 대만은 여행을 많이 가본 곳인데 이런 세상이 있는지 몰랐다는 제작진 반응이 많았다. 아무리 여행을 가도 만날 수 없었던, 우리와 다른 이야기를 만나 보자고 했다”라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6개 직업군의 여성 24인이 맞붙는 생존 전투 서바이벌 ‘사이렌: 불의 섬’의 이은경 PD는 이 예능을 ‘프로페셔널’이라고 소개하며 “똑같은 상황에서 각 직업별로 어떻게 대처하고 싸우고 포기하지 않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PD는 “정말 많은 시뮬레이션을 했다. 저희가 소방관도, 경찰도, 군인도 아니어서 예측 불가한 상황이 많이 일어났지만 그때마다 즐겨주셔서 프로그램이 잘 나왔다”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감히 ‘사이렌’이 하나의 장르가 되길 바란다. 못해본 게 많아서 (다음 시즌을) 다시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좀비 예능 ‘좀비버스’를 만든 박진경 PD는 ‘좀비버스’에 대해 “‘실제로 좀비가 나타난다면?’으로 시작해 대본 하나 없이 (출연자를) 던졌다. 그동안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리얼한 장면이 있다. 영웅이 나타날까 했지만 예상대로 영웅은 나타나지 않았다”라면서 “서바이벌 느낌도 있고, 리얼리티 느낌도 있고, 대본 한 장 없는데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러 맛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에 대해 5자로 ‘반반무많이’라고 표현한 박 PD는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의 익숙한 즐거움(치킨)에 양념을 더한, 예능인가, 드라마나 영화는 아닐까 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플러스 ‘무’는 좀비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많이들 죽어 나간다”라고 말한 박진경 PD는 “저렇게 하면 앞으로 방송 생활 가능할까 싶게 본연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라고 다른 좀비물과의 차별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와의 작업 소감에 대해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박진경 PD는 “지금까지 만들었던 프로그램이 로컬 지향적이었다. 좀 더 글로벌한, 누가 봐도 즐길 수 있을 법한 느낌으로 제작했다. 많이 배웠다.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 주셨다”라면서 “기존 좀비 프로그램을 많이 하셨으니, 거기에서 얻는 노하우와 협력 업체 등 여러 가지로 도움이 돼서 ‘감사합니다’를 되뇌였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3분기 공개될 ’19/20′, 연말 찾아올 ‘솔로지옥’ 시즌3의 김재원 PD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계절의 이해’라고 5자로 소개하며, “‘솔로지옥’은 덥고 핫한 이미지인데, ’19/20’은 콘셉트대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진행해서 겨울 감성을 담았다. 공개는 반대로 겨울에 찍어 여름에, 여름에 찍어 겨울에 한다. 계절감이 뚜렷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퍼펙트매치’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 김재원 PD는 “데이팅 프로그램에 나온 화제의 인물을 모아 왕중왕전을 했는데, ‘솔로지옥’ 출연자에 섭외 제안도 왔었다”라면서 “데이팅 예능에서 화제된 분들을 모아서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CJENM에서 나와 TEO로 이적한 정종연 PD의 첫 넷플릭스 작품 ‘데블스 플랜’은 하반기 공개 예정이다. 정 PD는 “이전 작품과 비슷하지만, 제가 갖고 있는 브레인 서바이벌의 노하우를 최대한 ‘제일 좋다’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포맷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일주일간 합숙하며 게임을 진행했다. 게임과 게임 사이 볼 수 없었던 참가자 간 치열한 정치적 부분을 녹여냈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게 매력이다. 만약 이 프로그램이 해외에 공개됐을 때 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고, 그 맛 그대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와의 만남에 대해 정종연 PD는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다들 있지 않나. 예능은 로컬이라는 시선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이 잠금해제되는 상황이고, 그런 역할을 넷플릭스가 해줘서 계속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PD가 PD에게 묻는 지목 토크가 이어졌다. 정효민 PD는 이은경 PD에게 섭외 과정을 물었고, 이은경 PD는 “‘삼시세끼’ ‘윤식당’ 작가들이어서 장소 찾는 데 도가 텄다. 그간 쌓아 놨던 무인도 자료를 다 뒤지고 빠진 섬이 있나 위성지도 켜서 열어보며, 대한민국 대부분의 섬을 다 가봤다고 생각하면 된다”라면서 “3만 평이 넘는 큰 규모의 섬을 다 썼다. 섬주가 30명이어서 손편지를 쓰고 등기 보내고 전화하며 계약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라고 섬 섭외 비하인들을 털어놨다.
이은경 PD는 박진경 PD에게 CG 작업 및 촬영 중 에피소드에 대해 물었고, 이 PD는 “CG는 예능에서 크게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부분인데 저희는 장르적 특성상 그 부분에도 충분한 예산이 필요했고 노하우도 중요했다. ‘이게 좀비다, 저 정도면 나도 무섭다’ 하는 퀄리티라 출연자 반응이 리얼하다. 실감 나는 좀비들이 만들어졌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CG에 대해서는 “예산을 조금 더 쓰고 싶었는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진경 PD는 김재원 PD에게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물었다. 김 PD는 “연애보다는 성장에 중점을 뒀다”라면서 “(출연자들이) 학교를 다닌다. 선생님을 섭외를 했다. 어른이 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했다. 어쨌든 아직 어린 친구들이니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라고 연출 포인트를 짚었다.
김재원 PD는 정종연 PD에게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과의 차이점을 물었다. 정종연 PD는 “‘지니어스’를 하고 보강해 ‘소사이어티 게임’을 만들었다. (‘데블스 플랜’은) 정반합의 느낌이다”라며 “제가 생각하는 두뇌 서바이벌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진 취재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예능 기대작들을 향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PD들은 각자 맡은 예능 프로그램의 연출에 얽힌 비하인드, 제작 의도 등을 전했다. 우선 제작비 규모에 대해 이은경 PD는 “(저희 프로그램이) 1등은 아닐 것 같다. 제 생각에는 ‘좀비버스’ CG가 힘들었을 것 같다”고 짐작했다. 과거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비 많이 쓰는 PD’로 소문이 났던 정종연 PD는 “저는 별로 안 썼다”라고 강조하면서 “제작 잘하는 PD 작가에 돈 썼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재원 PD는 “어떤 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데블스 플랜’은 많이 써야 한다”라고 정종연 PD를 향한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최근 ‘강철부대’ ‘피지컬 100’ 등 피지컬 서바이벌 프로그램들과 비슷한 결의 ‘사이렌: 불의 섬’을 제작한 이은경 PD는 여타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에 대해 “프로페셔널한 것이 차별점이 될 것이다”라면서 “상상 속 질문에서 시작됐다. 소방과 경찰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경찰과 군인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같은. 그런 부분을, 본능을 자극하려 노력했고 실제로 자극을 받아서 잠도 자지 않고 밤을 새며 어떻게 이길까 궁리하는 모습이 담겼다”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만화 애호가라는 이은경 PD는 “스포츠 만화의 키워드가 우정, 노력, 승리인데 여성 대상 스포츠 만화가 많지 않고 풀어내는 방식이 제한적이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걸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라면서 “계산적으로는 ‘스우파’도 잘 됐고, 여성 서사물이 잘되는 시기였다. 흐름이 괜찮을 것 같았다”고 ‘사이렌: 불의 섬’을 제작한 이유을 밝혔다.
비연예인 출연자의 부정적 이슈 해결은 모든 PD들이 직면한 문제다.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정종연 PD는 “방송인이라고 이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송인에게는 출연을 이유로 증빙을 요구하기 어렵다”라면서 “일반인을 선호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일반일을 통해서 얻어지는 그림이 훨씬 폭이 넓다. 하지만 마케팅적으로 불리하다. 두 가지 중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일반인이 (이슈에 대해) 앞으로 점점 더 대처하기 쉬워질 것이다. 오히려 유명한 배우들의 사건이 터질 때 더 대처가 안 되는 게 보이지 않나”라고 내다봤다.
행사 막바지, 박진경 PD는 “해외 마켓에 가봐도 이렇게 예능을 치열하게 만드는 곳이 없다. 다른 한국 콘텐츠가 알려진 것처럼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예능 콘텐츠들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여기 계신 5명의 프로그램이 대박이 났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넷플릭스가 올해 선보일 예능 프로그램은 7편이다. 장르도 제각각이다. 취향대로 골라 볼 수 있다는 것이 OTT 콘텐츠의 장점이다. 하지만 너무 마니악하면 아무리 홍보를 해도 결국 외면 당한다. 성인 관련 콘텐츠, 여성 서바이벌, 좀비 리얼리티, 청춘 리얼리티, 그리고 두뇌 서바이벌까지, 취향껏 골라보기 좋으면서도 ‘대중’의 구미에도 맞아야 하는 숙제가 놓여있다.
넷플릭스가 드라마와 영화를 넘어 예능으로 K-콘텐츠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은 ‘피지컬 100’을 통해 증명됐다. 올해 넷플릭스가 보여줄 여러 색깔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로컬 시청자를 넘어 전세계 구독자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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