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웅남이’를 연출한 박성광 감독의 도전에 연예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여기가 만만한가”라는 평론가의 혹평이 나왔다. 대중은 ‘영화인의 선민의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확히는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 이 한줄평은 개그맨인 박성광이 ‘여기’ 즉 영화계를 쉽게 보고 함부로 도전을 했다는 뜻으로 비춰졌다. 자칫 영화를 만드는 데 어떤 자격이 필요하다는 표현으로 오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영화계와 개그계를 가르는 듯한 발언에 비난이 쏟아지자 해당 한줄평을 쓴 이용철 평론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박성광과 대중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용철 평론가는 오마이뉴스에 “평론가가 개그맨을 하대할 이유가 없다. 제 표현에 개그맨분들이 집단적으로 화가 났다는 말을 들었다. 오해를 살만하니 그럴 수 있겠다 싶고, 일반인이 화를 내는 것도 그러려니 한다”라면서 “행복하지 않은 삶에서 그냥 화풀이하는 것 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라고 일반인들의 비판을 ‘화풀이’라 칭했다. 이어 “몇몇 영화업계 분들이 비아냥거리더라는 반응을 전해 들었을 때는 안타까웠다. 스스로를 되돌아보자는 뜻이었는데 개그맨에 대한 선민의식이 있다고 해석한다면 슬픈 일”이라고 했다.
입장을 바꿔보자. 톱배우가 공개 코미디에 도전했다가 대중의 웃음 장벽이 높다는 것을 체감하고 좌절한다. 그때 베테랑 코미디언이 옆에서 “여기가 만만한 곳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건 이상하지 않다. 업계를 초월하겠다는 결심에는 도전의식과 용기가 필요하고, 새로운 분야에 발을 내딛는 것은 그만큼 박수 받아야 할 일이기에 도전 자체에 박수를 보낼 수 있고, 조언과 격려의 의미로 “여기가 만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평론가의 말이 단지 분야를 넘나드는 이를 향한 우려의 말로 보이지는 않는다. 평론가는 “만듦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여기’라는 선을 긋는 표현 때문에 선민의식 논란만 만들었고, 평론가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기에 한줄평은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계의 선민의식은 극히 일부의 이야기일까? 영화(상업영화), 가요, 코미디 모두 ‘대중문화’ 혹은 ‘대중예술’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고 있지만 업계가 이 셋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적인 예로, ‘배우님’을 보자. 당장 기자들이 매일 받아보는 영화 관련 보도자료에서 ‘OOO 배우’ 혹은 ‘OOO 배우님’이라는 표현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독 배우에게만 ‘배우’ 혹은 ‘배우님’을 붙인다. 반면 예능 혹은 가요 관련 보도자료에서는 ‘OOO 가수’ ‘OOO 코미디언’ ‘OOO 방송인’이라는 표현을 찾기 힘들다.
이는 연예계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나 드라마의 제작보고회, 기자간담회 등 취재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이 배우를 부를 때 ‘OOO 배우님’이라고 부르는 걸 쉽게 듣고, 볼 수 있다. 업계 사람들이 배우 특히 영화배우에게 존중, 높임을 더하는 접미사를 붙여 ‘OOO씨’가 아닌 ‘OOO 배우님’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껏 그래왔으니 그냥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것일까?
선민의식의 유무를 증명하기 전, 대중으로 하여금 영화계가 선민의식에 젖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님’의 자리에서 가요계, 개그계와 급을 나누고 내려보는 태도가 영화계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 연예인과 업계 관계자들 스스로도 마음속으로 ‘급이 다르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배우든, 가수든, 코미디언이든, 대중에게는 어차피 다 같은 ‘연예인 OOO씨’이고, 대중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 즐거움을 주겠다는 사명으로 일하는 이들의 노력은 직업을 막론하고 똑같이 거룩하고 값지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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