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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의 근거 있는 자신감…’더 글로리’ 출연진, 줄줄이 대세 행보 [리폿@이슈]

김연주 조회수  

[TV리포트=김연주 기자] “다른 데 가서 망하는 것보다 내 작품으로 망하는 게 나을걸?”. 김은숙 작가의 자신감이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로맨스 장인’ 김은숙 작가와 그의 페르소나인 배우 송혜교의 첫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송혜교의 색다른 도전이라는 타이틀을 단 ‘더 글로리’는 그 이상의 아웃풋을 만들었다. 주·조연부터 카메오까지 작품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서다. 그 뒤엔 각 배우들에게 찰떡 캐릭터를 만나게 해준 김은숙이 있다.

송혜교는 ‘더 글로리’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는 복수를 제외한 모든 것을 인생에서 지운 ‘문동은’을 연기했다. 메마른 감정, 냉정한 얼굴, 쓸쓸한 뒤태까지. 공백기 없이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온 송혜교지만, 색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송혜교의 필모그래피에는 정통 로맨스물이 대부분이다. ‘가을동화’, ‘올인’,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태양의 후예’, ‘남자친구’ 등이 그것이다. 물론 송혜교가 출연했다 하면 화제성과 시청률이 보장됐지만, 같은 레퍼토리의 ‘예쁜 연기’만 선보인다는 데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으로 일각의 평가를 완벽하게 뒤엎었다. 

‘동은오적’으로 출연한 배우 임지연, 박성훈,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와 문동은의 조력자를 분한 이도현, 임지연의 남편을 연기한 배우 정성일은 전례 없는 인기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방송과 광고계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더 글로리’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난 덕분이다. 특히 극중 문동은의 복수 대상이었던 임지연은 박연진을 완벽하게 소화해 화제성 1위라는 명예를 안았다. 

‘더 글로리’는 김은숙의 철저한 계산 끝에 탄생했다. 임지연은 매체 인터뷰에서 “(김은숙) 작가님이 ‘넌 진짜 착하게 생겼는데, 천사 같은 얼굴에 악마의 뭔가가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 줬다. 연진에게 어떤 미화도 서사도 부여하지 않겠다고 해서 무조건 그 말에 동의했다. 작가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가 본 임지연의 내면 속 악마(?)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악녀 박연진을 만들었다. 

이도현도 마찬가지다. ‘더 글로리’가 흥행하면서 이도현은 ‘모시기 위해’ 섭외 경쟁을 벌여야 하는 대세 배우로 등극했다. ‘오월의 청춘’, ‘스위트홈’ 등을 통해 청춘스타로 거듭난 이도현은 ‘더 글로리’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김은숙이 “망하더라도 나랑 같이 망하는 게 낫다, 다른 데 가서 망하는 것보다 내 작품으로 망하는 게 나아”라고 말하며 고민하는 이도현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줬다고 전해진다.

김은숙은 ‘더 글로리’ 파트 2 비하인드 영상을 통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각에서 내놓은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난 진짜 억울한 게 ‘김은숙 대본 받고 오글거린다’며 어쩌고저쩌고하더라. 근데 이제 내 대본 받으면 각오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은숙의 첫 장르물 ‘더 글로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고민이 있었으며, 자신을 믿고 그 고민 앞에 맞선 모습이 그려지는 대목이다. 

김은숙은 지난 2004년 ‘파리의 연인’을 통해 스타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프라하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더 글로리’까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지만 이 자리에 오는 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다’. 넉넉하지 않았던 가정 형편 속에 성장했고,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는 작가의 생태계에서 버티는 일 또한 쉽지 않았을 것이 자명하다. 

김은숙 작가는 지난 2017년 작가 최초로 TV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글 쓰면 밥 굶어죽는다며 공무원 시험 보라고 한 엄마, 이제 자랑해도 될 것 같다. 언제까지 이 행운이 계속될까 싶다. 분명히 이 무거운 상이 다음 작품을 준비하면 나를 엄청 작게 만들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숙은 자신을 작게 만드는 상의 무게를 견뎠다. ‘더 글로리’의 영광은 김은숙이 만든 영광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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