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절실했다” ‘더 글로리’로 더욱 빛난 임지연의 ‘눈물'[N인터뷰](종합)

임지연/넷플릭스 제공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더 글로리’로 연기력을 꽃피운 배우 임지연이 지난날을 회상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연기를 할 때 항상 절실했었다며, 이번 작품으로 인정받게 된 것에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로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 출연 배우 임지연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임지연은 극 속 박연진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된 소감, 연기하면서 느낀 점, 동료 배우와의 호흡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에게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전한 빌런 박연진 역을 맡아 ‘역대급 변신’을 선보였다. 생애 처음으로 악역을 소화하게 된 그는 박연진에 빙의한 듯 열연을 펼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김은숙 작가가 임지연을 박연진을 탐낸 이유는 무엇일까. 임지연은 “작가님이 내가 착하게 생겼지만 ‘천사 같은 얼굴에 악마 같은 심장’이 있을 거 같다고 하시더라, ‘악역을 안 해봤어? 그러면 내가 망쳐보지’라고 하시면서”라며 “나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이 부족하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임지연/넷플릭스 제공

그에게 ‘더 글로리’는 황금 같이 소중한 기회였다. 임지연은 “항상 악역은 하고 싶었지만 기대는 크지 않았다, 어릴 때는 ‘악역 하고 싶어’라고 얘기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려놓게 되더라”라며 “마흔이 넘고 더 내공이 쌓인 배우가 되면 그때쯤 제대로 된 악역이 들어오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래서 ‘더 글로리’ 박연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주저하지 않았다고. 임지연은 “마침 너무 좋은 작품이, 연진이가 나를 찾아와서 욕심이 생겼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라며 “기회가 왔으니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컸고, 제대로 된 악역을 구현해보자 싶었다”라고 말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박연진 역에 캐스팅 됐기에 캐릭터를 잘 빚어내기 위해 애썼다. 임지연은 “잘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함도 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했다”라며 “대본을 씹어먹겠다는 생각에 너무 바쁘게 지냈다”라고 했다. 이어 “고민을 많이 하다가 기존에 없던 악역의 이미지를 보여주려면 내 모습 자체로 연기하는 게 매력적일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내 얼굴을 잘 활용하고 패션이나 걸음걸이, 표정, 말투, 목소리 등을 최대한 만들어보려고 했다, 나쁜 년이 돼보자고 했다, 한쪽으로 웃거나 미간 주름 등의 표정도 내가 평소에 하던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임지연은 극 중 욕설과 흡연 연기도 제대로 해내 눈길을 끌었다. “어색하게 할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라는 임지연은 “이왕 하는 게 제대로 살려보자 싶어서 디테일을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후반부에는 절정의 감정이 올라와 욕설, 흡연 연기도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임지연은 악역을 하면서 세상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싶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박연진을 욕하니 성취감도 느껴졌다고 했다.

임지연/넷플릭스 제공

박연진을 통해 어둡고 딥한 연기를 하다 보니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다고. 임지연은 “박연진의 교도소 신은 몇 달을 고민하고 준비한 신”이라며 “연진이가 자신의 죄로 인해 제대로 벌을 받고 악행을 되돌려 받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진이는 그 안에서 다른 수감자들에게 가해를 당하면서 무너지고 좌절했을 거다, 그 신을 찍으면서 나도 마음이 힘들더라”라며 “그날 촬영을 하고 오니 정말 공허하고 마음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나도 연진이에 이입을 해 더 무너지는 게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후 연진이 캐릭터를 떨쳐내는데도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극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관계성은 과거 학폭을 당하고 복수하려는 문동은(송혜교 분)과 생각 없이 가해를 저지른 순수악 박연진이다. 두 사람은 극에서 팽팽하게 대립하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임지연은 이를 통해 대선배 송혜교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함께하며 어땠을까. 임지연은 “송혜교 언니가 너무 좋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언니랑 친해지고 싶어서 어떻게 할까 했는데, 그럴 필요 없이 금방 친해져서 수월하게 촬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함께 하면서 언니의 묵직한 연기를 보고 ‘경험치는 무시하지 못하는구나’라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라며 “언니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랑 연기할 때도 다들 날아다닐 수 있게 맞춰주셨다, 정말 많이 배웠고 감사하다”라고 해 선배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송혜교와 맞붙는 신에서는 밀리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임지연은 “문동은이 예솔이 담임으로 왔다는 걸 알게 된 뒤 대면하는 신이 첫 촬영이었는데, 불꽃 튀는 기싸움이 필요했다”라며 “초반에 하는 촬영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기에 밀리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때 연진이가 불안함이 있어야 더 통쾌할 거라고 생각해 촬영을 하면서 많은 상의를 했다”라며 “그 장면을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라고 했다.

임지연/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를 통해 임지연이 얻은 또 다른 선물은 바로 ‘동은오적’으로 불리는 빌런 역의 배우들이다. 이들과는 함께 촬영하면서 ‘절친’이 됐다고. “요즘 너무 그 친구들만 만난다”라며 웃은 임지연은 “친구들과 산에도 가고 운동도 하고 연기 얘기도 하면서 순수하게 논다”라고 말했다. 임지연은 “이 작품을 하면서 배우 임지연, 인간 임지연을 응원해 주는 ‘찐친’들을 만났다”라며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소중한 인연을 만나 감사하다, ‘더 글로리’를 통해 얻은 게 많다”라고 했다.

지난 10일 공개된 ‘더 글로리’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17일(한국시간) 글로벌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전날 ‘더 글로리’는 전 세계 TV쇼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13일 처음으로 같은 부문 1위에 오른 뒤 4일 연속으로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 “처음부터 작품이 잘 될 거라는 기대와 확신이 있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라고 운을 뗀 임지연은 “(내가 출연한 작품이) 국내에서도 이렇게 반응이 좋은 게 처음인데, 글로벌 1등을 했다고 하니 아직도 얼떨떨하고 와닿진 않는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그러나 점점 실감을 하고 있다고. 임지연은 “해외에 사는 친구들에게 작품을 봤다는 연락이 오고, SNS 팔로우 수가 확 느는 걸 보면서 인기를 느낀다”라며 “해외여행이 빨리 가고 싶어 졌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작품이 화제가 되면서 극 중 문동은(송혜교 분)이 박연진(임지연 분)을 부르는 ‘연진아’ 대사가 ‘밈’이 되기도 했다. 임지연은 “이렇게 ‘밈’이 될 줄은 진짜 몰랐다”라며 “작품에서 내가 안 나오는 신에서도 ‘연진아, 연진아’ 해주시니까 안 나와도 많이 나온 느낌이라 너무 감사하고, 나중에는 욕심도 생기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요즘 내가 뭐만 하면 주변에서 ‘멋지다 연진아’, ‘브라보 박연진’이라고 한다, 심지어 엄마도 카톡으로 ‘연진아 찌개 해놨어’, ‘연진아 언제 오니’ 하셔서 재밌다”라며 “캐릭터 이름으로 많이 불리는 것 자체가 고맙고 행복하다”라고 했다.

임지연/넷플릭스 제공

임지연은 ‘더 글로리’를 통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연기력 역시 호평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 나는 항상 절실했고 그만큼 노력했다, 매번 연진이를 준비하듯 캐릭터를 준비했는데, 느리더라도 성장하는 내 모습이 좋았다”라며 “‘더 글로리’를 본 가족, 지인들은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아니까 보고 많이 울었다더라,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니까 고맙다”라고 말한 뒤 눈물을 보였다. 이어 “나는 동료들처럼 타고난 배우가 아니니까 더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걸 알아주는 가족들이 고맙고 시청자분들이 칭찬해 주셔서 감사했다”라며 “항상 이런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더 글로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임지연은 “‘더 글로리’는 내게 가장 큰 용기와 도전이었다”라며 “항상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두려움이 물려오는데, 이를 떨치고 열심히 했다는 것을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더 오래 ‘연진아’라고 해주셨으면 한다”라며 “앞으로도 집요함과 도전정신으로 여러 작품에 출연해 ‘임지연이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한편 ‘더 글로리’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